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근 제주평화박물관 관장이 일본 측과 체결한 각서를 내보이며 "정부의 무관심이 나를 매국노로 만들고 있다"고 통탄했다.
이주빈
평화박물관 측과 일본 측이 서명한 각서를 보면 일본으로의 매각절차가 시작된 건 맞다. 하지만 매각절차가 아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각서는 올해 12월 1일부터 유효하다고 서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날수록 이자에 빚만 늘어나는데 이 관장은 왜 당장 매각하지 않았을까.
"효력발생 시점을 12월 1일로 한 것은 그때까지 어떻게든 각서를 취소할 수 있는 여건이 한국에서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강제징용 당한 아버지와 선조대의 한을 풀겠다고 재산 다 털고 빚내가며 해온 일입니다. 이 평생의 업을 다 포기하고 일본에 매각하려 하는 제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든 한국에서 지푸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잡아보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그래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정상적으로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문서로 공식적으로 확인해주면 각서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올해 예산이 없어서 한꺼번에 못하겠다면 올해 버틸 수 있는 예산만 지원을 하고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해도 제가 피해를 입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원래 정부가 매입하겠다고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그나마 이런 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조차도 할 의향이 없다면 각서의 내용대로 일본에 파는 수밖에 길이 없습니다." 이 관장은 "선진국은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큰 나라이고 선진국에선 묻힌 것까지 발굴해가며 자기의 역사를 만들어가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이 제돈 들여 발굴하고 복원한 것조차 나 몰라라 한다"고 비판했다.
"나의 모든 것을 털어 발굴하고 보존하고 있는 문화재를 정부가 문화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를 밟아 죽이는 것입니다. 사실 그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자신들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해놓고도 무시하는데 일본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하니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한편, 이영근 관장은 가마오름 일본군 진지 발굴과 복원, 평화박물관 건립과 운영을 위해 모두 75억 원을 쏟아부었다.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308호로 지정된 가마오름 일본군 진지의 발굴과 복원을 위해서만 개인재산과 은행빚 등 모두 25억원을 들였다.
이 관장이 국가 대신 개인돈으로 발굴하고 복원한 가마오름 일본군 진지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는 가마오름 일본군 진지의 역사문화교육가치가 약 250억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 평가에는 토지평가와 시설투자, 수목 등은 모두 제외된 평가다. 문화재청은 이 가마오름 일본진지 매입금액으로 2억4700만 원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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