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밤샘 노동을 없애고 내년 3월부터 주간2교대제를 시행한다. 사진은 지난 2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권우성
그렇다면 밤샘근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당사자들과 주변의 반응은 어떨까?
현대차 울산공장의 주간연속 2교대제는 정규직, 비정규직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또한 그동안 현대차 울산공장이 있는 북구 양정동, 염포동 지역과 거주자가 많은 명촌지역의 상가는 퇴근 후 현대차 직원 단체손님이 매출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들은 모두 주간2교대제 시행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우선 비정규직의 경우 근무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으면서도 심야 근무가 없어지는 것을 반겼다. 한 비정규직노동자는 "정규직은 노조 힘이 세고 단결력도 좋아, 앞으로 노동 강도는 세지겠지만 근무시간이 줄어드는데 따른 임금 보전을 일정부분 받지 않겠나"라며 "하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임금 보전이 될지 의문"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행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비정규직은 "어쨌든 야간 근무가 없어져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 정규직 노동자는 "가정에서의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폭행 사건 같은 일들이 불거질 때면 야간에 일하면서 불안해 하는 동료들이 많았다"면서 "이제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겼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 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을 분석해온 현장조직은 주간2교대제가 노동자들의 가정에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주야간 맞교대가 갑자기 바뀌어 가족 간의 갈등요인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주야 맞교대를 하는 대부분 제조업체들이 비슷한 형태지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경우 일주일은 오전 8시에 출근해 잔업을 포함해 오후 8시경 퇴근했다. 또 다음 주는 오후 9시 출근해서 밤새 근무한 후 다음 날 오전 8시쯤 퇴근 하는 생활을 유지해왔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우 주간만 근무하는 직원을 제외하면 정규직·비정규직 합해 3만여명이 이런 근무를 해왔다. 자동차 부품업체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아내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제2민주노조 하부영 교육실장은 "수십 년을 맞교대에 적응해온 아내들의 입장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3월부터 주간2교대제가 시행되면 아내들은 일주일은 오전 6시 정도에 식사준비를 해야 하고, 일주일은 새벽 1시까지 남편을 기다려야 한다.
그는 "그동안 남편의 주야간 근무로 부부간의 대화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앞으로 오후 3시에 퇴근하는 남편과 하루 종일 맞닥뜨려야 하는 아내의 입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내들이 그동안 지켜오던 자신의 일상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