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계획 없는 새누리당, 복지는 어떻게 하려나?

2012 대선 정당별 부자증세 정책 비교

등록 2012.09.19 21:29수정 2012.09.1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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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쟁점으로 증세가 이야기되었던 적이 한국사회에서 있었던가? 경제위기가 닥치고,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요구가 대두되면서 그간 금기였던 증세가 공론의 장으로 나왔다. 하지만 정당과 대선후보들의 발언 수위는 아직 국민들의 부자증세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대선후보들이 어떤 세제개혁안을 내놓고 있는지 살펴보고, 적절한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의 조세정책은 부자감세로 요약된다.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2011년 4년간 63조8000억 원에 달하며,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 5년간 총 90조 원에 달하는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무늬만 부자증세였던 소득세 개편 

그러면 누구의 세금이 줄었을까? 2011년 감세액 중 소득세가 9조4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법인세 4조7000억 원, 종합부동산세가 2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모두 일부 부유층이 납부하는 직접세이다. 종부세를 예로 들자면 세수 최고치를 기록한 2007년 종부세 납세대상자는 48만 명으로 인구 대비 1%에 불과했다. 결국 줄어든 세금은 거의 대부분 부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2011년 말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이 신설되었다. 이전까지 최고세율 구간은 과표 8800만 원 초과로 35%의 세율이 적용되었으나, 2012년부터는 과표 3억 원 초과가 최고세율 구간이 되어 38%의 세율을 부과하게 되었다.

그러나 2010년 기준 과표 3억 원을 초과한 종합소득세 대상자는 2만6000명, 근로소득세 대상자는 1만2000명, 양도소득세 대상자는 2만5000명으로 전체 납세인원의 0.3%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3억 원 초과 고소득자와 부동산 부자의 절대 다수가 종합소득 대상자로 중복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제 과세 대상자는 불과 0.15%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무늬만 부자 증세였지만,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 등 말만 무성하지 부자증세에 대한 뚜렷한 개혁안이나 법안 발의는 전혀 없다. 당정협의를 거쳐 지난 8월에 발표된 정부의 2012년세제개편안에서도 부자증세의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2013년 소득세는 오히려 줄어들어, 5년간 세수증대는 90억 원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 기조를 그대로 계승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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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증세안 비교 민주통합당은 현행 소득세제에서 최고세율 적용 과표를 1억 5000만 원 초과로 개정할 것을 주장한다. 새사연은 10억 원 초과자인 슈퍼리치를 최고세율 적용 구간으로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 새사연


'슈퍼리치'에 대한 과감한 증세 필요

이에 비해 민주통합당은 최근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1억5000만 원 초과로 조정하여 증세 대상을 전체 납세인원의 0.74%인 14만 명으로 확대하는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즉, 민주통합당의 부자증세는 '0.7% 부자증세'인 셈이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연간 약 1조2000억 원의 세수가 증대할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개편안에도 개선해야 할 지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최근 상위 1% 소득 비중의 급격한 확대와 세계적인 부자증세 추세를 제대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다른 OECD 국가에 비해서 소득세 최고세율이 낮다.

최근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최고세율 75% 인상안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 되었으며, 일본 또한 40%인 최고세율을 5%p 인상할 계획을 지니고 있다. 미국 또한 100만 달러 이상의 부자에 대해 소득세 최저 실효세율을 30%로 하는 이른바 버핏세가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다. 따라서  진정으로 부자증세와 양극화 해소의 의지를 갖고 있다면, 최소한 작년 말 민주통합당 개혁안인 40%로 2%p 추가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

초고소득자 내의 소득양극화를 고려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이다. 2010년 기준 종합소득 10억 원이 넘는 '슈퍼리치'의 평균소득은 27억2000만 원인 반면 종합소득 1~2억 원에 해당하는 이들의 평균소득은 1억5000만 원이다. 18배의 소득 격차가 나지만, 이들에게 현재 부과되는 세율은 3%p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는 형평성의 문제를 가져온다. 따라서 과표 10억 원을 초과하는 슈퍼리치에 대해서는 사회적 통합과 책임 차원에서 세율을 50%로 상향하는 과감한 개혁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것만으로 1조 원 이상의 재정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종합소득 10억 원 초과자 3600명의 과표 대비 실효세율은 27.9%로 과표 5~10억 원에 해당하는 이들보다 0.6%p 낮다. 실제로는 소득세가 역진적으로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근로소득 10억 원 초과자의 실효세율보다도 5%p 낮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슈퍼리치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세액공제를 검토하고, 미국의 버핏세처럼 최저한세 제도를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인세 인상 계획 없는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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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증세안 비교 민주통합당은 현행 법인세제에서 세율을 2~3%p 높일 것을 주장한다. 새사연은 5000억 원 초과 대상자인 재벌 대기업에 대해서 따로 구간을 신설하고 높은 세율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 새사연


다음으로 법인세를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과표 2억 원 이상 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민주통합당은 이를 철회하여 연간 약 3조 원의 세수 증가를 거두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과 가계 사이의 소득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소득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추가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

2011년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OECD 34개국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40%에 달하며,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28~3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소수의 재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경제의 특성 또한 고려해야 하며, 과표 2억 원 초과 중소기업과 과표 5000억 원 초과 재벌 대기업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과세 형평에도 문제가 많다. 따라서 과표 5000억 원 초과 재벌대기업에 대해서는 세율을 30% 수준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추가로 3조 원의 재정수입이 발생한다.

새누리당은 법인세에 대해서도 증세 계획이 없다. 오히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지난 7월 16일 신문방송편집인 토론회에서 "법인세는 결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은) 다른 나라와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 민주통합당의 세제개편안에는 경제민주화를 실천하기 위한 의지가 돋보이는 제안들이 몇 가지 있다. 재벌대기업이 자회사 출자로부터 얻는 배당금과 출자를 위해 차입한 자금에 대한 감세 혜택을 폐지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과도한 배당을 억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치이다.

또한 외국투기자본의 합법적인 법인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유동화 전문회사에 대한 배당금 소득공제 폐지도 평가할 만하며,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 도입된 근로장려세제를 영세 자영업자까지 확대하는 개혁안도 자영업자의 소득제고를 위해 필요하다. 

안철수 후보의 증세 방안은?

한편 최근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는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GDP 대비 복지지출을 늘리기 위해 "점진적으로 세금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복지와 함께 증세를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철학과 방향은 바람직하다. 다만 보편증세는 초고소득자에 대한 부자증세를 통해 조세정의 실현과 복지지출 확대를 이루고, 그에 따라 국민들이 복지를 체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법인세에 대해서는 "실효세율을 높이는 노력을 우선 기울이고 그 다음에 구간 조정을 검토"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표2]에서 보는 것처럼 현재 우리 법인세는 과표 200억 원의 중견기업보다 과표 5000억 원 초과 재벌대기업의 실효세율이 낮아 형평성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재벌대기업에 특혜로 지적되는 각종 세액 공제 및 감면 제도를 폐지 또는 정비하는 방향은 적절하다.

복지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재원이 필요하다. 다양한 증세 방안이 있지만 슈퍼리치와 재벌 대기업에 대한 증세가 가장 효과가 크다. 많은 세수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사회적 형평성과 정의를 추구하는 조세의 목적에도 가장 부합한다.

한국사회를 복지국가로 만들고자 한다면, 경제민주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과감한 부자증세를 외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은 부자증세 정책을 통해서 대선후보들이 외치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주장의 진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여경훈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여경훈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2012 대선 #부자증세 #재벌증세 #소득세 #법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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