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기의 인문학 특강 공개강연. 지난 2월 16일 오후 7시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3층 국제회의실에서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 공개 강연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대학생 등록금 전달식도 함께 진행됐다.
이동철
- 이미 성공한 수능 강사에서 인문학 강사로 변신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인문학 강의를 구상하면서 고민이 되거나 걱정했던 점은 없나요?"자신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틈새시장'이잖아요. 인문학 강의를 시작하면서 '인문학 강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인문학 강의를 떠올리면 두 가지 흐름이 있어요. 하나는 어렵다는 거에요. 어렵고, 지겹고, 그래서 흥미도 없고. 도대체 우리 일상과 관련 없는 게 인문학 강의라고 생각하잖아요. 거꾸로 그만큼 인문학에 대한 갈증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정의란 무엇인가>가 100만 부 이상 팔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어려운 책인데. 100만 명이 사서 읽었지만, 실제로는 10만 명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책 속의 사례 몇 가지만 재미가 있을 뿐이에요. 한편으론, 그만큼 한국 사회가 인문학에 대해 갈증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줬죠.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게 팔릴 수 없어요. 흥미로운 사례 몇 가지를 잡고 쉽게 풀었기 때문에 그만큼 팔릴 수 있었던 거였고, 저는 강의만큼은 마이클 샌델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거든요."
-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을 듣는 분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30대 직장인들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40, 50대 분들이에요."
- 인문학 강좌를 하면서 팬들도 많이 생겼죠?"(팬들이) 많은데, 정말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요. 제 강의를 빠짐없이 들으러 온 분인데, 머리가 완전 백발이에요. 알고 보니 한의사래요. 어느 날, 제게 '공진단'을 주시더라고요. 사실 기억에 많이 남는 건 여성 분들이고요. 항상 여성 팬들이 마음에 많이 남죠(웃음)."
- 수능 강사 시절에는 학생들의 점수가 올랐을 때 보람을 느끼셨을 텐데, 인문학 강의에서는 어떨 때 보람을 느끼나요?"길에서 저를 알아보는 표정이 있어요. 연예인을 만났을 때 표정은 아니고요. 정말 뜻밖이면서도 반갑고 좋다는, 그런 눈빛이에요. 그게 저를 미치게 해요.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말 좋아요.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는다는 기쁨이 크거든요. 그럴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내가 아무 것도 아닌데,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제가 대단한 학식을 갖춘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저 사람 참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눈길을 보내면 정말 기분이 좋죠. 다만, 제게 '부동산이 어떻게 되요?', '집을 팔아야 하나요?'라는 질문만 집중적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문학 강의에서 재미와 깊이 모두 놓칠 수 없어"-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요?"가장 먼저 '무엇을 강의할까?'를 정합니다. 가르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무엇에 갈증을 느끼는가가 더 중요해요. 주제를 잡으면, 우선 제가 아는 것을 정리하고, 그것을 강의로 만들죠. 정말 시간이 많이 걸려요. 30분짜리 강의 동영상을 보고 '아, 저거 30분 찍는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걸 준비하기 위해서 '자료 찾기'에 시간을 투자하고,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거죠. 자료를 찾아 연계시키는 것도 힘들고요. 매우 수공업적인 과정이죠."
- 인문학 강의를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강의의 질이죠. 나머지는 다 보조적인 거예요. 강의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드라마 같은 것인데, 기승전결이 있어야 해요.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을 출발점으로 잡아서 어떻게 연결시킬 거냐예요. 모든 강의는 흐름이 있어야 하고,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해야 하고, 고민을 던져주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듣는 분들이 심심하지 않아요. '어, 저게 왜 저럴까?' 하는 문제를 스스로 던지게 만들고, 그 분들이 생각할 시간을 줘야죠. 어떤 때는 반전이 있는 질문도 있어야 해요. 그런 구상을 하면서 강의 흐름을 이어나가는 게 제일 힘들죠."
- '인문학 특강'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쉽고 재미있는, 그러나 깊이 있는. 강의를 드라마에 비유했지만, 인문학 강의가 TV드라마는 아니에요. 드라마가 아니라는 것은, '재미'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렇다고 이게 대학이나 대학원 강의도 아니에요. '깊이'가 있으니 지루해도 참으라고만 해서도 안 되죠. 강의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재미'와 '깊이'예요. 이 강의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신문 읽으면 나오고,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틀면 나오는 거라고 하면 누가 이걸 돈 내고 듣겠어요. 결국 듣는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보다도 내용이 깊네', '그런데 드라마처럼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해요. 이것 외에는 생각하지 않아요."
-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 시즌1, 시즌2를 통틀어 가장 인기가 있었던 강좌는 무엇인가요?"재미있는 질문인데요. 처음에 인문학 특강 시즌1에서 미술사를 찍는다고 했을 때, 다들 웃었어요. '네가 뭘 아냐?'는 것부터 시작해서. 개인적으로 미술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분들에게 미술사가 가장 히트할 거라고 말했어요. 그게 대중의 요구죠. 제가 뭘 가르치는가도 중요하지만,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가가 더 중요해요. 제가 전쟁사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전쟁사 히트칠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삼국지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분야가 전쟁사잖아요. 둘 다 같은 맥락인데, 그만큼 대중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재미있잖아요."
- 앞서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무엇에 갈증을 느끼고 있을까?'에 대한 해답이군요. 그렇다면 인기 있었던 강좌 외에 애착을 느끼거나, 추천하고 싶은 강좌는 어떤 건가요?"제가 생각하는 좋은 강좌는 '버블사', '그 나라 경제를 알고 싶다' 같은 강의예요. 자료 조사도 많이 했고, 개인적으로 아끼는 강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