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무세금'의 맥쿼리에 분노하는 이유

[주장] '맥쿼리를 둘러싼 7가지 오해와 진실' 기고에 대한 반박

등록 2012.10.23 10:41수정 2012.10.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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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는 사회간접시설(SOC) 분야에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해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25개국에 110개 이상의 인프라 자산을 운영한다. 맥쿼리가 미국 다음으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고속도로·터널·항만·대교를 비롯해 전력·도시가스·방송 등 전국 17곳에 투자 지분을 갖고 있다(부동산 제외). 이런 맥쿼리 인프라 펀드를 운영하는 회사가 맥쿼리코리아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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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코리아인프라펀드의 자산구성과 주요 주주 ⓒ 서정성


맥쿼리, 한국 SOC사업에 투자

맥쿼리는 현재 국내 14개 SOC 사업에 1조7734억여 원을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서울춘천고속도로, 서울 우면산터널, 부산 수정터널, 광주 제2순환도로, 경남 마창대교, 서울 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 등 모두 정부나 시·도가 적자 보전을 위해 허덕이는 SOC들이다.

세계 25개국에 110여 개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맥쿼리는 한국에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맥쿼리인프라)를 설립해 국내 SOC에 투자했다. 맥쿼리인프라가 지난해 국내 투자로 벌어들인 이익은 1578억 원이었다. 투자비 대비 연 9%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이렇게 맥쿼리인프라는 2011년 말 현재 12개의 유료통행도로와 1개 지하철 및 1개의 항만에 투자한 상태다. 맥쿼리인프라는 이들 민자사업자들이 투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들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대출해주는 등의 형태로 투자한다. 그렇게 해서 이자수익과 배당금 수익 등을 올리는데, 이자수익이 전체 운용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2009년 맥쿼리인프라의 이자수익은 1578억여 원, 전체 운용수익은 1539억여 원이었다. 운용자산의 매각손실과 다른 운용손실을 이자수익으로 보전한 셈이었다.

맥쿼리가 자랑하는 선진금융기법은 이자수익

맥쿼리인프라가 적은 지분으로도 운영권을 좌지우지하는지는 이사회 회의록을 보지 않는 이상 '확인'이 불가능하다. 법적으로 운영권은 시행사가 갖고 있고, 정부와 지자체가 주는 재정지원금도 시행사 통장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맥쿼리인프라의 손익계산서를 들춰보면 수입이 대부분 '이자 수익'이다. 배당금은 미미하다. 왜 그럴까? 광주의 경우를 보자.


광주순환도로투자는 주식을 맥쿼리인프라에 넘긴 뒤 대출 기관을 갈아탄다. 시공 당시 정부 보증으로 국민은행에서 빌렸던 원금을 갚기 위해 맥쿼리인프라에게 대출을 다시 받는 식이다. 문제는 이자율이었다. 국민은행은 7.5%였지만, 맥쿼리인프라는 10∼20%나 되었다. 그 결과 광주순환도로투자는 해마다 발생하는 운영 수입을 이자 비용으로 지출하는 바람에 늘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다. 2009년만 따져도 총대출 금액 1773억 원(1구간)에 대한 이자 비용이 2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결국 해마다 발생하는 운영 수입은 시행사라는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거쳐 고스란히 맥쿼리인프라 측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맥쿼리인프라가 자랑하는 '선진 금융기법'이다. 그렇게 맥쿼리인프라가 2009년 한 해 동안 전국의 사업장에서 벌어들인 이자수익만 총 1578억 원이다.


이런 지출이 한해에 마무리되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위에서 언급한 모든 민자사업들이 거의 25~30년 운영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지출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광주의 경우 무상사용기간 종료년도인 2028년까지 총 4880억 원을 추가로 이자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광주순환도로투자㈜가 단 한푼의 법인세를 내지 않은 이유

예를 들어, 맥쿼리인프라는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의 민자사업자 SPC인 광주순환도로투자㈜의 지분을 100% 모두 소유하고 있다. 원래 대우, 한솔 등 건설사 컨소시엄이 설립한 회사를 맥쿼리인프라가 인수한 것이다. 이 회사에 광주광역시가 지급한 보전금은 2001년 개통 이후 1000억 원이 넘는다. 자체 통행료 수입에 더해 광주시 보전금까지 있으니 매년 상당한 수익을 올렸을 것이 뻔하지만, 광주순환도로투자㈜는 단 한 푼의 법인세도 납부하지 않았다. 수익을 모두 맥쿼리인프라에 이자비용으로 지출하는 바람에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이다.

같은 일이 서울지하철 9호선에서도 되풀이된다. 맥쿼리인프라가 24.5%의 지분을 가진 서울지하철 9호선 운영업체 서울시메트로9호선㈜는 2010년 서울시로부터 운임수입 보조금으로 326억 원을 받고도 당기순손실 466억 원을 기록했다. 맥쿼리인프라와 신한은행 등에 지급한 이자 비용만 461억 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대해 후순위채 이율을 15%로 매기고 있다. 이렇게 해서 자신들이 소유하거나 출자한 SPC의 법인세 부담을 없애거나 대폭 줄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14개의 특수목적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린 모기업인 맥쿼리인프라 자체는 법인세를 얼마나 낼까. 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법인세법에 따라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할 경우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쿼리인프라는 2006년 이후 단 한 푼의 법인세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상태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맥쿼리인프라의 회사소개 자료를 보면 매년 배당 가능 이익 전부를 배당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매년 이자수익으로 약 1500억 원의 이익이 발생하고 이것이 실시협약기간인 23년 동안 지속된다고 한다면 3조4500억 원의 수익을 거두게 되는 것이다. 이미 맥쿼리인프라가 뽑아간 수익까지 포함하면 4조 원에 육박한다. 그 이자수익의 원천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낸 세금이나 통행료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까지 해온 전국 대부분 민자사업이 이런 식이다. 이렇게 해서 지금 완공됐거나 계약이 체결돼 진행 중인 민자사업의 시공 및 운영 과정에서 빠져나갈 세금만 수십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맥쿼리인프라는 민자사업 투자와 운용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법인세조차 내지 않고 있다. 국내 민자사업의 허점과 관련 법규의 구멍을 이용해 앉아서 막대한 '무세금 고수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맥쿼리인프라의 얌체 사업 행태에 대해 분노한다.

수천억 원의 배당금은 누구의 주머니로 흘러가나

맥쿼리인프라의 주주는 기관투자자(62.1%), 외국인(26.2%), 개인(11.7%)으로 구성된다. 주요 주주는 군인공제회(11.8%), 신한금융그룹(11.2%), 금호생명(7.5%), 캐피탈리서치&매니지먼트(6.0%), 대한생명(5.9%), 맥쿼리그룹(4.4%) 등 국내외 금융기관이다. 2009년 맥쿼리인프라가 분배한 배당금은 1900억원. 배당 가능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들에게 배분했다.

이 대목도 눈여겨봐야 한다. 왜? 법인세법 제51조 2항에 따르면,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할 경우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맥쿼리인프라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이러한 금융기법을 이용하여 세금을 한푼도 안 내면서 국민들의 혈세를 취하는 맥쿼리의 행태는 어찌보면 과거 론스타와 같은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의심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광주시는 이자부담으로만 2028년까지 5000억 원 가까이 지급해야 하는데 이는 비단 광주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지자체가 협의하여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2011년도 광주시가 청구한 중앙행정심판(원상회복)에 대하여 광주시가 승소했다. 맥쿼리 측은 이에 불복하여 2012년 8월에 행송소송을 제기했는데 맥쿼리와 관련된 지자체뿐만 아니라 온국민이 이 소송의 결과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 기간 동안 군인공제회는 맥쿼리 지분 5.8%를 매각하였는데 매각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대답은 하지 않지만 왠지 국민의 혈세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국민들에게 좋지 않게 비춰져서가 아닐까 라고도 생각해본다.

2012년 10월 18일 전국적으로 <맥코리아>라는 우여곡절 끝에 영화가 개봉했다. 단순한 오해라면 이런 영화까지 만들어졌겠는가.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광주광역시의회 서정성 의원이 작성했습니다.
#맥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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