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공포' 구미에 또? 정말 너무한다

[현장] 강바닥 깎여 3차 단수대란 터질 뻔... 이래도 4대강 홍수피해 없다니

등록 2012.10.18 14:34수정 2012.11.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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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직전 구미시 산동면에 살포된 13톤의 맹독성 불산가스로 전국이 불산 공포에 휩싸여 있다. 경북 구미는 16일 현재 사고 19일째이지만 아직까지 방제작업조차 벌이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주민피해와 광범위한 오염으로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그런데 이런 구미시에 태풍 산바 당시 '단수사태'가 벌어질 뻔했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4대강 사업에 따른 낙동강의 급격한 변화로 일어난 역행침식 현상이 지천 강바닥에 묻혀있던 송수관로를 강바닥 위로 드러나게 해 벌어진 일이다. 작년 2차 단수파동과 그 양상이 거의 비슷한 이번 사고는 4대강 사업 전에는 절대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다. 15일 그 현장을 찾았다. 

구미 단수대란 삼세번?

a 드러난 송수관로 작년 1,2차 단수 파동에 이어 자칫하면 3차 단수대란사태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현장이 아닐 수 없다. 15일 찾은 현장 모습.

드러난 송수관로 작년 1,2차 단수 파동에 이어 자칫하면 3차 단수대란사태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현장이 아닐 수 없다. 15일 찾은 현장 모습. ⓒ 정수근


지난해 터진 두차례에 걸친 구미 단수 사태. 식수원 낙동강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단수 사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이곳에 일이 터진 것은 4대강사업 탓이다.

낙동강의 과도한 준설로 인해 강바닥에 세굴현상이 일어나면서 해평취수장 앞 취수용 임시 가물막이가 붕괴해 발생한 것이 첫 번째 단수사태이고, 구미정수장 앞 강바닥에 깊이 깔려 있던 송수관로가 드러나 파괴되면서 발생한 것이 두 번째 단수사태다. 이 일로 당시 구미시와 김천, 칠곡 일부지역 시민들은 일주일간 수돗물 없이 지내야 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말이다.

그런데 구미시민들은 올해 세 번째 단수사태를 경험할 뻔했다.

a  땅에 묻혀 있어야 할 송수관로가 강바닥 침식으로 완전히 드러났다.

땅에 묻혀 있어야 할 송수관로가 강바닥 침식으로 완전히 드러났다. ⓒ 정수근


구미시를 관통해 지산동 부근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구미천(봉곡천)과 낙동강의 합수부 유역에는 낙동강 상류의 구미정수장에서 정수한 수돗물을 구미시로 실어 나르는 송수관로가 강바닥에 깔려있다. 구미시 40만 인구의 생활용수와 구미국가산단 1~3공단 공업용수를 수송하는 구미시의 주핵심 송수관로다.


그런데 그렇게 강바닥에 묻혀 있었던 이 송수관로가 이번 태풍 산바 당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강바닥 세굴현상으로, 완전히 드러나 버렸다. 4대강 사업에 따른 지천의 역행침식현상 때문이다.

그리 센 태풍도 아닌 '산바'(언론의 호들갑과는 달리 산바 내습 당일 경북도의 평균 강수량은 96.8㎜ 밖에 되지 않았다) 영향으로 일어난 구미천의 역행침식 현상은 아주 심각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구미천 곳곳에 심각한 침식현상이 목격되었다.


낙동강의 과도한 준설로 예상된 '인재'

a 도로가 무너질 수도 아랫쪽에서부터 일어난 침식은 위쪽제방까지 이어져, 자칫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도로가 무너질 수도 아랫쪽에서부터 일어난 침식은 위쪽제방까지 이어져, 자칫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 정수근


a  휘어진 자전거도로용 가드레일

휘어진 자전거도로용 가드레일 ⓒ 정수근


물줄기가 흘러간 곳은 협곡이 만들어질 정도로 둔치의 침식이 강력했다. 또한 국도와 연결된 제방에까지 침식이 진행돼 자칫하면 도로의 붕괴로까지 이어져 초대형사고를 불러올 뻔한 심각한 장면도 목격되었다.

뿐만 아니라 침식은 더 상류로까지 연결돼, 상류의 제방보호용 콘크리트 블록들이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구미천을 따라 시공한 자전거도로는 상판이 완전히 붕괴되고, 철제 가드레일 또한 상당부분 휘어져버려, 자전거도로의 기능이 완전 무색해져 버렸다. 

또 침식은 잠수교인 덕산교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끼쳐 자칫하면 교량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뻔했다. (작년에 이와 같은 현상으로 낙동강의 지천인 청도천의 작은 교량이 붕괴되었고, 남한강의 지천 연양천의 신진교가 붕괴되었다. 또 용머리교도 무너져내렸다. 역행침식현상은 지천의 제방과 강바닥뿐만 아니라 교량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지천에서 일어나는 이런 종류의 홍수피해는 4대강사업 전에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던 사고다.  4대강 삽질로 강의 물리적 환경이 완전히 바뀌면서 생긴 일이다. 평균 6미터 깊이로 깊게 준설된 낙동강과 예전 하상(강바닥) 그대로인 지천의 강바닥 높이 차이 때문에 일어난 침식현상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토부, 이래도 홍수피해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국토부는 홍수피해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4대강사업이 홍수피해를 막아냈다는 홍보성 자료까지 만들어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a  완전히 망가져버린 자건거도로

완전히 망가져버린 자건거도로 ⓒ 정수근


지난해 국토부는 분명히 말했다. 경북 왜관의 '호국의 다리' 붕괴사고와 상주보 본제방 붕괴사고,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구미 단수사태 등등과 같은 초대형 홍수피해는 모두 공사중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며 이런 사고들은 공사가 완료되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데 보란 듯이 또 대규모 홍수피해가 일어났다.

지난 태풍 산바 내습 시 일어난 초대형 홍수피해들인 경북 고령과 성주지역 침수, 그리고 고령딸기 주산지의 침수(낙동강 본류가 합천보로 막히니, 지천인 회천의 강물이 빠지지 않아, 회천의 제방이 붕괴해 일어난 침수피해), 달성군 구지면의 낙동강 본류 제방의 누수 사태와 강변 생태공원의 심각한 침식현상 그리고 낙동강 지천인 감천의 제방붕괴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일어난 이 모든 일이 4대강사업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항진 4대강복원대책위 위원장은 녹조대란 사태와 같이 썩은 강물의 용수 확보 이외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4대강 관련 댐을 하루라도 빨리 해체하고 낙동강을 재자연화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길만이 더 이상의 대재앙을 막는 길이라는 것이다. 

TK의 아성 경북 구미, 민심 돌아선다

a  구미 국가산단 4단지의 한 공장에서 불산가스가 유출된 사고로 인해 인근 마을의 고추밭이 제초제를 맞은 것처럼 말라죽었다.

구미 국가산단 4단지의 한 공장에서 불산가스가 유출된 사고로 인해 인근 마을의 고추밭이 제초제를 맞은 것처럼 말라죽었다. ⓒ 조정훈


국토부의 이런 대책없는 '배짱'이 가능한 것은 바로 이곳이 집권 여당의 아성인  대구경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토부의 판단이고, 구미의 민심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게 대다수 주민들의 의견이다.

박정희 정권의 특별한 '선물'인 국가산업단지에서 터진, 맹독성 불산 유출사건으로 지금 이곳 주민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 두개 마을 300여 명의 주민들은 스스로 이주를 결정해 피난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현재 그 난민생활을 12일째를 이어가고 있고, 인근마을 주민들은 불산 공포에 집을 팔고 있다. 인근 농민들 역시 '불산오염 농산물'로 낙인찍힌 농산물 판매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이명박 정권의 선물인양 인식되었던 4대강 개발사업 때문에 터진 작년 두 차례의 단수사태와 관련해서도 구미 시민들은 정부 상대 소송을 진행중이다. 무려 17만 명에 170억, 사상 최대 손배소송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3차 단수대란 사태까지 터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집권여당의 아성 구미의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박근혜 후보가 선거유세로 그 바쁜 와중에도 지난달 28일 짬을 내 구미 방문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불산 사태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다. 이로 인해 구미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국가산업단지와 4대강 개발이라는 국가가 준 두 가지의 큰 선물들로 인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정수근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구미 단수 #역행침식 #낙동강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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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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