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겉그림<약초도감>
보리
추석 명절을 맞아 시골집에 다녀왔습니다. 추석명절이라도 농촌에서는 일손이 바쁘기 그지 없죠. 고추 비늘도 걷고, 마늘도 심고, 또 양파 모종도 가꿔야 하죠. 며칠 째 그 일들을 홀로 해 왔다는 울 어머니를 생각하면 안쓰러울 뿐이죠. 그래도 명절을 맞이해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었으니 마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그 일들을 모두 마친 저녁 무렵, 모처럼만에 온 식구들이 방안에 모여들었죠. 밥상머리에는 갈비도 나왔고, 갈치랑, 파김치랑, 세발낙지랑, 전어랑 또 여러 나물들도 올라왔죠. 그 중에 눈에 띄는 게 있었다면 도라지무침이었죠. 바로 위 형수님 말로는 그 도라지가 5년은 묵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때 떠 오른 게 있었습니다. 도라지의 효과 말이죠. 도라지는 적어도 5년 정도는 묵어야 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하죠. 그래야 감기에 걸리거나 가래가 끓을 때 물에 달여 먹으면 잘 낫는다고 합니다. 또 폐렴이나 폐결핵에 걸렸을 때도 먹으면 썩 좋다고 하죠.
그와 같은 사실은 우리 땅에서 나는 약초 107종을 담고 있는 <약초도감>에 잘 나와 있습니다. 어린이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그 약초들을 세밀화로 정확하게 그려 놓고 있죠. 그 약초들을 가나다 순으로 설명하고 있고, 책 뒷머리에는 약초와 약재 이름을 비롯해 쓰는 부위와 성질과 맛과 약효에 대해서도 따로 구분해 놓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결명자는 눈을 밝게 하고, 눈이 아플 때나 밤에 앞이 잘 안보이는 야맹증에 좋습니다. 위와 간을 튼튼하게 하고, 혈압을 낮춰서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습니다. 오래 먹으면 똥이 굳어 안 나오는 변비에도 좋습니다. 또 머리가 아플 때 베개 속에 결명자를 넣으면 좋아요. 결명자 잎을 나물로 무쳐 먹거나, 감잎을 함께 넣어 달여 먹어도 눈에 좋습니다. 결명자를 넣고 목욕을 하면 피가 잘 돌고, 정신이 맑아진답니다."(47쪽)콩과 식물인 결명자를 일컫는 설명입니다. 약재 이름도 결명자라고 하는데,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결명자차도 가끔씩 마셨던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저녁 밥상머리에서 결명자차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어머니께서도 종종 자식들에게 끓여 줬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 눈이 좋은 걸까요? 아직까지도 안경 쓴 형제들이 없는 걸 보면 말이죠.
그런데 내가 이 책을 관심 갖고 들여다보게 된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사실 방광도 안 좋고, 소변도 자주 보는 편이기 때문이죠. 물론 일반 병원도 찾아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몇 군데 병원에서 이렇다 할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죠. 더욱이 양약이라는 것도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화학적 약리반응에 익숙한 처방전이고요. 그런 관점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몸에 이로울, 약초에 집중하게 된 것이죠.
이 책을 보니, 콩팥을 좋게 하고, 또 오줌이 찔끔찔끔 나올 때 시원하게 싸도록 해 주는 약초가 몇 가지가 있었죠. 이른바 '모시풀'과 '새삼'과 '석위'와 '원추리' 그리고 '질경이택사'가 그들이었습니다. 모시풀은 약으로 쓰는 부위가 뿌리였고, 새삼은 씨를 약으로 쓰고, 석위는 잎을, 원추리는 뿌리를, 그리고 질경이택사도 뿌리줄기를 약으로 쓴다고 설명해 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