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좋은 스승, 독립운동가 조동호 선생

조동호 선생 58주기 추모제전 및 학술포럼을 앞두고

등록 2012.09.08 16:33수정 2012.09.0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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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가고 산들 바람이 불어오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반가운 초대장이 있습니다. 제가 받은 것만 해도 10여 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을 의미 있게 살다간 분의 추모제전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삶에 힘이 됩니다. 더욱이 일제 36년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시종일관 독립운동에 헌신한 분이라면 이름 그 자체로 우리의 사표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너나없이 자신의 몫만을 챙기는 세태, 더불어 살아가자는 구호가 공허하기만 한 시대를 살아가자니 조국 독립을 위해 몸을 던진 분들의 삶이 더욱 귀하게 여겨집니다. 그분이 세상을 뜬 지 벌써 58년이 되어가는군요. 초대장엔 탄신 120년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그분이 1892년에 이 땅에 태어난 것이 됩니다. 그분은 독립운동가 유정 조동호 선생이십니다.

나약한 인간들은 주위 환경의 지배를 쉬 받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주 운위되는 것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입니다. 유정 선생은 모든 게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오늘날 나 외의 대상을 생각하게 하는 분입니다. 이웃을 생각하고 국가와 민족 속의 나를 발견하게 만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운동가 유정 조동호 선생은 우리의 좋은 스승이 되는 셈입니다.

그분의 추모 기일은 9월 11일입니다. 모든 걸 음력으로 역산(曆算)하던 시대에 세상을 달리하셨음에도 양력을 추도일도 지키는 것을 보면 그분이 시대를 앞서 가셨듯, 유정 선생의 후손들도 깨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독립 운동가를 잊지 않고 기념사업회까지 조직해서 매년 고인의 뜻과 정신을 기리는 것은 작은 정성들이 모여 큰일을 해내는 것 같아 보기 흐뭇하기까지 합니다.

유정 선생의 금년 추모 기일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9월 11일 화요일 오후 3시 30분으로 되어 있군요. 장소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옥살이를 한 현장, 유서 깊은 서대문독립공원 안에 있는 독립관으로 되어 있습니다. 좋고 넓은 장소가 많은데도 이 독립관을 고집하며 유정 선생을 추모하는 것은 그 분의 독립 의지를 본받고자 하는 마음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기념사업회가 존재하고 있지만  유정 조동호선생기념사업회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유정 추모제전은 추모식만으로 그치지 않고 학술 포럼이 2부로 이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유정 선생에 대한 굵직한 연구물들이 이 포럼을 통해 발표됩니다. 이번에는 평택대학교 황묘희 교수가 '독립신문을 통해 본 조동호의 항일의식'을 주제로 논문 발표가 예정되어 있더군요.


관계 인사들에게 미리 배포된 논문을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임시정부 기관지였던 <독립신문>을 일일이 뒤져 유정 선생에 대한 기록을 찾아내 그의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항일 민족사상을 탐구해 낸 황 박사의 열정을 발표 논문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매년 발표되는 논문들이 모여져 한 권의 책으로 상재될 날을 기다리게 됩니다. 독립운동가 유정 선생은 그만큼 우리 후대 사람들에게 하실 말씀이 많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정도(正道)가 길을 잃고 사도(邪道)가 판을 치는 시대의 반영일 듯도 싶습니다.

이번 추모제전의 식순을 살펴보았습니다. 사회는 이헌붕 사무총장이 맡기로 돼 있군요. 이 사무총장은 기념사업회를 이끌어 나가는 살림꾼입니다. 다른 추모제전에서 보기 힘든 것 하나가 유정 추모제전엔 들어가 있습니다. 기도가 그것입니다. 유정 선생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고, 일제에 항거하는 독립운동을 할 때에도 중요한 문제를 하나님께 늘 의탁하는 유정 선생이었음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그 기도를 제가 맡았습니다.

이어 여상화 이사의 경과보고, 독립운동 연구자이기도 한 정영희 회장(인천대 명예교수)의 개회사 그리고 백수(白壽)를 바라보면서도 청년의 기상으로 민족 통일 시를 수놓는 이기형 시인의 추모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추모사는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지조와 민족을 사랑하는 기개로 정치를 했고, 지금은 (사)항일독립운동가단체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원웅 전 의원이 맡기로 되어 있습니다. 김 회장의 부모님(김근수-전월선)은 엄혹했던 일제 때 만주에서 풍찬노숙하며 독립 의지를 불태운 부부 독립투사로 유명합니다.

일제 때 친일했던 사람은 해방 뒤에도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어려움 없이 살고,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도리어 빈한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극우 세력이 세상의 주류로 자리하며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독립운동가 집안의 어려운 생활을 엿들을 때마다 내가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마음이 조여 옵니다. 얼마 전, 1975년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장준하 선생 가족의 어려운 생활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왜곡된 현대사를 돌이켜보게 됩니다.

민족이 해체되어 가는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다지만 최소한의 자기 정체성은 필요합니다. 민족 안에서의 자기 정체성도 가끔은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제1공화국을 친일파들의 합법적 활동 공간으로 만들어 준 이승만이 건국의 아버지로 존숭 받고, 5.16 쿠데타를 구국을 위한 군사혁명으로 부르기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과 공존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합니다. 이런 세태가 지속되면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등 을사오적도 애국자로 둔갑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심히 걱정됩니다.

유정 추모제전에서 유족예사(遺族禮謝)를 하는 조윤구 이사는 조동호 선생의 장남이 됩니다. 그의 간단없는 노력이 사회주의자라며 독립운동가 반열에 세우기를 꺼려하는 관계 기관을 움직여 부친인 유정 선생이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 받게 했고, 묘소를 이천에서 대전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천장(遷葬)하게 만들었습니다. 장남 조윤구 이사는 지금 유정 기념사업회 상임 이사를 맡고 있으면서 사업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장애로 불편한 몸을 가지고도 정의를 사랑하는 열정과 부모에 대한 효심으로 이 일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올바로 살다 간 선조들에 대한 예우는 후대가 지어야 할 기본 의무입니다. 삶의 질 제고와는 무관하게만 보이는 4대강 개발에 수십 조 원을 쏟아 붓기 이전에 독립운동가 가족을 지원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살피는 데 눈을 돌리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9월 11일 오후 3시 30분 1부 추모 제전과 2부 학술 포럼이 끝나고, '참석하신 분들에게 간략한 만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란 글귀가 깨알 같은 글씨로 초대장 하단에 인쇄되어 있습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추도제전이 끝나고 참석한 사람들이 근처 식당으로 가서 조촐하게 식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참석할 때마다 그 식사 자리가 작지만 의미는 어느 화려한 만찬 못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려웠던 일제시대, 독립의지를 불태우며 강퍅한 왜(倭)와 맞섰던 선열들의 호흡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은 분들은 추모제전에 참석해서 함께 정의의 숨결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자리에 시간을 내서 참석하는 것이 후손된 사람의 작은 도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유정 조동호 #58주기 추모제전 #서대문 독립공원 독립관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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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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