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토론회 직후 인터넷신문 <허핑턴 포스트>, 조 바이든 부통령이 토론회를 시종일관 장악했다고 평가했다.
<허핑턴 포스트>
바이든은 오바마 대통령과는 반대로 시종일관 공격적이었고, 자주 라이언의 대답을 가로막거나 끼어들었으며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말과 몸짓을 거듭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바이든은 오바마 정책이 롬니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줬고, 라이언의 설명에 조금이라도 이의가 있을 경우 답변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반박했다.
베테랑 정치인인 바이든을 만난 라이언은 큰 실수 없이 자기 진영의 정책을 설명했지만 라뎃즈의 거듭되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세제와 일자리 부분 등에서 어떻게 증세 없이도 정부 부채를 줄일지, 어떻게 일자리를 늘릴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라이언은 토론회의 첫 주제였던 지난 9월 11일 리비아 사태( 리비아 주재 미국 영사관의 피습 사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이 일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라는 것을 아는데 2주나 걸렸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또한 왜 오바마 정부가 대사관에 대한 추가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도 다그쳐 물었다. 이에 바이든은 라이언과 다른 공화당 의원들이 예산을 삭감한 결과라고 지적하며, 롬니와 오바마의 외교 정책의 차이를 드러내는데 치중했다.
바이든은 이어 이란과 중동문제, 그리고 외교문제에 대해 라이언과 롬니가 하는 말이 모두 "loose talk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말)"라고 거듭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오바마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롬니의 '47% 발언'(소득세를 내지 않은 미국인의 47%는 정부에 의존하는 사람들로 책임감이 없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오바마를 지지할 것이라는 발언: 기자 주)과 라이언의 "30%의 미국인들은 정부 혜택의 의존자들이다"는 말을 꺼냈다. 또한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을 강하게 비난하는 라이언이 정작 자신에게, "위스콘신의 회사들을 돕기 위해 경기 부양기금을 좀 줄 수 없냐?"는 편지를 두 번이나 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그는 "경기 부양기금이 필요한 이유는 이것이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늘리기 때문이다"고 라이언이 편지에 직접 썼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65세 이상의 미국인들을 위한 사회 보장제도가 곧 파산할 것"이며 "당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라이언에게 바이든은 그러한 개혁은 곧 사회 보장제도의 민영화를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롬니와 라이언의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현재 정부 주도의 의료 보험제도를 없애는 대신 노인들에게 바우처 (일종의 쿠폰)을 주어 개인이 알아서 의료 보험을 구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라뎃즈는 노인들이 바우처로 보험료 전액을 지불할 수 없는 경우 나머지 돈을 어떻게 낼 수 있는지, 그에 대한 구체적 지원 마련이 있는지를 거듭 물었지만 라이언은 정확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그러자 바이든은 "저들은 처음부터 메디케어를 지지하지 않았다. 저들의 당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여러분, 여러분의 상식으로 판단하라. 이 문제에 있어서 누구를 믿을 수 있는지를"이라며 카메라를 향해 묻기도 했다.
낙태 문제, 입장차 분명하게 드러내 세제에 대해서 바이든은 "중산층에 대한 감세는 계속 이어가되 부자에 대한 감세는 부시 감세안의 만료와 함께 끝이 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롬니-라이언의 세제안은 결과적으로 중산층의 증세를 야기시킨다"고 주장했다.
한편 라이언은 "모든 납세층을 대상으로 20%의 감세를 실시하는 대신 현 세제의 허점을 메꾸어 정부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경제를 살리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라뎃즈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구체적인 방법을 얘기하라고 요청했지만 라이언은 "집권하면 양당이 공조하는 위원회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대답만을 했다.
이에 바이든은 "불가능한 계산이다. 이전에 이런 시도가 있었던 적도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이나 채워라"고 라이언을 향해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두 후보는 낙태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라이언은 "강간과 근친상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경우의 낙태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진행자의 "롬니-라이언 행정부에서는 현재의 합법적인 낙태법이 위법이 될 수도 있냐"는 질문에 라이언은 "선출직이 아닌 판사가 이 문제에 결정권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평생 가톨릭 신자로 생명에 대한 교회의 판단에 따르지만, 나의 종교적 신념을 개신교도나 무슬림, 유대인 등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처럼 낙태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나는 여성이 그들의 몸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말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든 이슈에 대해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 이번 부통령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CNN은 바이든이 "지난 주 오바마 대통령의 맥빠지는 토론회 때문에 상심에 빠진 민주당 지지자들의 기운을 다시 살렸다"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메릴랜드의 앤드류 공군 기지에서 기자들에게 "조 바이든이 오늘 밤 멋지게 잘했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라이언에 대해 "27년 연상의 바이든을 상대로 외교 분야에서도 유창함을 보였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신문은 라이언이 토론 내내 침착함을 유지했다며, 롬니의 "47%" 발언과 관련 말실수 잘하기로 유명한 바이든에게 "자신의 입에서 가끔 원하지 않는 말이 나올 따올 때가 있다는 것을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재치있게 맞받아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토론회 내내 바이든이 라이언을 향해 조소를 보내거나 눈살을 찌푸린 것에 대해 공화당의 제이슨 차페즈 유타 상원의원은 "그는 계속해서 말을 끊고 끼어들려고 했다. 11살짜리 내 아들이 저녁밥상에서 그렇게 한다면 나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고 평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결과 팽팽... CNN, 라이언 48% vs. 바이든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