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현충원에 있는 애국지사 묘역. 선국선열과 애국지사 214분이 안장돼 있다.
정운현
후보 각자의 견해(입장)에 따라 특정인의 묘소를 참배할 수도 있고 또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곳을 먼저 찾느냐도 각 후보 진영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다만 서울 현충원을 찾은 후보들이 전직 대통령과 전몰장병 묘소에는 참배하면서 같은 경내에 있는 애국지사 묘역(임정요인 묘역 포함)을 찾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연장선상에서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백범 김구 선생 및 3의사 묘역을 찾지 않은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서울 현충원 서편 사병묘역 바로 뒤에는 애국지사 묘역이 있다. 안철수 후보가 찾은 박태준 전 총리 묘역에서 불과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계단 몇 개만 오르면 된다. 이곳에는 구한말 이후 광복 때까지 국내에서 의병활동과 독립투쟁을 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214분이 모셔져 있다. 의병장 이인영 선생·신돌석 장군을 비롯해 신흥무관학교 교관으로 독립군 양성에 진력한 지청천·김경천·신팔균 선생 등이 잠들어 있다.
또, 1923년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김상옥 의사, 노인동맹단 출신으로 64세 노구를 이끌고 사이토 총독에게 폭탄을 던진 강우규 의사, 안중근 의사와 함께 이토 처단에 참여했던 우덕순 의사, 친일 미국인 스티븐스를 처단한 전명운·장인환 의사, 이밖에도 3·1만세 의거에 참여한 이종일·이필주·권병덕·라인협·유여대 선생 등 민족 대표와 일제말기 총독부의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순국한 주기철 목사 등도 이곳에 안장돼 있다.
바로 뒷편 임정요인 묘역에는 중국에서 항일투쟁을 하다가 그곳에서 서거한 순국선열들의 유해를 봉환해 이곳에 모셨다. 모두 18분이 안장돼 있다. 상해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 선생을 비롯해 초대 국무령 이상룡 선생·외무총장 신규식 선생·국무총리 노백린 선생·의정원(현 국회의장) 의장 손정도 선생 등이 그분들이다. 모두 임시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분들이다. 연배로 보나 공적으로 보나 세 전직 대통령보다 결코 뒷자리일 수 없는 분들이다.
전직 대통령 묘역보다 광복회장을 먼저 찾는 게 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