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죽음은 내것이다."
credit .Francois Lafite
그러므로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도 안락사는 불법이다. 그런데 2003년 9월에 프랑스 사회를 뒤흔든 사건이 일어난다. 2000년 9월, 19세의 젊은 청년 벵상 엥베르 (Vincent Humbert)가 대형 교통사고로 전신마비와 실명증, 실어증이라는 중병에 걸린다. 그러나 정신은 멀쩡해 유일하게 살아있는 청각과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였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2개월째인 2002년 11월에 당시 시라크 대통령에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요청한다.
그는 치유할 수 없는 병 때문에 자신뿐만 아니라 간호하는 어머니의 고통을 덜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죽음을 선택할 권리'라고 여겨졌다. 당연히 그의 요청은 거절된다. 시간은 흐르고 아들의 고통을 곁에서 힘겹게 지켜본 어머니가 2003년 9월에 죽고자 하는 아들을 돕기로 한다.
3일 후, 그녀는 아들에게 독약의 일종인 약품을 주었다. 그러나 병원 측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진 벵상을 살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어머니 마리는 즉시 경찰에 연행되어 간다.
다음 날인 9월 25일 벵셍 엥베르의 <죽도록 해주세요>라는 책이 발간되고, 어머니 마리는 연행에서 풀려난다. 다음 날 벵상을 살리려고 하던 의사는 가족과의 면담 끝에 결국 '포타슘 염화물'을 투여하여 벵상은 소원대로 죽게 된다.
2004년 1월, 벵상에게 독약을 투여한 담당의사와 벵상의 어머니 마리 벵상은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고, 결국 2006년 2월에 면소된다.
당시 프랑스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이 사건으로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제기되었고, 2005년에 부분적인 안락사를 허용하는 레오네티(Leonetti) 법이 통과된다. 이 법 때문에 불치병 환자가 죽을 목적으로 모든 음식물과 음료수, 약 투여 등를 거부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었다. 소극적인 안락사다.
그러나 안락사를 주장하는 '품위 있게 죽을 권리 협회(ADMD)'에서는 이 법이 충분치 않다고 주장한다. 안락사는 고통없이 편안하게 죽는 걸 의미하는데, 이런 음식 거부는 환자에게 고통을 배로 주기 때문이다.
안락사 요청 사례 계속 이어져... 2005년 '소극적 안락사' 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