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도민, 문재인 향해 "빨갱이"...물병 투척

세 후보 모두 이북5도민 체육대회 참석...안철수 향해 '야유'-박근혜 향해서는 '환호'

등록 2012.10.14 15:14수정 2012.10.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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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체육대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는 가운데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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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들자 수행원들이 문재인 후보를 보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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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참가자들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따라다니며 "친북종북세력 물러나라!" "햇볕정책 폐기하라" "영토포기 매국행위" 등이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빨갱이는 물러나라, 문재인은 대통령 꿈 포기하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봉변을 당했다. 14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서 열린 '이북 5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한 문 후보는 일부 이북 도민들에게 물세례를 받았다. 문 후보는 관중석으로부터 날아온 물병을 황급히 피하기도 했다. 또, 한 이북도민은 문 후보를 향해 의자를 던지려다가 경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문 후보가 체육대회 현장에 도착하면서부터 분위기는 살벌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문 후보를 따라다니며 '친북종북세력 물러가라', '6.15 망령 사라져라', '햇볕정책 폐기하라', '영토포기 매국행위' 등이라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이들은 "여길 왜 와, 당장 가"라며 고함을 질렀다. 최근 불거진 NLL(서해 북방한계선) 논란이 이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안도와 강원도 지역 이북도민들이 모인 관중석에 앉은 일부 참석자들이 문 후보를 향해 물병을 투척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와 당직자가 물병을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남성은 문 후보를 향해 물을 뿌렸고, 문 후보 안경에 물방울이 튀기도 했다. 관중석에서는 "문재인이 어디라고 와"라며 고함을 질렀고, 이에 대해 "잘한다"며 부추기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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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체육대회'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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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체육대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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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4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한 참석자에게 받은 소주를 마시고 있다. ⓒ 권우성


그러나 이 같은 비난 여론이 모든 이북도민들의 의중을 반영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를 보자 "와 문재인이다"라며 반가움을 표한 김영선(77)씨의 손에는 '햇볕정책 폐기하라'는 손 팻말이 들려져 있었다. 김씨는 해당 팻말이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모른 채 문 후보를 향해 연신 팻말을 흔들었다. 그는 "누가 나눠줘서 가지고 있었다"며 "깔고 앉고 있던 걸 흔든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서도 "박근혜 후보는 좀 생각해 봐야 할 것같은데 문재인이 제일 똑똑한 것 같다"며 문 후보에 대해 호감을 표했다.

'영토포기 매국행위'라 적힌 팻말을 들고 있던 박아무개(74)씨 역시 팻말의 뜻에 대해 묻자 "우린 잘 모른다"며 "앞에서 나눠줬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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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반갑게 악수하던 한 참석자가 갑자기 '햇볕정책 폐기하라'가 적힌 손피켓을 흔들었다. 이 시민은 누군가 나눠준 것인데 무슨 내용인지 모른 채 반가워서 흔들었다고 말했다. ⓒ 권우성


이북도민들, 문재인-안철수 향해 '야유'...박근혜 향해서는 '환호'

이 같은 소란에도 문 후보는 경기장을 모두 돌았다. 문 후보는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한 남성 참가자는 문 후보에게 "종북 아니죠"라며 수차례 물었고, 문 후보는 "네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한 켠에서 참가자들은 문 후보에세 소주를 따라주며 안주를 먹여줬다. 한 여성 참가자가 "문 후보가 너무 보고싶었다"며 반가움을 표현하자, 땀이 맺혔던 문 후보는 여성에게 "땀을 닦아 달라"며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기도 했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문 후보는 경기장을 다 돌며 참가자들과의 스킨십을 늘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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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는 가운데, 한 참석자가 안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종이를 들고 달려들다 경호원에 제지당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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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같은 시각, 현장을 방문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향해서도 "저 XX가 왜 여기 왔어" 등의 야유가 쏟아졌다. 정지욱 함경남도 체육회장은 안 후보에게 "실향민 대책이 뭐냐, 실향민 2세는 고향에 가야 하는데 어떤 대안을 갖고 있냐"고 물었다. 안 후보가 "북과 대화를 통해서.."라고 말하자 정씨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랑 대화해서 뭐가 됐냐"고 따졌다.

그러나 문 후보만큼 격한 반응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안 후보와 악수를 나누며 안 후보를 격려하는 참가자들이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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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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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해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반면, 비슷한 시각 경기장을 방문한 박 후보를 향해서는 큰 환호가 쏟아졌다. 참가자들은 자리에 일어나서 "박근혜, 박근혜"를 연호하며 박 후보를 맞았다. 이들은 박 후보와 악수하기 위해 계속 따라가며 박 후보를 뒤쫓았다. 한 여성은 철통같은 경호를 뚫고 박 후보에게 안기려 뛰어들기도 했다.

박 후보는 경기장을 빠져나오며 "누구보다도 안보라든가 자유를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고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앞장 서시는 분들을 만나서 반갑다"며 "열심히하겠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세 후보가 모두 경기장을 방문했지만, 각기 다른 방향으로 경기장을 순회해 세 후보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물병 #이북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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