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암투병 중인 비정규직에까지 월급 가압류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인간이 할 짓 아니다"...국정감사장서 집회 열기로

등록 2012.10.15 14:34수정 2012.10.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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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 조합원이 회사 본관을 쳐다보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은 올해 8월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부분 파업을 벌여 현재 재산 가압류와 고소고발을 당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 조합원이 회사 본관을 쳐다보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은 올해 8월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부분 파업을 벌여 현재 재산 가압류와 고소고발을 당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 변창기


지난 8월 있었던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의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 요구 파업과 관련해 현대차가 부인이 암 투병 중인 조합원에게까지 월급 가압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최아무개 조합원의 부인은 지난 9월 초순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최 조합원은 휴직을 내고 부인 병간호를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최 조합원의 부인이 암 투병 중인 와중에도 지난 9월 24일부터 최 조합원에게 월급 가압류 대상 통보를 한 것.

앞서 현대차는 8월 20일 있었던 회사 측과 비정규직노조 충돌 과정에서 손실을 당했다며 비정규직 노조 간부 등 32명의 조합원에게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70여 명에 대해서는 고소 고발을 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0년 비정규직 노조 파업과 관련해서도 이미 2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조합원 상당수의 재산이 가압류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현대차가 또 다시 지난 9월 초 10억 원 손배소송을 하면서 정규직화 요구에 앞장섰던 조합원들의 고통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아내 암 투병 중인 조합원 돕기위해 모금운동까지 했건만... 

최 조합원은 당초 현대차 울산공장 정규직으로 입사한 후 98년 IMF 때 회사에서 정리해고됐고, 이후 수년간 복직투쟁을 벌이다 2005년 현대차 울산공장 하청업체에 입사해 비정규직노동자로 생활해 왔다.

특히 최 조합원은 올해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한 후 매일 아침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출근투쟁을 벌여왔고, 8월 비정규직노조 파업에 앞장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부인이 9월 초순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자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척 힘든 생활을 해왔고, 비정규직노조는 최 조합원 돕기 모금운동을 벌여 소정의 금액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월급 가압류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

비정규직노조는 "최 조합원의 부인이 9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시점에 현대차는 최 조합원을 포함한 32명에게 10억 원의 손해 배상소송을 냈다"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암 투병 중인 가정에 월급가압류 대상자로 통보한다는 것은 인간 이하의 행동"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어느 때보다도 위로받아야 할 힘든 노동자에게 오직 비정규직노조 투쟁을 찍어 누르려는 데만 집착하는 하는 것은 잔인한 처사"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회사측이 손배 소송을 낸 32명 중 9명에게 추석전인 지난 9월 24일 월급 가압류 통보하면서 한 업체가 추석 귀향비조차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월급 가압류는 은행에 돈이 묶이는 것으로, 추석 귀향비 등은 지급해 오는 것이 관례였다.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가압류 자체가 파렴치한 노동탄압이지만, 설사 가압류를 하더라도 법에 따라 은행에 돈이 묶이는 것이지 사내하청업체가 멋대로 월급을 지급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백주대낮에 노조 간부를 감금 납치하는 등 법 위반을 밥 먹듯이 하는 현대차가 이번에는 임금 체불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자세히 파악을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환노위, 15일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집중적으로 다룰 듯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한노위)가 15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노위는 이날 증인으로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박현제 지회장과 김억조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 불법파견 대법원 확정판결 당사자인 최병승 조합원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경찰이 지난 10일 박 지회장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 상태라 박 지회장의 국정감사 증인출석이 성사될지 불투명하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서 법위에 군림한 채 불법 노동착취를 방관하고 직무유기로 일관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에 대해 엄정한 감사가 이루어지고, 현대차 그룹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정몽구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서 법적·사회적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며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는 기대와 요구보다 대단히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환경노위는 불법파견 최고 책임자인 정몽구에 대한 증인채택조차 하지 않았고, 본청이 아니라 부산청 감사로 축소해서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는 감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오는 10월 2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정몽구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15일 국정감사가 열리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하고 오후 2시부터는 집회를 연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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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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