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5위 안에 들면 3대가 먹고 산다는데...

[칼럼] 빌보드 점령 싸이, 아직 저작권 숙제가 남았다

등록 2012.10.09 13:42수정 2012.10.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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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가 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와 함께 하는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위아더 원' 노래를 부르며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가 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와 함께 하는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위아더 원' 노래를 부르며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유성호

데뷔하자마자 주류와는 다른 삐딱한 이미지로 1위. 하지만, 그 이미지로 인해 대마초 사건에 연루. 그러다 2002 월드컵을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 그러나 또 다시 병역비리로 추락. 제대 후 공연과 축제의 아이콘으로 거듭 난 후 빌보드 점령. 하지만 또 다시 공연도용 문제로 내홍.

파란만장하다. 이쯤 되면 싸이, 그는 정말 한국에 새옹지마의 표본이 아닐까 싶다.


아울러 그의 이러한 행보와 관련해 조금은 각도를 달리해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저작권' 문제이다. 가수와 공연기획자. 작곡가와 음원유통사. 포털 사이트와 이동통신사 사이에 무언가 문제가 발견되었다면, 대부분 이 창작에 대한 저작권의 대우가 불합리했거나 혹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남경필 의원이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출받은 '디지털 음악시장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싸이가 이번 '강남 스타일'로 지급받는 음원료는 약 3600만 원. 음악 한 곡당 평균 저작권료는 10.7원이며 스트리밍은 0.2원. 미국의 곡당 다운로드 최저가격은 791원, 캐나다 804원, 영국은 1064원인 반면에 한국은 평균 63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합리적인 창작에 대한 권리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가 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와 함께 하는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며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말춤을 추고 있다.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가 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와 함께 하는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며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말춤을 추고 있다. 유성호

싸이의 '강남스타일' 성공 이면에서 튀어나온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합리적이지 못하고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저작권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음원의 경우 과거 MP3 파일 논쟁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수익구조에 대한 틀은 마련했지만, 결국 대형 음원유통사들의 담합과 정규 음반시장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기형적인 구조는 창작자들의 권리를 축소시켰다.

빌보드 5위 안에만 들어가면 3대가 먹고 산다는 말도 있는 상황에서, 빌보드 2위를 차지하고도 고작 3600만 원(물론 음원료에 한해서만)으로 만족해야하는 싸이다.


대중예술을 하는 음악인들에게, 권리에 대한 문제는 상당히 민감하다. 그래서 차라리 매시 업(Mash-up)과 같이 저작권을 대중에게 완전히 오픈하자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지만, 창작에 대한 권리가 원작자에게 온전히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없다.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 있다면, 대형음원유통회사와 미디어간의 담합에 의한 비합리적인 수익구조라고 그들은 지적한다.

2010년 인디밴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이진원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생전 연간수입이 고작 수백만 원대에 머물렀다는 기사가 나왔었다. YG를 등에 업은 싸이가 음원료로 3600만 원을 받았다면, 지금도 인디신에서 노래하는 이들의 수입은 과연 얼마란 말인가.


창작자의 것은 온전히 창작자에게

'강남스타일', '말춤'으로 일약 스타가 된 싸이는 김장훈과의 공연 표절 시비로 또다른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8일, 이화여대 대학원생이자 예술가인 고희정씨는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싸이가 가수 김장훈의 공연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하며 싸이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싸이의 공연을 진행한 삼성카드를 고소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양측 진실이 어떻든 간에, 이번 싸이와 김장훈의 갈등에서 그리고 지난 2009년 가수 이승환과 컨츄리꼬꼬와의 사례에서 상황을 조금은 예측할 수 있다.

2009년 당시 이승환과 컨츄리꼬꼬 측의 분쟁에 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12부는 "이승환 측의 저작권 및 소유권 침해 주장은 명시적 승낙은 없었지만 제반사정으로 인해 묵시적으로 승낙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승환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부분을 사실상 기각한 바 있다. 대신 명예훼손에 대한 부분만을 인정하며 각각 상대방에게 배상케 했다.

만약 이들에게 합리적이고 명확한 창작에 대한 법리가 존재했다면 과연 어땠을까하는 질문은, 이제 커져만 가는 케이팝시장에서 배부른 고민 따위가 아니다.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창작자들의 보석 같은 권리는 과연 어디에서 보상 받을 수 있을까. 싸이처럼 대형기획사도 없고, 혹은 김장훈처럼 영향력도 없어 어딘가 하소연 할 데도 없이 스스로 감내하고 있을 수많은 기획자와 예술가들은 현재 '강남 스타일'과 관련한 음원수익 문제나 안무에 대한 권리, 혹은 공연 도용문제 같은 기사를 볼 때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창작자의 것은 온전히 창작자에게. 이 확실한 원칙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야 말로 그 누구도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이다.
#싸이 #김장훈 #고희정 #강남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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