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 박근혜-김문수, 비박 포용 성공?

'일자리·복지' 경기도정 찬사하며 '단결' 강조... 취재 통제로 논란 빚기도

등록 2012.10.10 19:46수정 2012.10.10 19:46
0
원고료로 응원
a '기자 접근금지!' 10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김문수 지사의 안내를 받으며 걷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측은 '대통합' '화합'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두 사람이 걷고 있을 때 기자들은 근접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기자 접근금지!' 10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김문수 지사의 안내를 받으며 걷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측은 '대통합' '화합'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두 사람이 걷고 있을 때 기자들은 근접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 권우성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선 경선 이후 처음으로 김문수 경기지사와 단독 회동했다.

중앙선대위 인선 마무리를 하루 앞두고 '비박(비박근혜) 끌어안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앞서 친이(친이명박) 좌장인 이재오 의원과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를 지휘했던 정두언 의원을 선대위에 영입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실제로 박 후보는 지난 6일 정몽준 의원을 만나 선대위 참여를 권유했다. 다만 '역할'에 대한 의견 차이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회동 분위기는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 박 후보가 먼저 "요즘 일자리가 화두인데 평택에 1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들었다"며 "앞으로 거의 30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생긴다는데 굉장히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덕담을 건넸다. 또 "저도 공약했지만 일자리 창출을 국정운영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고용률을 국정운영 핵심지표로 삼겠다고 약속했다"며 김 지사의 공을 추켜세웠다.

김 지사도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경륜 있고 안정감을 주는 지도자가 나와야 된다고 한다"고 화답했다. 또 "저는 선거법상 말을 못하게 해서 마음이 있어도 말을 못한다, 요즘 도를 닦는 기분"이라면서도 경기도 복지서비스 행정에 대한 박 후보의 말에 "저보다 많이 공부하셨다, 핵심만 다 알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가 대선경선 당시 강조한 '지방분권'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지사가 "지자체가 늘듯이 실생활 관련해 지방발전을 더 할 수 있도록 밀어주시면 우리 같이 지방에 있는 사람은 좋아할 것"이라고 하자, 박 후보는 "그렇게 하겠다, 지자체가 할 일을 굳이 중앙에서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김 지사가 "대통령 되기 전에는 다 그렇게 한다고 하다가, 되고 나서는 안 하더라"고 하자 박 후보는 "제가 실천왕이지 않느냐"고 재치있게 답했다.

a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문수 지사의 안내를 받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문수 지사의 안내를 받고 있다. ⓒ 권우성


a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문수 경기지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문수 경기지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두 사람은 10분간의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경기도 복지보육시설인 '무한돌봄센터'와 방과후학교인 '꿈나무 안심학교'로 향하는 길에도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조곤조곤 대화를 나눴다.

박 후보는 '꿈나무 안심학교' 등을 돌아보며 "김 지사가 이런 지자체 복지서비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민간의 참여와 전문가의 전문성을 아울러 활용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경기도의 꿈나무안심학교는 다른 곳에서도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모범이 돼 큰 자부심을 가질만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 지사는 경기도당 선대위 발대식까지 참석해 박 후보를 '지원사격' 했다. 그는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복잡한 외교관계를 풀고, 나라를 공산권으로부터 튼튼히 지킬 정당이 어디겠느냐, 새누리당이다"며 당원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특히, "박 후보가 도청 무한돌봄센터 등을 방문해 저한테 질문하는데 저보다 훨씬 더 많이 아시더라"면서 "여러운 사람을 위한 따뜻한 복지를 할 정당은 새누리당이라 생각한다, 새누리당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갈 정당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a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새누리당 경기도당 대선선대위발대식에서 박근혜 대선후보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이야기를 나누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새누리당 경기도당 대선선대위발대식에서 박근혜 대선후보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이야기를 나누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 권우성


a  박근혜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새누리당 경기도당 대선선대위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기위해 연단으로 나가고 있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새누리당 경기도당 대선선대위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기위해 연단으로 나가고 있다. ⓒ 권우성


"흔들리는 나뭇가지 위에 새 앉을 수 없다... 분열되면 민심 떠날 것"

박근혜 후보는 "단결 없이 대선 승리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쇄신 내홍'에 대해 "대선 70일밖에 안 남았는데 왜 이렇게 (당내에서) 시끄럽냐고 걱정하는 분이 있는데 저는 이런 주장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조정되는 과정에서 당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다독였다. 더불어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통합과 쇄신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통합으로 우리 사회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쇄신으로, 미래로 나가야 한다"며 "이 두 가지를 함께 해야만 진정한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이것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대한민국의 앞날을 맡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누누이 강조했지만 경제민주화는 확실하게 해낼 것"이라며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복지는 '박근혜 경제'의 3대 축인데 안 할 수 있겠나, 우리 국민을 위해서라도 경제민주화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결'을 주문하면서 박 후보의 목소리는 점점 빨라졌다. 그는 "이제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서 흔들림 없이 나가야 한다"면서 "흔들리는 가지에 새가 앉을 수 없듯이 우리가 분열되고 갈라선다면 국민들의 마음은 우리를 떠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a  박근혜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경기도당 대선선대위발대식에서 대선승리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경기도당 대선선대위발대식에서 대선승리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을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a  박근혜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경기도당 대선선대위발대식에서 대선승리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경기도당 대선선대위발대식에서 대선승리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을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이어, "두 번의 위기 때마다 우리에게 신뢰를 저버리지 않은 국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더 이상 정치를 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책임도 져야 한다"며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겠나, 저 개인이 책임질 게 아니라 새누리당 모두가 져야 할 책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정치 첫 입문 당시 경험을 반추하며 승리를 자신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처음 정치에 입문했던 (대구) 달성군 선거는 선거 마지막 날 여론조사까지 (제가) 두 자리 숫자로 지는 결과가 나왔다"며 "모두가 졌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표현하지 않은 국민이 조용히 그리고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후보는 "(당시) 저는 국민들을 믿었다, 그분들의 애환을 들으면서 마음을 나누며 열심히 뛰었고, 그 결과 신뢰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며 "흔들리지 말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국민들도 우리 손을 잡아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취재 제한 논란... "그림 좋지 않으니 따라 붙지 말라"

a '기자 접근금지!' 10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김문수 지사의 안내를 받으며 걷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측은 '대통합' '화합'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두 사람이 걷고 있을 때 기자들은 근접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두명이 걸어오는 동안 취재진은 멀리 떨어져서 차도를 걷고 있다.

'기자 접근금지!' 10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김문수 지사의 안내를 받으며 걷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측은 '대통합' '화합'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두 사람이 걷고 있을 때 기자들은 근접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두명이 걸어오는 동안 취재진은 멀리 떨어져서 차도를 걷고 있다. ⓒ 권우성


한편, 박 후보와 김 지사의 화기애애한 회동에 오점을 남긴 것은 박 후보 캠프 측의 과도한 취재 제한이었다.

박 후보 측은 당초 김 지사와 만났을 당시 초반 5분 정도는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장소 협소'를 이유로 경기도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풀(Pool) 기자' 취재로 전환됐다. '풀 기자' 취재는 장소가 협소하거나 많은 기자가 함께 취재하기 어려울 경우, 언론사끼리 순번을 정해 대표 취재를 하고 그 내용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박 후보 캠프는 박 후보와 김 지사가 도청에서 나와 '무한돌봄센터' 등으로 향할 때 기자들이 따라붙지 말 것도 주문했다. "그림이 좋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박 후보의 질의응답도 없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 자연스러운 연출 성공? 새누리당의 취재통제로 기자들이 멀리 떨어져 걸으면서 김문수 지사와 박근혜 후보가 자연스럽게 걸어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자연스러운 연출 성공? 새누리당의 취재통제로 기자들이 멀리 떨어져 걸으면서 김문수 지사와 박근혜 후보가 자연스럽게 걸어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 권우성


도청에 도착한 기자들은 "경선 이후 첫 단독회동인데 분위기라도 취재(펜) 기자들이 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요구했다. 장소가 협소하다면 서서라도 두 사람의 표정 등을 살피겠다는 이야기였다. 실제 도청 관계자들은 "장소가 협소하긴 하지만 (펜 기자들이) 서 있을 정도는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기자들은 "이동 중에 이렇게 풀 취재를 통보하면, 선대위 발대식 같은 행사만 취재하란 뜻이냐"는 비판도 잇따랐다. 또 '그림'을 이유로 취재를 제한한 것과 질의응답을 사전에 '없다'고 단정 지은 것에 대해서도 항의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애초 접이식 의자 20개를 준비했을 정도다"라면서도 "사진기자나 카메라기자들도 (장소를 고려해) 일부만 들어갔는데 펜 기자만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질의응답 가능 여부도 다시 한 번 후보에게 여쭤보겠다"며 "최대한 취재진에 편의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박 후보 측 실무진들은 취재를 막아섰다. 박 후보는 이날 '꿈나무 안심학교'를 방문한 뒤 "국민대통합위원장직을 직접 맡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떤가"란 질문에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내일(11일) 선대위를 발표하니까 종합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두 번째 나온 질문부터 제지가 들어갔다. 한 기자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게 약속한 입법에 대해 질의하려 하자, 후보 곁에 있던 한 경호원이 "기자가 2명뿐이라서"라며 말을 자르고 나섰다. 이에 박 후보는 "아, 그래요, 그렇게 되면(기자가 없을 때 답하면) 엄청난 비판을 받게 된다"고 답한 뒤 자리를 떴다.
#박근혜 #김문수 #경기도청 #비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