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여행> 포토존에서 이 친구들의 여행길에 나도 슬쩍 끼어들었다.(빨간색 원 안)
유경
서울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다. 서로 같이 갈 방향을 맞춰보며 헤어질 준비를 하는데, 화장장에서 그토록 몸부림을 치며 울던 친구는 못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그 자리에 주저 앉고만다. 그리고는 말한다. "야, 오늘 내가 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
맞다. 그럴 수 있다. 오늘 당신이, 아니, 내가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생은 여행이다. 시간과 함께 가고 또 가야 하는 여행이다. 당신들이 기차를 타고 가서 날밤을 새우며 친구 장례를 치르고 온 것만 여행이 아니라, 우리들 사는 자체가 여행이다. 그런데 이 여행이 언제 어디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갑작스레 떠난 친구를 보내는 마음에는 분명 자신을 향한 마음이 들어 있다. 의식하든 못하든 세상 떠난 친구 자리에 나 자신을 대입시켜 보는 것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나는 어떻게 떠나게 될까, 뒤에 남을 우리 가족들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생각하기조차 싫지만 엄연한 현실로 내 앞에 놓여있는 친구의 죽음. 거기서 우리는 또 알게 된다. 친구는 이렇게 떠나면서까지 가르쳐 주고 간다는 것을. 우리들 삶 속에 엄연히 들어 있는, 그러나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 죽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들어준다.
몇 살 위의 선배 빈소에는 엎드려 보았지만 아직 친구 영정사진을 마주해 본 적 없는 나는 이 오십 살 남자들의 친구 조문 여행에 끼어들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죽음 앞에서야 뭐 그리 따질 것 있겠는가.
그들의 농담과 추억과 음담패설과 눈물과 후회와 답답함과 억울함과 미련과 우정에 그냥 같이 웃고 울었다. 그리고는 친구의 죽음을 통해 인생을 보는 그들의 눈이 조금은 더 밝아졌으리라 생각하며 그들과 헤어졌다. 헤어지면서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보름 지난 달이 하얗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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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밥을 밀어넣는다, 그 놈 화장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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