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시 근덕면 덕산리 '8·29공원' 안에 서 있는 '원전백지화기념탑'과 '원전백지화기념비'. 8·29공원은 1993년 8월 29일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하며 근덕면민이 총궐기대회를 개최한 것을 기념해 조성한 소공원이다.
성낙선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와 근덕면원전반대투재위원회는 29일 '8·29 기념일'을 맞아 성명을 발표하고, "삼척 핵발전소를 막아내고 삼척을 온전히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밝혔다.
'8·29 기념일'은 19년 전인 1993년 8월 29일 삼척시 근덕면민들이 근덕초등학교에서 모여 대규모 핵발전소 반대 시위를 벌인 사건을 기념해 지정한 날이다. 이날 열린 시위는 삼척시가 생긴 이래 최대 규모였다.
이 날을 기점으로 삼척시민들은 약 6년여 간의 긴 투쟁을 벌인 끝에 1998년 12월 마침내 삼척시에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삼척에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건 꿈조차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처리장을 모두 막아낸 역사를 간직한 삼척시민들의 힘으로 핵발전소를 막아낸 걸 기념해, 삼척시민들은 1999년 11월 근덕면 덕산리에 '원전백지화기념탑'을 세웠다. 탑이 있는 곳에는 '8·29공원'을 조성했다. 그리고 매년 당시 삼척시의 시민 모두가 일치단결해 핵발전소를 막아낸 역사를 되새겼다.
삼척시민들의 핵발전소 반대 역사는 2005년에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지역에 '핵폐기물처리장'을 건설하려는 시도를 막아낸 것이다.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처리장을 모두 막아낸 경험이 있는 삼척시민들은 이후로 지역에 다시 핵 관련 시설을 들여오려는 시도가 되풀이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원전 르네상스'를 꿈꾸는 이명박 정부의 시도는 끈질겼다. 2010년 12월 김대수 삼척시장 주도하에 삼척시는 다시 한국수력원자력(주)에 핵발전소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 그 후 '핵발전소 유치' 문제는 뜨거운 논란이 됐다.
핵발전소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수력원자력(주)는 2011년 12월 마침내 삼척시를 핵발전소 건설 예정지로 선정했다. 2011년은 그 해 3월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핵발전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이 의혹으로 가득 차 있던 때다.
삼척시가 핵발전소를 유치하려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삼척시민들은 다시 핵발전소 반대 투쟁을 전개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다시 시작된 싸움, "핵발전소 유치는 삼척시민에 대한 역사적 배신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