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파로호 주변 농가,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배를 이용해야 읍내에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오지이다.
신광태
할아버지는 군청에 그렇게 말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사람은 잠시 기다리시란다. 그러고는 전화를 다른 곳으로 돌려준다. 다른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한밤중에 산짐승들이 밭으로 내려와 농사를 다 망쳐놨어요. 보상해 주실 수 있나요?" "전화를 잘못하셨어요. 제가 해당 부서에 전화를 돌려 드릴게요." 최초에 전화를 받은 사람은 산짐승에 의한 피해니까 산림 관련 부서로 연결한 것이다. 그런데 그곳이 담당부서가 아닌 모양. 해당부서에 전화를 돌려주겠다던 사람의 잘못인지 전화가 갑자기 끊겼다.
할아버지는 다시 처음과 같이 대표전화를 전화를 했다.
"아까 전화했던 사람인데, 산짐승들이 농사를 망쳐서..." "잠깐 기다리세요. 돌려 드릴게요." 할아버지는 '좀 전에 전화를 돌려 준 곳이 담당부서가 아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사람은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고 전화를 연결한다. 다시 좀 전에 통화를 한 직원이 받는다.
"전화가 끊긴 것 같은데, 산짐승들이 우리 농사를 다 망쳐서 그러는데요" 담당자는 잠깐 기다리라며 해당부서에 전화를 연결해 준다.
"한밤중에 산짐승들이 밭으로 내려와 농사를 다 망쳐놨어요. 보상해 주실 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벌써 똑같은 말을 5번 반복했다. 할아버지로부터 설명을 끝까지 들은 직원은 그것은 내 업무가 아니고 담당직원은 지금 휴가 중이니까 이틀 뒤에 다시 전화를 하란다. 알았다고 끊고 나서 할아버지는 이내 후회했다. 직통 전화번호를 물어본 다는 것을 깜박한 것이다.
이틀 뒤 같은 일을 되풀이해서야 담당자와 연결이 됐다.
"할아버지! 산짐승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165㎡ 이상일 경우에 해당되고, 피해액이 20만 원 이상일 때 보상이 가능해요." 도시에 사는 아들과 딸들에게 보내주기 위해 심은 콩을 가격으로 환산했을 때 20만 원은 되지 않을 것 같아 김 할아버지는 포기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화가 난다.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전화를 받은 사람들에게 10번을 똑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위 내용은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경우를 가정해 본 글이다.
민원편의 해법은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