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학산 억새평원에서, '강남 스타~일'

억새 명소, 승학산을 만나

등록 2012.09.12 18:34수정 2012.09.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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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산 9월의 억새평원...
승학산9월의 억새평원...이명화

다시 가을이다. 한여름이 계속 될 것처럼 대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여름은 서둘러 뒷걸음 치고 성큼 가을이 왔다. 극성스레 울어대던 매미는 서둘러 떠났고 온 들판에는 귀뚜라미와 가을 풀벌레소리도 가득 채웠다. 높이 울던 매미 소리 멎고 귀뚜라미 낮게 운다. 매미소리가 밖의 소리라면 귀뚜라미 소리는 안에 소리, 내면의 소리다.

이제 우리 생각도 깊어져 한 줄기 바람 스쳐도 깨달음을 얻고 사색의 문이 열린다. 9월의 들판엔 겨울이 오기 전에 서두르는 가을 열매들 속살 채워가기 바쁘고 하늘은 더 높고 그윽해진다. 처서를 지나면서 바람이 식고 식어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소슬하고, 밤늦게 침실에 누우면 소름이 돋아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긴다. 가을이다.


가을은 억새의 계절. 오늘 우리는 부산 사하구의 억새 명소 승학산을 만나러 간다. 우린 한 겨울 추위 속에서도 함께 산을 올랐고, 따사로운 봄날, 온 대지에 꽃 축제를 벌인 양 앞 다투어 봄꽃 찬란했던 봄의 향연 속에서도 우린 함께 했다. 불볕더위에 델 것 같은 한 여름 폭염 속에서도 우리는 그렇게 함께 산을 올랐다. 산을 만났고 회원들과 뜨거운 마음을 나누었다. 동행이 즐겁다.

승학산 만나러 가다...
승학산만나러 가다...포도원교회등산선교회

오전(9월 7일) 9시 55분. 약속된 시간에 모인 우리 일행은 교회를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마침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하단 가는 시내버스(126번)가 왔고 우린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를 타고 달려 사하구 하단동 동아대캠퍼스 앞에 내렸다. 딱 30분 걸렸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동아대학캠퍼스 옆 산 들머리 앞에서 신발을 고쳐 매고 산으로 들어섰다. 제법 가파른 나무계단 길로 시작되지만 나무계단 길 올라서고 보면 호젓한 숲길로 한동안 이어진다. 소나무 숲은 상쾌하고 호젓하다. 아직 단풍은 이르고 한낮의 햇볕은 뜨겁지만 바람은 소슬하니 가을이라고 속삭인다. 우린 숲길 걷다가 잠시 숨을 돌리며 쉬었다.

이제 호젓한 숲길 걷는 즐거움 느끼며 걷노라면 어느새 의자가 있는 넓은 안부에 닿고 다음엔 조금 힘들고 벅찬 가파른 오름길이 떡 버티고 있다. 이때부터는 한참을 힘들게 땀 삐질삐질 흘리며 숨 가쁘게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숨이 턱에 닿도록 끙끙대며 걷노라면 벅찬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춰 서게 된다. 이때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고 뒤 돌아보면 낙동강줄기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돌아서서 땀 흘리며 낑낑 오르다보면 작은 봉우리에 당도한다.

억새명소... 승학산...
억새명소...승학산...이명화

작은 봉우리 위에 서면 탁 트인 낙동강일대가 펼쳐지고 시야가 넓어진다.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잠시 휴식한다. 바람은 상쾌하고 하늘은 한 뼘 더 도약해 높아져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언덕진 길을 굽어 내려갔다가 다시 처음처럼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야 한다. 이제 한 번 더 고개를 넘어서면 승학산 정상이다. 우뚝 솟은 작은 봉우리에서 내리막길 그리고 다시 오르막길 올라서야 한다. 승학산이 해발 496.3m라 해서 만만하게 볼 산이 아니다. 산세가 제법 험준하고 가팔라 오르락내리락 숨 가쁘게 오른다.


승학산은 부산 사하구 당리동과 사상구 엄궁동의 자연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부산의 등줄 산맥인 금정산맥의 남쪽 말단부분에 솟은 해발 496.3m의 산이다. 산세는 대체적으로 가파른 것이 특징이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전국을 다니며 산세를 살피다가 이곳에 와 보니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학이 하늘을 나는듯하다 하여 승학산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부산 사하구의 명소중의 명소인 승학산 정상에 올라서면 1300리를 달려 온 낙동강 하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닷물과 만나 바다로 스미는 곳이다. 또한 낙동강 하구에 떠 있는 모래톱도.


억새 명소... 승학산 정상에서...
억새 명소...승학산 정상에서...포도원교회등산선교회

승학산 정상에 올라보니 사람들 모습 거의 보이지 않고 우리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승학산 억새능선은 고요하고 하늘은 높고 푸르고 양떼구름으로 수놓고 있다. 낙동강 하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하다. 승학산 정상석 앞에서 망중한, 인증샷을 날렸다.

이제 땀 뻘뻘 흘리며 가파른 경사길 걷는 것은 끝났다. 승학산 정상에서부터는 산보하듯 여유있게 걷는 억새평원이다. 아직까진 억새능선은 연초록빛이 짙고 억새꽃도 많이 피지 않았다. 억새능선 길에 들어서기 전에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점심 도시락을 알뜰히 먹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마치 거대한 짐승의 등뼈를 밟고 가는 듯 이어지는 억새평원. 아직까지 억새꽃은 드문드문 피었을 뿐 연초록 풀밭이 펼쳐졌다. 그 위로 가감 없이 따가운 9월의 햇살이 쏟아졌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상쾌했다. 바람도 들판도 산길도...눈을 들어보는 풍경마다 한 줄기 바람까지도 이젠 가을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인적 없는 억새능선 길에서 문득 심심했을까. 조용하게 있던 한 일행이 갑자기 억새평원에서 '강남 스타~일' 막춤을 추었다. 앞에서 뒤에서 걷던 일행들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고요하던 억새 길에서 폭포수 같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우리는 눈물이 날 정도로 웃어댔다. 고요하기만 하던 능선길에 생동감이 입혀졌고 한판 춤판에 우리의 신명은 더해졌다.

가을... 승학산 억새평원에서...
누워서 보는 가을 하늘...
가을...승학산 억새평원에서... 누워서 보는 가을 하늘...포도원교회등산선교회

억새 명소... 승학산 억새평원에서...
억새 명소...승학산 억새평원에서...등산선교회

9월의 햇살은 능선 길에 쏟아져 내리고 아직 꽃대가 많이 올라오지 않은 억새들은 가을 햇 살 받으며 바람에 나부끼는데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은 여인네들이 요즘 잘나가는 '강남 스타~일'(우린 '부산 스타~일') 춤 한판에 몸도 들썩 억새 길도 들썩거렸다.

유쾌 통쾌하게 웃는 우리들 웃음소리는 째지게 푸른 하늘로 높이 울렸고 억새평원 먼데까지 멀리 퍼져나갔다. 이 한바탕 웃음소리에 우리 마음도 유쾌 상쾌 명쾌해졌고 엔돌핀이 막 솟았다. 워낙에 몸치인 나는 그들의 한판 춤판을 구경하며 배꼽잡고 웃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후련해졌다

눈물이 날 정도로 한 바탕 웃음 날리며 걷는 억새 능선은 힘들게 올라온 뒤에 얻은 고마운 여유였다. 산보하듯 가볍게 걷다가 또 눈군가 먼저 풀밭에 쓰러지듯 누웠고 한 사람 두 사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풀밭위에 벌렁 나자빠졌다. 햇볕이 눈부셨지만 누워서 보니 좋았다. 은가루처럼 쏟아지는 9월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누워 높아진 하늘을 마주 보며 해바라기했다.

이제 다시 일어나 걸었다. 평원길 걸으며 우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능선길 한 가운데쯤 있는 전망대 위에 올라 보기도 하고 풀밭 위에 누워도 보고 돌탑에도 가보고 하다가 소나무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선 서대신동 꽃동네 쪽으로 하산 길로 삼아 내려왔다.

승학산. ...
승학산....이명화

꽃마을은 6.25동란 전후로 피란민이 몰려와 집단거주를 시작해 마을이 된 곳으로 당시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꽃 재배를 생업으로 삼고 시내 곳곳에 내다팔기도 하면서 생계를 이었고 꽃마을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우리는 쉬엄쉬엄 호젓한 숲길을 걸어 꽃동네를 경유해 구덕운동장 뒤편 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몇 날 몇 밤 더 자고나면 부산 사하구의 억새명소인 승학산은 은빛 억새물결로 출렁이겠다. 곧 다시 만나리. 아, 정녕 가을이다.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2. 9.7(금) 맑음
2. 산행: 포도원교회등산선교회 9월 사전답사
3. 산행기점: 부산 사하구 하단 동아대캠퍼스 앞
4. 진행: 교회서 출발(9:55)-동아대 입구(10;25)-산 들머리 앞에서 기도 후 출발(10;40)-
사거리(안부)(11:35)-작은봉우리(12:10)-용마나루(2:15)-억새능선전망대(2:15)-
약수터(2:45)-쉼터(60초소앞, 2:50)-기상청 밑 사거리-구덩문화공원(3:30)-
꽃동네에서 마을버스로 출발(4:00)-구덕운동장 뒤 버스 정류소(4:10)-교회(5:10)


덧붙이는 글 산행수첩
1. 일시: 2012. 9.7(금) 맑음
2. 산행: 포도원교회등산선교회 9월 사전답사
3. 산행기점: 부산 사하구 하단 동아대캠퍼스 앞
4. 진행: 교회서 출발(9:55)-동아대 입구(10;25)-산 들머리 앞에서 기도 후 출발(10;40)-
사거리(안부)(11:35)-작은봉우리(12:10)-용마나루(2:15)-억새능선전망대(2:15)-
약수터(2:45)-쉼터(60초소앞, 2:50)-기상청 밑 사거리-구덩문화공원(3:30)-
꽃동네에서 마을버스로 출발(4:00)-구덕운동장 뒤 버스 정류소(4:10)-교회(5:10)
#승학산 #포도원교회등산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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