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파티한국에서라면 엄두도 못 낼 소고기 바비큐 파티가 내 눈 앞에 있다. 미국에서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거의 비슷하다.
최성규
소득이 없는 유학생 가족은 미국 법에 의하여 저소득층으로 분류가 된다. 주마다 기준이 다른데 켄터키 주의 경우 4인 가족 기준 월 소득이 2907달러 이하면 메디케이드 적용 요건을 갖추게 된다. 덕분에 아이들은 메디케이드(medicaid) 자격을 부여받았다. 메디케이드는 메디케어와 함께 미국 의료복지의 양대 산맥인데 이들이 19살이 될 때까지 소요되는 모든 의료비를 공제받을 수 있다.
시민권이 없는 부모들은 여행자 보험으로 의료보험을 대신한다. 사촌형 내외는 1인당 500달러 상당의 비용을 연간 지불하고 있었다.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가입토록 하는 기초 의료보험이 1500달러임에 비춰보면 상당히 저렴하다.(여자는 임신·출산 관련 의료수요가 있다는 이유로 2배인 3000달러에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모든 보험이 그렇듯이 상담을 위한 단순 내원이나 기왕력이 있는 질환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접수비(Deductible)로 내는 100달러는 보험적용이 되지 않고 자가 부담이다. 대다수의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유학생들도 웬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
다행히 한국인이라도 출산 시에는 주에서 운영하는 산전 프로그램(prenatal program)에 의해 응급 메디케이드(emergency medicaid)를 제공받을 수 있다. 단, 적용 범위는 정상적인 자연 분만에 국한된다(제왕절개도 포함된다.) 조기 출산으로 쌍둥이를 출산했던 한 산모는 20만 달러의 의료비 청구서를 받았다. 한 아기가 미숙아라 의료비가 더욱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다행히 일반 보험에 들어둔 덕분에 커버는 할 수 있었다. 허나 한 번 뿐이다. 큰 보험금 지출을 겪었던 보험회사는 보험갱신을 거부했다.
밤중에 응급실을 방문하면 기본 1000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니 무서워서 병원을 못 갈 판이다. 본인도 한국에서 응급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새벽녘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하고 5~6만원 가량의 진료비를 낸 기억이 난다. 그마저 비싸다고 투덜거리지 않았던가.
보란 듯이 가난하지 않아 메디케어에 끼지 못한 어정쩡한 미국인들은 민영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한국의 전국민건강보험제도와 같은 공적 의료보험과는 달리 민영보험은 기본적으로 보험료가 상당히 높다.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며 의료보험 가입을 포기한 사람이 전 국민의 15%인 5000만 명. 그들이 겪는 고통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Sicko)에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전문의 체계 또한 우리와 다르다. 사촌형은 중이염을 앓는 아들을 소아과 의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항생제 처방 하나를 주면서 중이염 전문 소아과 전문의을 소개해주었다. 같은 치주질환인데도 통증부위가 이빨인지 잇몸인지로 분류하는 바람에 치과 전문의 세 명을 연달아 찾아간 적도 있다. 분과별로 질환이 세분화될수록 치료에 걸리는 비용과 시간은 늘어난다.
그래서 한인들의 경우 미국 병원대신 한의원에 대한 갈망이 크다. 허나 이 곳 켄터키는 유독 의료시설이 열악한 지방. 가뭄에 단비 내리듯 매년 한 번씩 선교차원에서 의료봉사가 이루어진다. LA에 거주하는 독실한 한의사 장로님이 직접 오셔서 진료를 한다. 그때는 인근 한국인들이 모두 모여들어 일주일 내내 치료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