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에 맛을 들인 갈매기들이 배를 따라 함께 날아옵니다.
문희일
발전기 소리가 요란스레 울리는 배를 타고 교동으로 가자니 옛 생각이 난다. 십여 년 전에 남편은 교동에서 두어 해 근무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남편을 따라 몇 번 와봤던 곳이라서 그런지 교동은 남다르게 느껴진다.
배가 교동의 월선포 선착장에 도착하자 차와 사람들이 일제히 배에서 내린다. 배를 쫒아 날아오던 갈매기들은 다시 바다로 돌아가 버린다.
오늘 걸을 길은 '강화나들길' 9코스인 '교동다을새길'이다. '다을새'란 교동의 옛 이름인 '달을신'에서 따온 것인데, 교동의 주산(主山)인 화개산에서 내려다보는 섬의 모습이 마치 구름 위에 떠있는 것과 같으며 새가 하늘에 닿을 듯 하다고 해서 '달을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다을새길'은 교동의 여러 유적지들과 화개산을 둘러서 가는 길인데 도중에 고려 때 유학자인 안향이 중국에서 공자의 초상을 모시고 와서 세운 교동향교를 볼 수 있다. 또 화개사와 연산군의 유배지 및 교동읍성 등도 둘러본다. 화개산에서는 북한의 연백평야가 눈 아래 펼쳐져 있으며 그 외 대룡리의 시장골목에 들어서면 오래된 건물들과 간판들이 지나간 옛 시절을 생각나게 해준다.
산 밑 동네의 감나무는 잎을 다 떨군 채 주황빛으로 물이 들어 있고 길가의 수숫대는 가을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양 껑충하게 서 있다. 들깨 냄새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작대기로 깨를 털고 있는 할머니의 굽은 등이 보였다. 시월의 양광(陽光) 아래 그 모든 것이 다 발갛게 물이 든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