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원내대표, 무능하거나 치졸하다

[게릴라칼럼] 벼랑끝에 몰린 서민경제, 집권 여당 책임 없나

등록 2012.08.28 14:31수정 2012.08.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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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될 리가 있냐? 세상이 온통 죽겠다고 난리인데. 그래도 어쩌누. 애들 데리고 살아야지. 옥수수하고 나물하고 좀 싸 보냈다. 서울서는 그것도 전부 돈 주고 사야 되니..."

칠순을 넘긴 어머니가 시골 텃밭에서 키운 옥수수며 호박을 싸 보냈다. 잘 받았다는 전화 말미에 어머니는 아들에게 장사 좀 되냐는 말을 어렵게 꺼냈다. 괜찮다고, 힘들기는 하지만, 밥 못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농담에도 영 못 미더운 듯 '그래도 열심히 살아라'는 말을 몇 번이나 다짐처럼 하고 전화를 끊으셨다.

'자영업자가 어렵다' 라는 뉴스가 쏟아지면서 늙으신 어머니뿐만 아니라 지인들까지 한결같이 '괜찮냐, 별일 없냐?'는 말을 먼저 꺼낸다. 자주 겪는 일이지만 참 당혹스럽다. 사정을 짐작하고 걱정되어서 하는 물음에 떼돈 번다고 허풍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나 혼자만 당하는 일인냥 빈 주머니를 헤집어 보이고 징징 우는 소리를 할 수도 없는 일. 먹고는 산다고 얼버무리고 나면 이번주에는 로또라도 사서 인생역전을 꿈꿔 볼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국민소득 4만불 주인공?

a 복지의 그늘 이들에게 국가는 무엇일까?

복지의 그늘 이들에게 국가는 무엇일까? ⓒ 안호덕


서민들 살림살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가계 부채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계속된 경고음에도 아랑곳없이, 가계부채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올해 2분기 들어서 제2금융권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전체 가계대출 중 36.7%에 이르는 비은행권 대출은 시중은행에 돈줄이 막힌 서민들의 절박함을 고스란히 나타내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빚내서 빚갚기'의 악순환에 서민들이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747(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강국 진입) 공약대로라면 지금쯤은 국민소득 4만 달러의 주인공이 되어 있어야 할 서민들이 은행권 대출마저 막혀 제2 금융권의 돈을 빌려 빚을 갚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피잣집, 치킨집, 동네빵집이 망해서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비정규직에 줄을 서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도산 행렬, 그리고 망한 자리에 다시 간판을 바꿔 다는 다른 서민들의 헤어날 수 없는 빈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모든 것들은 서민들에게 맞추어져 있지 않았다. 박근혜 의원의 줄푸세 공약(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원칙 세우고)은  이명박 정부가 고스란히 실천했다. 그러나 이는 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자본과 대기업을 위한 내용이었고, 부자들에게 부를 몰아주기 위한 수단이었다. 세금은 부자일수록 더 크게 줄었고, 각종 규제는 대기업 이해 관계에 따라 풀었줬다. 법은 권력자와 자산가들에게는 관대했고 반대편에 섰던 자들이나 서민들에게는 가혹했다.


이명박 출범 초기 소위 강만수 사단이라고 일컬어지는 경제 관료들은 억지스러우리만치 고환율 정책에 집착했다. 출범 초기 947원이었던 환율을 1년만에 1276원(2009년 평균환율)으로 끌어 올린 결과는 놀라왔다. 세계적인 불황에도 삼성을 위시한 대기업은 환율 효과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냈고, 수출 대기업은 109조 돈벼락을 맞았지만 서민들은 한가구당 1000만원의 돈을 고환율 비용으로 감당해야 했다.(<고환율의 음모> (송기균저. 21세기북스))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대기업 곶간을 채워 준 격이다.

부자의, 부자에 의한, 부자를 위한 정권


a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남일당 건물터 6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남일당 건물터.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건설사 살리기라는 주장이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남일당 건물터 6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남일당 건물터.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건설사 살리기라는 주장이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 안호덕


그러나 서민들 호주머니 털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기업이 대형마트와 SSM을 앞세워 골목 시장을 유린할 때 '시장 자율과 공정 경쟁'을 이야기 하면서 대형마트 규제는 불가를 역설했던 이명박 정부였고 상생법과 유통법이 FTA와 충돌을 한다며 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룬 것도 정부 관료와 여당이었다. 그 결과 대형마트와 SSM은 크게 늘어났고, 재래시장은 매출이 극감했다. 또한 대형마트와 SSM에 고객을 빼앗긴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했다.

기름값은 또 어떤가? 고환율과 정유사의 욕심이 맞물려 휘발유값은 또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어서는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리터당 2000원이 넘어서면 고려해 보겠다던 유류세 인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고, 알뜰 주유소 허가 남발은 영세한 주유소 도산을 불러왔다. 여기에 한술 더떠 대기업 삼성토탈을 제5의 정유사로 허가하고, 대형마트에 주유소를 유치하겠단다. 이것이 유가대책인지, 서민들 고통을 이용한 대기업 밀어주기인지 분간되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는 이명박 정권 최대의 실정이라 할 수 있다. 무려 17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 냈지만 서민들에게 살 집을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니라 건설사 살리기에 중심이 맞추어져 있다. 끊임없는 대출의 부추김에 집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하우스푸어 계층은 급속히 확대되었고 이제는 국가적 재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대두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해법은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이었다. 여야가 합의해서 한차례 유예한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 노동자의 최저 임금100% 지급을 대량해고 사태 운운하며 또다시 3년 유예를 선언한 것도 이명박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한 일이었다. 생존권 투쟁에 사병처럼 용역들을 동원하여 폭력 진압을 서슴치 않는 자본과 이를 팔짱끼고 지켜만 보는 공권력. 이렇듯 이명박 정부의 고용정책은 자본에게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저가 마켓팅에 불과했다.

도를 넘는 기업 프랜들리 정책 5년, 자본이 살찌고 서민의 살림살이가 곤궁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세계적 경제침체 탓'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얻으려면, 우리나라 대기업이 지난 5년 사상 최대의 흑자 행진을 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 경기 침체에서 나홀로 흑자행진이 차라리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대기업의 곳간을 채웠다는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다.

묻지마 범죄가 민주당 탓이라니...

a  이한구 원내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 남소연


총 가계 부채 1000조, 전체 가구의 70%가 빚더미에 올라 않는 2012년 서민경제. 이것이 이명박 정부가 꺼내 놓기 싫은 초라한 경제 성적표다. 하우스푸어, 워크푸어, 에듀푸어 같은 생소한 이름들은 이러한 정부가 국민소득 4만불 약속 대신 안겨준 반갑지 않는 선물이었다. OECD 자살율 세계 1위의 부끄러운 기록도,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칼을 휘두르는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는 것도 절망의 벼랑에 몰린 서민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여의도 칼부림을 자행한 서른살의 김씨. 그의 행위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초라한 고시원에 거주지를 두고 200원의 현금과 교통카드 한 장이 전부인 그의 삶과 이 땅을 사는 2030의 삶이 많이 다를까라는 생각이 든다.  희망 없는 삶을 살고 있는 2030 젊은이들에게 단지 윤리와 법규범을 앞세우는 게 더 잔인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책임은 부자에게 부를, 가난한 자에서 빚을 안겨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있다. 정책의 동반자였던 새누리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책임을 통감해야 할 그들은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이 묻지마 살인에 영향을 줬다는 얼토당토 않는 공격을 야당에게 퍼붓고 있다. 심지어는 인터넷 악플의 원인이 민주당이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발언은 '모든 것이 노무현 탓'이라는 이전 한나라당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병든 사회가 야당과 나꼼수, SNS의 책임이라고 한다면 정권재창출을 공공연하게 부르짖는 새누리당은 과연 어떤 정권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엄청난 서민경제의 대란이 예견되는 불안한 전조 현상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전조 현상에도 야당 탓하는 집권여당의 원내대표. 위험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하건지, 알고도 치졸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는 건지, 한 번쯤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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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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