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발표 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목된 동국대 경주캠퍼스 누리집에는 학생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누리집
대학 공급과잉 원죄는 김영삼 정부의 '묻지마 인허가'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대체로 인정한다. 고교 졸업자 수는 올해 64만 명에서 2018년에 55만 명, 2024년에는 39만 명으로 향후 12년간 총 39%나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지금처럼 공급과잉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지난 1996년 김영삼 정부의 설립자유화 조치 때문인데, 정부가 이런 '원죄'의 책임을 지지 않고 대학들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영삼 정부는 토지, 교사, 기숙사, 실험시설 등 대학설립을 위한 최소조건만 있으면 설립을 허가하는 정책을 도입했고, 이로 인해 최소기준에 턱걸이 한 대학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대학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고 공급과잉이 됐다는 지적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양적으로 팽창한 사립대학 설립에 의존했고, 경쟁을 통해 질적 비약을 이루겠다는 교육부의 정책 목적은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성명서는 이어 "양적팽창이 질적 비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원인을 분석해야 하는데 부실대학 퇴출정책은 원인 분석 없이 팽창된 공급만 줄이려는 대중요법"이라고 질타했다.
시민단체인 '노동자연대'의 국민대모임 이아혜(법학4)씨는 "우리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투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꼴찌 수준인데다 일자리 창출정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취업률 압박을 통해 청년 취업난의 책임을 대학에만 전가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퇴출'에 앞서 교육여건 개선 위한 청사진을 전문가들은 대학 수를 줄여 나가되,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고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한 뒤 그 틀 안에서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무작정 대학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표로 구조조정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사학재단이 재정지원 책임을 회피하고 독선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하위 대학 몇몇을 잘라내는 방식은 또 다른 부실대학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학 법인과 정부의 지원을 의무화 하고 대학 비리 감시를 위한 감사 기능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부실대학 난립을 가져온 설립·정원 자율화 정책도 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대한 비리를 저지른 대학, 극심한 부실로 퇴출이 불가피한 대학에 대해서는 대학구성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잔여재산은 정부가 국고로 환수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도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대학 퇴출정책을 펴기 전에 우리나라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고 고등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한 장기적 목표와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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