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교사들 "승진 빌미로 교장의 성추행 있었다"

노현경 인천시의원, 설문조사 분석 결과 밝혀... 인천 여성단체들 공동대응키로

등록 2012.09.14 10:36수정 2012.09.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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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등 학교 관리자들이 승진을 앞둔 여교사를 근무성적평정(근평) 점수를 빌미로 성추행하고 접대를 받아왔다는 투서를 공개했던 인천시의회 노현경 의원이 지난 12일,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 응답지를 일부 분석해 발표했다. 인천 교육계를 뒤흔든 '여교사 투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 것.

투서 내용대로 설문에 응답한 여교사 상당수가 학교 관리자로부터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는 지난 5일부터 4일간 진행됐으며, 노 의원은 설문 응답지 500건 정도를 우편이나 전자메일로 받았다.

노 의원이 중간 발표한 내용을 보면, '회식 후 2차로 노래방 등에서 관리자들이 블루스(손을 잡고 몸을 밀착해서 추는 춤)를 강요하거나 손을 수시로 잡고 손을 어깨에 올려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답한 사례가 많았다.

특히 응답 중에는 '한 학교의 관리자는 술자리에서 교사들에게 폭음을 강요하고 여교사를 희롱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이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 수십명의 교사들이 수시로 부당한 처사를 받도록 하는 승진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명절이나 관리자 출장·연수 시 선물·상품권·현금을 준 적이 있냐?'는 질문엔 많은 교사들이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 중 '교장 회갑 때 부장교사들이 음식점에서 저녁을 대접하고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했으며, 교장 동남아 연수와 국내 연수에도 각각 20만원을 걷어 줬고, 교감 연수 때는 15만원을 걷어줬다'는 내용과 '명절이나 교장 출장 연수 시 보통 개인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공식적으로 친목회비에서 매회 20만~30만원씩을 지출하고 이것을 관행으로 여기고 있다'는 답변도 있었다.

'현행 승진 근평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의견'에서는 답변 교사 중 대부분이 "문제가 많다"고 답했다. 교장이 근평과 승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묵묵히 성실히 일만 하는 교사보다 교장의 개인적인 취향과 비위를 잘 맞추는 교사가 근평을 잘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발표 내용은 많은 설문 응답지 중 극히 일부 내용만을 담은 것"이라며 "응답지 내용의 대부분이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여교사가 보낸 투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특정한 학교 관리자의 비위 의혹 등을 따로 정리해 감사나 경찰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황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시교육청은 그동안 '익명 투서라 믿을 수 없다' '소설 같은 얘기'라며 여교사들의 고충을 외면하고 불합리한 승진 근평 제도를 방치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한다"며 "시교육청은 현장 교사들의 고충을 언제든지 듣고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불합리한 승진 근평 제도를 조속히 개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13일 열린 시의회 제203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나근형 교육감에게 대응책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나 교육감은 "감출 생각이 없으며,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의뢰해 대처해 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근평 제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령이므로 교육과학기술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한편, 여교사 투서와 관련해 인천지역 여성단체들도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여성노동자회·인천여성민우회·인천여성의전화·인천와이더블유시에이(YWCA)·인천여성회·전국여성노동조합인천지부·인권희망강강술래 등 인천지역 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인천여성연대는 오는 17일 회의를 열어 '여교사 투서' 등 최근 인천에서 일어난 여성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교사승진 #근평 #여교사 투서 #인천 #인천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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