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아3인'도 반한 시골분교 아이들의 장래희망

<오마이뉴스> 본사에 모인 '나홀로 6학년' 학생들, 꿈을 말하다

등록 2012.10.19 08:53수정 2012.11.0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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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각지 '나홀로 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야외정원에서 촬영한 단체사진
전국 각지 '나홀로 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야외정원에서 촬영한 단체사진조재현

남들에겐 그저 그런 평일, 주말을 이틀 앞둔 목요일이겠지만 이 친구들에겐 목을 빼며 기다리던 날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날이냐고요? 전국 각지 분교 등에서 모인 바로 '나홀로 졸업생'들이 갖는 '더불어 졸업여행'의 메인행사가 기다리고 있는 날이었지요.

<오마이뉴스>가 지난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이 특별한 졸업여행이 벌써 다섯 번째를 맞이했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학생은 모두 스물한 명. 지역도 다르고 서로 품고 있을 꿈도 다를 이 초등학교 졸업 예정 학생들이 18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일일 교장 선생님, '아3인' 예재형, 이상준이 떴다!

서먹했을 이들에게 지난 17일 덕수궁의 소풍 시간은 친해지기 충분한 시간이었나 봅니다. 왁자지껄, 본사 대회의실에 들어서자 테이블마다 '수다꽃'이 피었네요. 아직은 수줍어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18일, 오늘은 놀이공원 여행도 있는 날이군요!

"졸업 여행 간다면서요. 우리도 같이 갔으면 좋겠어요? 원한다면, 500원!"

타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자기네 것인양 쓰며 등장한 이들은 바로 <코미디 빅리그>에서 '아3인'으로 활약 중인 개그맨 예재형, 이상준씨였어요. 학생들에게도 친숙한 얼굴인가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SBS 인기 개그프로였던 <웃찾사>에서 '이건 아니잖아'로 당시 시청자들을 한바탕 웃게 했던 바로 그들이었죠.

바로 이들이 18일 하루 일일 교장 선생님을 맡았어요. 개그맨이라 웃겨야만 한다고요? 개인기를 보여 달라는 학생들의 성화에 이 교장선생님들은 "내 나이가 서른하난데 너흰 몇 살?"이라며 부드럽게 피해갔네요. 아쉬운 탄식이 이어지자 이상준씨는 김연아 성대모사를 한다며 트리플 럿츠의 '표정'만을 선보여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썰렁함은 그냥 못 지나가는 특별한 교장 선생님의 마음이랄까요.


 전국 각지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본사를 방문한 개그맨 이상준씨가 참가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국 각지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본사를 방문한 개그맨 이상준씨가 참가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조재현

 전국 각지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본사를 방문한 개그맨 예재형,이상준씨와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참가자들
전국 각지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본사를 방문한 개그맨 예재형,이상준씨와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참가자들조재현

파티시에에서 과학자, 그리고 목사님까지...아3인도 반했다

"그래요. 우리 친구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 "음..." / "아, 음이 되고 싶구나."


학생들의 말 한 마디를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개그를 통해 교장 선생님의 권위를 증명해보이겠다는 다짐이라도 한 걸까요. 졸업 여행 기념 선물을 증정하는 자리에서 우리 예재형, 이상준씨가 깨알 같은 지도 편달을 했어요.

자칫 그저 학생을 앞으로 불러내 선물을 주고 기념사진을 찍는 식상한 자리가 될 뻔했던 자리가 교장 선생님들을 통해 폭소의 도가니가 됐어요. 한 명 한 명 불러내 선물을 주는 자리가 어느새 장래희망을 묻고 답하는 깜짝 상담소가 됐습니다.

"그나마 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우므로 이 선물을 수여함."

가장 먼저 선물을 받은 학생은 한수미(강동초등학교 단구분교장)양이었어요. 일일 교장 예재형씨의 기습 낭독에도 당황하지 않고 수미양이 밝힌 장래희망은 여행사진 작가였어요. 우리 교장 선생님이 "쇼핑백 안에 든 선물 꾸러미에 뭐가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사진기자 분의 사진기라도 주겠다"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 <오마이뉴스> 사진기자를 당황시켰다죠.

 전국 각지 '나홀로 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8일 오전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휴식을 취하며 케이크를 먹는 참가자들
전국 각지 '나홀로 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8일 오전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휴식을 취하며 케이크를 먹는 참가자들조재현

요즘의 어린 학생들이 꿈이 없다며 한탄하던 어른들이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이 학생들을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김민주(양남초등학교 상계분교)양은 동화작가가 되고 싶어 했고, 유현모 학생은 과학자, 그것도 미래의 환경을 걱정하는 환경 과학자가 되겠다고 했네요. 가수가 되고 싶다던 최진성군은 시스타를 좋아한다고 했다가 교장 선생님에게 "혹시 걸그룹 멤버가 되려는 건 아니지?"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도 했죠.

이날 모인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던 장래희망은 다름 아닌 파티시에였어요. 조선주(남산초등학교 서천분교장), 이수현(황전초등학교 회덕분교장) 학생이 모두 저마다의 빵을 만들겠다며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참, 김홍일(소천초등학교 남회룡분교장)군은 축구 선수가 된다고 했네요. 이에 교장 예재형씨는 "이 중에 혹시 장래희망이 축구공인 분?"이라 장난을 치며 애타게 김홍일군의 축구실력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또 목사님이 장래희망이라던 김영은(압해초등학교 고이분교장)군은 그 듬직한 풍채와 온화한 미소 덕에 교장 선생님이 '과장님'으로 부르기도 했지요. 

고유의 빛깔을 지닌 꽃처럼 학생들이 가진 꿈도 형형색색이었습니다. 전국의 많은 학생들이 눈에 불을 켜고 만나고 싶어 한다는 '눈높X 선생님'도, 'X몬 선생님'도 아니었지만 예재형, 이상준 교장 선생님 역시 아이들과 충분히 통한 하루였습니다.

 전국 각지 '나홀로 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사파리 관람중인 참가자들
전국 각지 '나홀로 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사파리 관람중인 참가자들조재현

 전국 각지 '나홀로 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사파리 관람중인 참가자들
전국 각지 '나홀로 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사파리 관람중인 참가자들조재현

 전국 각지 '나홀로 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참가자들이 1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야외정원에서 퍼레이드 관람을 하고 있다.
전국 각지 '나홀로 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참가자들이 1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야외정원에서 퍼레이드 관람을 하고 있다.조재현

#아3인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 #나홀로 6학년 #코미디 빅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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