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브라더스 인수, MB-강만수도 지지"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 리먼 내부 문서 공개... "김승유 전 하나지주 회장 주도"

등록 2012.10.19 11:47수정 2012.10.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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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9일 오후 3시 13분]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당시 한국 경제까지 큰 위기로 몰아넣을 뻔했던 리먼 브라더스 인수 협상 과정에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 금융 실세들이 깊숙이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문건이 발견됐다.

재미 블로거인 안치용씨는 18일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http://andocu.tistory.com)에 최근 리먼 브라더스 파산관재위원회가 리먼 브라더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문건을 공개했다.

"김승유 회장 만나 50억 달러 투자 논의... MB-강만수 지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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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블로거 안치용씨가 17일 밤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 리먼 브라더스 내부 문건. 한국 컨소시엄의 리먼 브라더스 50억 달러 투자 관련 이명박 대통령,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등이 지지 뜻을 밝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 안치용 블로그


문제의 문건은 조건호 당시 리먼 브라더스 부회장이 지난 2008년 5월 29일 리먼 브라더스 최고경영진에게 보낸 '한국 컨소시엄의 리먼 브라더스 투자 관련, 기회와 핵심 쟁점 브리핑'이라는 2쪽짜리 메모다. 이 메모에서 조 부회자은 하나은행을 비롯해 산업은행, 한국투자공사, 국민연금공단 등으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이 리먼 브라더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하려 한다며 투자 배경, 금융기관별 투자 금액, 투자 일정, 투자 뒤 지분 구조 등을 설명하고 있다.

조건호 부회장은 그해 5월 16일 '새 이명박 대통령과 절친한 개인 자문역'이라고 소개한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전화를 받았으며, 5월 26일에는 제시 바탈 리먼 브라더스 아시아 회장과 함께 김승유 회장을 만나 리먼 브라더스 투자 문제를 논의했다고 적었다.

특히 민유성 전 리먼 브라더스 서울 대표가 6월 2일 산업은행 총재에 선임돼 투자가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 부분까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조건호 부회장은 이 문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3명의 중요한 행정부 인사로부터 지원을 확약 받았다"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장관(현 산업금융지주 회장), 전광우 당시 금융위원장(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직접 거론했다. 이 가운데 전광우 전 위원장은 5월 24일 자신과 민유성이 직접 만나서 리먼 브라더스 투자에 관한 브리핑을 했고 이미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고, 김승유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 역시 지지하고 있다고 확약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치용씨는 "5월 24일은 산업은행 행장을 물색하던 시기이며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 행장의 임명제청권자"라면서 "김승유가 조건호에게 리먼 브라더스 인수를 문의한 직후에 임명제청권자인 전광우가 조건호, 민유성을 만나고 그 뒤 민유성이 산업은행장에 임명됐다는 것은 산업은행장 인선을 김승유가 주도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먼 인수했으면 한국 경제 파산... 추가 문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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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 당시 산업은행 총재가 지난 2008년 9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리먼브러더스 인수 협상 경위와 스톡옵션 보유 논란에 관한 의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이는 그해 7월 11일쯤 리먼 브라더스에서 경영권 지분 인수 제의가 오기 전까지는 리먼 인수에 관심이 없었다는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와 전광우 위원장 등 당시 국회 증언과 상충되는 것이다. 아울러 리먼 인수를 민유성 총재 개인의 독단적인 행태로 몰아갔던 당시 정부 주장과 달리 현 정권 실세가 깊숙이 개입했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지지 의사를 밝힌 사실이 드러난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안치용씨는 앞서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시절이던 2008년 1월 31일 산업은행에서 리먼 브라더스 투자에 관심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리먼 브라더스 내부 문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8년 여름 리먼 브라더스 60억 달러(약 7.8조 원) 투자를 추진하다가 결렬됐고 리먼 브라더스는 결국 그해 9월 15일 파산했다. 파산 당시 부채규모는 6130억 달러(약 700조 원)으로 우리나라 1년 예산의 2배에 달한다.

안치용씨는 "만약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 대주주가 됐다면 국민의 혈세 60억 달러를 고스란히 날리는 것은 물론 리먼의 대주주로서 막대한 채무 변제, 투자자들로부터 손해배상소송까지 당해 하마터면 한국 경제가 파산 날 뻔했다"고 꼬집었다. 안씨는 앞으로 현 정권 금융 실세들이 개입된 관련 문서를 추가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문건에 거론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관련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19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조건호 부회장을 알고 있지만 문건에 언급된 그 시점에 조 부회장을 만나거나 리먼 브라더스 투자 관련 지지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면서 "민유성 전 행장에게 리먼 인수 가능성 검토 보고를 처음 받은 게 2008년 7월 초였고 그 이전에는 전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민유성 산업은행장 추천에 대해서도 "민 전 행장이 우리금융지주 부회장할 때부터 잘 알았고 당시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준비하고 있어 관료 출신보다 민간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리먼 브러더스 투자 관련설을 일축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한겨레> 전화 통화에서 "그해 3~4월쯤 조건호씨를 만나 투자 제의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대통령 지지 약속도 없었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리만 브라더스 #김승유 #리먼 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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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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