▲폭탄주
권우성
만취한 사람을 정신질환자로 취급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논란을 일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원유철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25명은 지난달 24일 정신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찰관이나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당사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즉각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의료기관에 응급 이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주취자는 최장 6개월 강제입원 가능... "신체자유를 훼손하는 위헌 법률"이 법안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법 집행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현재 발의된 내용이 그대로 통과되면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본인 동의없이 최장 6개월까지 강제 입원이 가능하다.
개정안에서는 응급 이송 대상으로 '주취자'를 지목하고 있다. 주취자란 '술을 먹고 판단력 또는 신체기능이 저하돼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나 소란행위 등으로 본인이나 타인의 생명·신체·재산·사회 공공의 안녕에 위험을 야기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결국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소란행위를 일으키는 사람은 누구나 응급 이송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셈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의사에 반해서 인신의 자유를 구속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국장이 이번에 발의된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가리켜 "신체 자유를 훼손하는 초헌법적 위헌 법률"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현행법에 따르면 형사범의 경우 현행범이 아니면 인신 구속을 할 수 없다. 현행범이라 하더라도 구속한 이후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또한 어느 정도 술이 취해야 '주취자'라고 판정할 수 있는지도 애매하다. 오 사무국장은 "술마셨다고 판정할 때 경찰관이나 구급대원의 자의적인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법률에서 강제력을 행사하기에는 상당히 모호한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도 반발... "주폭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도 있어"
의료계에서도 반발하고 나섰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22일 성명서를 내고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개정안이 정신보건법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신보건법 26조에 명시된 '응급입원' 조항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힐 위험이 클 경우 72시간에 한해 강제 입원을 허락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병원의사협의회는 "개정안은 이 조항을 멋대로 해석해 주취난동자를 정신질환자와 동일시하고 있다"며 " 이러한 인식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그릇된 사회적 편견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개정안이 '주폭'에게 면죄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일시적으로 술 취한 상태를 정신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질병상태로 정의함으로써 술취해서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경감해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원유철 의원실 "강제 입원이 아니라 응급 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