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학산9월의 억새평원...
이명화
다시 가을이다. 한여름이 계속 될 것처럼 대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여름은 서둘러 뒷걸음 치고 성큼 가을이 왔다. 극성스레 울어대던 매미는 서둘러 떠났고 온 들판에는 귀뚜라미와 가을 풀벌레소리도 가득 채웠다. 높이 울던 매미 소리 멎고 귀뚜라미 낮게 운다. 매미소리가 밖의 소리라면 귀뚜라미 소리는 안에 소리, 내면의 소리다.
이제 우리 생각도 깊어져 한 줄기 바람 스쳐도 깨달음을 얻고 사색의 문이 열린다. 9월의 들판엔 겨울이 오기 전에 서두르는 가을 열매들 속살 채워가기 바쁘고 하늘은 더 높고 그윽해진다. 처서를 지나면서 바람이 식고 식어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소슬하고, 밤늦게 침실에 누우면 소름이 돋아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긴다. 가을이다.
가을은 억새의 계절. 오늘 우리는 부산 사하구의 억새 명소 승학산을 만나러 간다. 우린 한 겨울 추위 속에서도 함께 산을 올랐고, 따사로운 봄날, 온 대지에 꽃 축제를 벌인 양 앞 다투어 봄꽃 찬란했던 봄의 향연 속에서도 우린 함께 했다. 불볕더위에 델 것 같은 한 여름 폭염 속에서도 우리는 그렇게 함께 산을 올랐다. 산을 만났고 회원들과 뜨거운 마음을 나누었다. 동행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