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많이 씹으면 사각턱? 치과의사에게 물었다

병적으로 씹지 않는 한 영향 미비... 기능성껌이라도 양치질 대용 안되

등록 2012.09.23 17:18수정 2012.09.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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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롯데제과가 자일리톨껌을 내놓으면서 일대 전환기를 맞은 국내 껌 시장의 성장세가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지금도 뜨겁다. 작년 롯데제과, 오리온, 해태제과 등 '껌 3사'의 매출은 약 23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자일리톨껌이 나오기 전인 1999년과 비교하면 35%나 증가한 액수다.

덕분에 기능껌의 효능이 제법 큰 관심사다. 껌 씹기가 저작(詛嚼) 능력을 강화시킨다거나, 침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구강 내 세균 증식을 억제시켜준다는 등 껌씹기 효과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집중력 향상, 불안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이 정도면 '껌씹기 건강학'이라 표현해도 될 정도다.

그런데 외모에 한창 관심이 많을 젊은 세대는 껌씹기 건강학보다는 껌씹기가 외모에 미치는 영향을 더 궁금해하는 듯 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껌 많이 씹으면'이란 검색어에 따라 붙는 질문은 바로 이런 것이다. "껌 씹으면 사각턱 되나요?" 질문 유형도 다양하다.

인터넷에 흔한 질문 "얼마나 많이 씹어야 되나요"

a  "껌 많이 씹으면" 검색어에 우수수 나타나는 '사각턱 궁금증'

"껌 많이 씹으면" 검색어에 우수수 나타나는 '사각턱 궁금증' ⓒ 네이버


먼저 억울함을 따지는 듯한 유형이 있는가 하면,

"제가 사각턱인데 껌 씹으면 턱이 사각해진다고 해요. 왜 사각해져요? 만일 사각해지면 밥이나 질긴 고기 먹어도 사각해지진 않나요?" (2012년 5월 15일)

껌 씹는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유형.


"제가 껌을 8시간 반 정도 계속 씹었는데, 혹시 이 정도 가지고 턱 모양이 변형된다거나 커지나 해서요." (2012년 7월 8일)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껌으로 성형이 가능한 지 묻는 의견까지 나타난다.


"20대 초반 남자입니다. 제가 얼굴형이 심각한 역삼각형이거든요. 그런데 역삼각형이긴 한데, 또 얼굴이 긴 편이구요. 그냥 정면에 서 봤을 때 얼굴선에 굴곡이 별로 없이 턱으로 슥 내려가는 심각한 역삼각형이네요. 지금 제 얼굴형에는 각이 너무 없어서, 일부러 껌 많이 씹어서 턱근육 발달시켜서 각을 만들고 싶은데, 얼마나 많이 씹어야 되나요 ㅋㅋㅋ"

치과의사에게 물었더니...

a  자일리톨껌은 롯데제과의 '효자 상품'이다. 단일 품목으로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 롯데제과의 껌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일리톨껌은 롯데제과의 '효자 상품'이다. 단일 품목으로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 롯데제과의 껌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롯데제과


이에 대한 답은 대부분 '그 심각성'을 경고하는 글들이다. "껌을 많이 씹으면 얼굴이 사각형이 됩니다", "턱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껌이 건강에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많이 씹으면 얼굴이 늘어나요" 그리고 "사각턱이 돼서 얼굴형이 장난 아니게 됩니다" 등 '강력한 답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의 친절한 답변도 확인할 수 있다. 껌을 이용한 사각턱 성형 가능성을 묻는 앞서 질문에 "사각 턱을 만들기 위해서 근육을 발달시키겠다는 생각은 그럴 듯 하지만, 실제로는 큰 효과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사각턱을 없애고 싶어한다면 가까운 성형외과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치과 의사는 어떤 의견을 내놓을까. 명재성 대한치과의사협회 고충처리위원회 자문위원(48·엠와이치과 원장)은 먼저 기능성껌이라 하더라도 양치질 대용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입냄새를 줄이기 위해 향수를 뿌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나물 같은 섬유질 식품을 껌처럼 씹는다면, 어느 정도 프라그 막이 제거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껌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며 "또한 향료나 당분 이런 성분들이 치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 위원은 "다만 자일리톨껌의 경우는 껌에 포함된 성분들이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보고서도 있는 만큼, 아무래도 일반 껌보다는 기능성 껌을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양치를 하는 걸 전제로 했을 때"란 단서만큼은 빼놓지 않았다.

"병적으로 껌을 씹지 않는다면, 그 확률은 매우 낮아"

a  퍼거슨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과 '껌'

퍼거슨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과 '껌'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럼 껌 씹기로 사각턱이 될 확률은? 명 위원의 답을 네 글자로 요약하면, 과유불급,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이었다.

그는 "하루 종일 껌을 씹었더니 턱이 아프다며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이 실제 있다"며 "저작 행위로 근육이 발달될 수밖에 없는 만큼, 분명히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 위원은 "그래서 오랫동안 한쪽으로만 씹은 사람들을 보면 얼굴이 달라진다. 더욱이 성장기에는 뼈의 발달까지 한 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비대칭이 나타날 수 있다"며 "껌을 한쪽으로만 씹는 행위도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얼굴에 변형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브스를 하고 있는 동안 팔이 얇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병적으로 껌을 씹는 경우가 아니라면, 껌을 씹어서 사각턱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고기 등과 같은 식품을 씹는 힘에 비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껌 씹기 자체보다는 일상적인 음식 패턴이 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도 비슷하다는 것.

- 어쨌든 사각턱이 될 수도 있다는 건가요?
"노력을 하면 …(웃음). 진짜 병적으로 몇 년 동안 껌을 입에 달고 사는 학생이라면 모르지만, 일상에서 이뤄지는 부분적인 행위 정도는 어떤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닙니다. 과유불급이라고 하잖아요. 지나친 걸 조심해야죠. 독이 약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독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병적으로 껌을 씹지 않는 이상, '성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양치하고 껌 씹자. 자일리톨 같은 기능성 껌이 충치 예방에도 도움될 수도. 그래도 한쪽으로만 씹지는 말자.

끝으로 한 마디, 사각턱이 뭐 어때서!
#껌 #자일리톨 #사각턱 #명재성 #껌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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