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KBS와 MBC, 봐줄 수 있겠습니까

[게릴라칼럼] 정부·여당 편향적인 방문진과 KBS 이사회

등록 2012.09.04 13:10수정 2012.09.0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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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은 이런저런 불법 의혹마저 받고 있고 무엇보다도 여론이 굉장히 나쁘지 않나. 이런 사태를 방치했을 경우에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선 가도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지난 6월 25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오는 8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이 바뀌게 되면 관례에 따라서 경영 평가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언론장악 청문회와 더불어 MBC 파업 문제가 19대 국회 개원을 둘러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협상의 마지막 쟁점으로 떠오를 무렵이어서 관심이 뜨거웠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측근이었던 인사가 간접적으로나마 MBC 김재철 사장 퇴진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각 언론들이 '새 방문진 구성과 함께 MBC 김재철 사장이 퇴진할 것'에 방점을 찍을 만도 했다. 언론 청문회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불과 이틀 후인 6월 27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찬물을 끼얹었다.

"저는 그게 무슨 말인지 당최, 그 분(이상돈)이 지금 우리 당하고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이 대표는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원내대표로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김재철 사장 8월 교체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아니나 다를까. 방문진 구성 과정에서부터 그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새로 구성된 제9기 방문진은 지난 8월 27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8기 이사장을 역임한 김재우 이사를 연임하기로 했다. 그러자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 이사회 구성 과정에서도 불협화음이 새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긴 파업을 마치고 방송사 종사자들이 업무에 복귀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들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심상치 않다.

[#사례 ①] 공금유용· 논문표절 시비 휘말린 방문진 이사장 연임, 왜?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권우성

방문진 역사상 이사장 연임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김 이사장은 공금유용과 논문표절 의혹에 휘말려 자격과 도덕성 시비가 이사 선임 이전부터 일었다. 2011년 방문진 자체 감사결과 그는 공금을 과다 유용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어떠한 문책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죽했으면 MBC 노조는 8월 27일 국회에 제출된 김 이사의 법인카드 사용 명세서 가운데 '휴일 사용 과다', '500만원 어치의 와인 구매', '멤버십 클럽 사용 등 부적절한 이용 내역' 등 의혹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그는 또한 박사논문 표절의혹까지 받고 있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김 이사의 2005년 박사학위 논문이 "매우 심각한 수준의 표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은 그를 방문진 이사장에 연임시킨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그는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170일간 최장 기한 진행된 MBC 파업사태를 수수방관하고, 김재철 사장을 감싸는 데 급급했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김재철 사장을 순순히 물러날 수 있도록 하겠는가.


김 이사의 방문진 이사장 연임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시민단체가 들끓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국언론노조는 김 이사장 연임에 대해 성명을 내고 "김재우 이사장의 즉각 사퇴는 물론, 여야가 국민들과 언론노동자들에게 약속한대로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을 조속히 해임시키고 공영방송 MBC 정상화에 즉각 나설 것"을 요구한 뒤 "만일 김재우 이사장에 이어 김재철 사장마저 해임되지 않는다면, MBC 정상화 대신 또 다른 방식의 장악에 나선다면, 언론노동자들과 다시 한 번 전면전을 치르겠다는 뜻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김재우 이사는 논문표절과 공금유용 등의 혐의로 공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인품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 과연 방문진이 9월 정기 이사회에서 '김재철 사장 진상 소위원회'를 제대로 진행할지 두고 볼 일이다.

[#사례②] MB정부 내내 '측근 인사'... 방통위, 방문진 위에 '군림'

참으로 희한하다. 공영방송의 공정성 훼손을 방치한 잘못은 차치하고라도 김 이사장은 논문표절과 공금유용 의혹 등 도덕적으로 드러난 문제점이 수두룩한데도, 정부와 새누리당의 엄호 속에 방문진 이사장에 연임된 배경은 뭘까. 특히 대통령은 보란 듯이 그를 방문진 수장으로 다시 앉히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정권 최고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정권 최고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자료사진) 유성호
'측근 인사', '오기 인사'의 극치다. 이런 뻔뻔함이 MB 임기 말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분노에 앞서 허탈감마저 든다. 김 이사장의 연임으로 더욱 염려되는 것은 MBC의 공정성 회복문제다.

김 이사장의 연임은 MB 정부와 새누리당이 '김재철 체제', 'MB씨 체제'를 대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방문진 8기 위원장 시절, 김재철 사장을 비호했던 그가 이제 와서 새삼스레 김 사장의 책임을 묻고 나설 리 만무하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문제는 방문진 위에 군림하는 방송통신위원(방통위) 구성부터가 잘못된 탓이 크다. 방문진은 이사회와 이사회를 보좌하는 사무처로 구성돼 있지만 이사회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MBC 사장 선임을 하는 방문진 이사회는 방통위에서 임명하는 9인의 이사와 1인의 감사로 구성되기 때문에 친정부·여당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방문진 9명의 이사 모두를 방통위가 임명하는데, 현 이사회의 경우 방송계 안팎에서 대통령 몫 3명, 여당 추천 몫 3명, 야당 추천 몫 3명으로 분류되고 있다.

방문진의 상임기구라 할 수 있는 방통위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 상임위원 3인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인 중 1인은 국회 여당 또는 여당이었던 교섭단체에서 추천하며, 나머지 2인만이 야당인 교섭단체에서 추천하여 그나마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 측근이자 멘토로 잘 알려졌던 최시중씨가 초대 방통위원장 자리에 올라 연임이 가능했던 것도 바로 대통령의 지명과 임명이 수월한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정치적 독립,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이뤄질 리 없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묶어 최고 권력의 편에서 시중을 들 수 있도록 해놓은 법적·제도적 잠금장치를 풀지 않는 한 언제라도 공영방송은 편향적으로, 한쪽 날개로 전파를 타고 대한민국 상공을 날 수밖에 없는 위험한 상황이다.

[#사례③] KBS 이사회, 정부·여당편 7명 야당편 4명... '공정' 가능할까?

이뿐만이 아니다. KBS 사장 선임과 직결된 KBS 이사회 구성도 문제다. 11명의 이사로 구성되는 KBS 이사회도 방통위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KBS 이사회는 정부·여당 측 7명, 야당 측 4명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하도록 돼있어 친정부·여당 편향적 인사가 사장에 임명될 공산이 크다. 이 역시 공영방송 정상화와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방통위는 최근 여당 추천 이사 7명, 야당추천 이사 4명 등 9기 KBS 신임 이사회 인사들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 뒤 재가를 받았지만 이사장으로 유력한 이길영 감사와 관련해 자격 논란이 끊이질 않고 않다. 이 역시 친정부·여당 편향적 다수인사 추천제도의 구조적 문제가 낳은 모순이다. KBS 새노조가 방통위와 KBS를 상대로 지난 8월 30일 국민감사를 청구한 것도 바로 이런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다. KBS 새노조는 "방통위가 부적격자인 이길영 감사를 대통령에게 이사로 추천한 것은 '공익 침해'"라고 주장했다.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7월 31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민주의 터'에서 '비리인사 추천 철회와 부당징계 분쇄를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길영 현 감사의 차기 KBS 이사 선임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95일 동안 파업을 벌였던 조합원들은 복귀 이후 53일만에 첫 집회를 열고 "이길영 감사는 온갖 부정부패 의혹에 휩싸인 인물이며 지난 2008년 대구경북 한방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재직 당시 친구 아들을 부당한 방법으로 채용했다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당한 인물이다"고 주장했다.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7월 31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민주의 터'에서 '비리인사 추천 철회와 부당징계 분쇄를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길영 현 감사의 차기 KBS 이사 선임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95일 동안 파업을 벌였던 조합원들은 복귀 이후 53일만에 첫 집회를 열고 "이길영 감사는 온갖 부정부패 의혹에 휩싸인 인물이며 지난 2008년 대구경북 한방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재직 당시 친구 아들을 부당한 방법으로 채용했다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당한 인물이다"고 주장했다. 유성호

감사 청구서에서 KBS 새노조는 "KBS 이사 후보 추천과 임명은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는데 부합하는지에 대한 능력요건을 함께 평가하여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이길영씨는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이사의 능력요건에 현격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노조는 이길영 감사에 대해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특정정당(당시 한나라당) 경북도지사 후보였던 김관용 후보자의 선대본부장과 인수위원장을 역임한 것', '보도국장 시절 문공부 홍보정책실과 접촉해 특정정당의 뉴스 할당 정도 및 순서 등을 협의하는 등 KBS 뉴스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한 것', ' 2008년 감사원 감사 결과, 대구경북한방진흥원장 시절 친구 아들을 부정 채용한 사실이 밝혀져 감봉 3개월 중징계를 받은 것', '다닌 적도 없는 고등학교 졸업을 사칭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하고 나섰다.

KBS 새노조는 이 감사가 당장 9월부터 이사로 활동하게 되면서 생기게 될 감사업무 공백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만약 이 감사가 새로운 KBS 이사회 이사장이 된다면 임기가 11월까지인 현 KBS 김인규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사회가 앞으로 3년 동안 KBS를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여전히 친정부·여당 편향적인 이사가 다수인데다 이사장마저 그쪽이라면 편파성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방문진· KBS 이사회 개편 절실... 정치적 독립 필요

경력, 도덕성, 전문성보다는 권력의 코드에 맞는 인사가 방문진과 KBS 이사회를 좌지우지하는 한 양대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물론 방송의 본령조차 위협받게 될 것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 대통령·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인 6대 3의 방문진 구도와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으로 구성되는 KBS 이사회 구도를 개편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킨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한국방송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이 결의대회를 마친뒤 김재철 사장의 면담과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1970년 협회가 설립된 이후 최초로 드라마, 예능, 교양, 라디오 등 모든 부분의 방송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PD수첩 작가들의 전원복귀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킨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한국방송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이 결의대회를 마친뒤 김재철 사장의 면담과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1970년 협회가 설립된 이후 최초로 드라마, 예능, 교양, 라디오 등 모든 부분의 방송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PD수첩 작가들의 전원복귀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유성호

현행 여야 6대 3 또는 7대 4의 이사회 구도로는 합리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없다. MBC와 KBS가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들 방송사의 사장 인사에 직접 개입하는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직속기구로 된 방통위부터 정치적으로 독립시켜야 한다. 또한 국민 대표성을 높이는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방송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굳건한 권력의 자물쇠가 잠겨 있는 한 공영방송의 국민 참여와 공정성 확보는 기대하기 어렵다. 

보라.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 등을 외치며 MBC 노동조합은 170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95일간의 긴 여정을 중단하고 복귀했지만 달라진 게 없지 않은가. 파업이 끝나자마자 사측이 휘두르는 해고와 정직 등 매서운 '탄압칼'이 더욱 날을 치켜세우며 노조 집행부를 압박하고 있고, 현장을 누벼야할 동료들은 파업 이후 변방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PD수첩> 작가들이 무더기 해고되는 등 권력비판 프로그램에 대한 옥죄기는 여전하다.

지난 대선시절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측근이 아직도 KBS 사장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고, 공영방송 MBC를 'MB씨'로 전락시켰다는 따가운 비판과 함께 온갖 추잡한 구설수에 휘말린 인물이 MBC 사장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친정부·여당 편향적인 사장들도 모자라 새로운 사장 임면권을 가진 방문진과 KBS 이사회 절반 이상이 친정부·여당 편향적 인사들로 포진돼 있는 한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 그러는 사이에 대선이 불과 석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양대 공영방송사가 과연 지금의 구도에서 공정성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방문진 #방통위 #KBS이사회 #방송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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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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