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칙에서 규정한 교수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학생이 없다는 이유로 학과를 없앤 뒤 교수를 면직처분한 것은 위법해 무효이기 때문에 위자료와 복직 때까지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극동정보대학은 2005년 신입생 모집 결과 시각정보디자인과에 1명만이 등록하자 폐과하기로 의결하고 부교수와 조교수 2명을 2006년 2월 해임하고, 다만 학과장인 A(47)씨는 시각정보디자인과의 재학생 수가 10명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해임을 유보했다가 2008년 2월 면직처분했다.
이에 A씨는 "시각정보디자인과는 학칙개정절차에 필요한 교수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폐과됐으므로, 폐과 절차가 학칙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음을 전제로 한 면직처분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극동정보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극동학원은 "시각정보디자인과의 폐과에 관한 학칙 개정에 따른 교수회의 심의는 학장의 자문요청이 있을 때 거치도록 돼 있는 학칙개정절차 중 임의적 자문에 불과해 반드시 거칠 필요는 없으므로, 개정학칙에 따른 폐과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최승욱 부장판사)는 2011년 7월 면직된 A씨가 해임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가 2008년 2월 원고에 대해 한 직권면직처분은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아울러 위자료 1000만원과 면직기간의 임금 1억8946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극동정보대학 학칙에서 교수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은 학칙개정에 있어 교수들의 참여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므로, 교수회의 심의가 단순히 임의적 자문에 불과해 이를 거치지 않더라도 학칙의 효력에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고, 교수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학칙개정은 적법한 학칙개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개정학칙은 학장이 교수회의에 자문을 요청해 교수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개정됐으므로 개정학칙에 규정된 설치학과에서 시각정보디자인과가 삭제됐더라도 이를 적법한 폐과로 보기 어려우므로, 시각정보디자인과가 적법하게 폐과됐음을 이유로 피고의 면직처분 또한 무효"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의 부교수로서의 명예가 훼손되고 연구 및 교수활동에 지장이 초래됨으로써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교법인 극동학원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5민사부(재판장 김용빈 부장판사)는 지난 5월 면직처분 무효와 위자료 및 임금 승소 판결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시각정보디자인학과 폐과를 이유로 한 L부교수에 대한 면직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피고가 교수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학칙개정절차를 다시 진행했음을 비춰 보면 피고가 학칙개정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교수회의의 심의를 누락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피고가 시각정보디자인과를 폐과시킨 경위 등을 종합하면 면직처분은 원고에 대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A씨가 학교법인 극동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립학교법 규정을 보면 지원학생의 감소 등으로 학과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라도 학과폐지를 위한 적법한 학칙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상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속교원에 대해 임의로 면직 등 불리한 처분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극동정보대학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시각정보디자인과를 설치학과 명단에서 삭제하는 내용의 학칙개정이 교수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서 효력이 없고, 따라서 폐과가 적법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에 대한 면직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