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출마선언을 했다. 언론들마저 안철수를 은근히 칭찬하고 나섰다. 하지만 출마선언을 다 본 소감은 한마디로 역시나 실망이었다. 워낙 대중의 바람을 타온 후보라서 기대감이 큰 탓일까? 그나마 반대쪽 후보가 너무 형편없어서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셋 중 누가 되든 본질이 빠진 대선이 치뤄질 게 좀 더 분명해지면서 앞으로 5년도 암울할 거라는 비관적 전망을 해본다.
1997년 12월로 잠시 돌아가보자. 일평생 독재와 싸운 민주세력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사람들은 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외환위기로 IMF에 구제금융을 받은 처참한 상황에서 김대중은 희망이었다. 그의 취임식에서 국민들은 희망을 기대했지만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된 살인적인 신자유주의의 신호탄은 취임식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초국적 단기 투기 자본의 화신으로 상징되는 조지소로스가 취임식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대중은 철저히 조지 소로스와 같은 악당들에게 휘둘리며 한국의 경제를 완전히 자본에게 맡겼다. 안철수가 기자회견에서도 밝힌 비정규직과 극심한 양극화와 처참한 국민들의 삶은 바로 이 자본의 횡포로 인해 생겨난 것이기에 민주정부 10년의 행보는 절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친자본, 노동탄압)를 수행하기 위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임명한다. 이헌재는 노무현 정부에도 임명된다. 지금 계속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리는 모피아의 수장인 셈이다. 그가 안철수의 대선출마 기자회견에 등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 등장한 조지소로스 만큼이나 소름 돋는 순간이다. 그러면서 안철수는 '성장동력'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몇 안 되는 경제 비전을 제시한다. 이쯤되면 안철수와 기존 정당들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분간하기 힘들어진다.
이번 대선은 분명히 경제민주화, 보편적복지, 양극화 해소와 같은 키워드가 본질이 되어야 한다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다시 후보 개개인의 착함과 나쁨, 능력과 무능력의 문제로 돌아가버렸고(물론 중요한 문제이지만), 박근혜 때문에 역사를 후퇴시키느냐 마느냐의 논쟁으로 치환되어버렸다. <안철수의 생각>에서도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국민의 삶과 연결된 노동문제는 기자회견에서도 다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이헌재와 같은 모피아가 기자회견에 등장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안타깝지만 지금 경제정책을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보는 박근혜 쪽이다. 물론 지키지 않을 정책을 나열해놨고, 정책들 사이에 일관성도 없는 것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안철수도 큰 차이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이 듣기 좋은 말은 많이 했지만 안철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안철수가 말하는 '국민'이라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세 후보 모두 국민 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국민중에는 일제가 축복이었다는 사람부터 자본주의를 뒤엎어야 한다는 사람까지 존재한다. 대립하는 어떤 세력에 대해 한쪽 의견을 결국은 택해야 할 것이고 지금과 같은 불공정 질서에서 그것이 서민과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인 것은 야권에겐 당연한 것이다.
안철수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의 대부분은 대통령 당선 이전과 대통령 초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이야기의 반복이다. 노무현보다 조금 더 착한 얼굴로 조금 더 비전투적인 말투로 한다고 그것이 지켜질 것이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다. 같이 일할 조직도 확실한 집단도 양극화의 본질을 짚는 통찰도 없는 상황에서 안철수의 높은 지지율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처럼 무책임한 사람은 없다. 박근혜 후보까지 금산분리를 외친다. 안철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말 핵심인 재벌의 비은행 금융 계열사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삼성의 핵심이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인것을 언급하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미지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기존 정당과 안철수의 차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확실한 조직과 지지기반이 없는 약점만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안철수를 제대로 비판하는 곳이 <조선일보> 사설 밖에 없는 듯하다. 그것이 비관적 전망의 종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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