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아버지 시대 과오, 내가 안고 가겠다"

[현장] '아버지 박정희' 대신 사과한 박근혜... 지지자들, 박정희 추종 퍼레이드

등록 2012.10.26 12:02수정 2012.10.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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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3기 추도식'에서 유족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기사 보강 : 26일 오후 1시 50분]

"이제 아버지를 놓아드렸으면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잠시 숨을 골랐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드리겠다는 뜻을 밝히기 직전이었다. 박 후보는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제33주기 추도식에서 유족인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다.

박 후보는 이날 "아버지는 가난하고 힘없던 나라의 지도자였다"며 선친의 '공'을 회고했다. 특히 "경제개발의 종자돈이 없어서 다른 나라에 머리 숙여 도움을 청해야 했고, 열사의 땅과 정글 속에 뿌려진 우리 국민의 피와 땀으로 고속도로를 닦고 공장을 건설하면서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셨던 가난한 나라의 지도자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당시 절실했던 생존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최고의 가치이자 철학이었다,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과했다.

아버지와의 '작별'을 말하며 "아버지 시대에 이룩한 성취는 국민께 돌려드리고 그때의 아픔과 상처는 제가 안고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자신이 깨끗이 매듭짓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는 또 "그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의 나라사랑 뜻을 가슴에 안고 산업화 시대의 역량과 민주화 시대의 열정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대를 반드시 열겠다"고 다짐했다.


연단에 선 박 후보의 뒤에는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수석부위원장과 김경재 기획담당특보, 새누리당과 합당하기로 한 선진통일당의 이인제 대표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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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3기 추도식'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합류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김경재 기획담당특보와 합당을 선언한 선진통일당 이인제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김경재 특보와 이인제 대표가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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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33기 추도식'이 열린 가운데 수백명의 참배객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 묘소앞에 모여들고 있다. ⓒ 권우성


'박정희 시대' 그리워하는 이들로 가득 차... '통합' 아닌 '복고' 바람

그러나 추도식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통합'이 아닌 '복고'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박정희 전 대툥령 묘역 앞은 박 전 대통령을 기리고 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행사 시작된 직후엔 경찰 추산 12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인 상태였다.

"그립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새마을운동으로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기틀을 마련하신 고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 "민족의 영웅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은 천막이 곳곳에 세워졌고 월남참전유공자회, 대한민국고엽제후유의증전우회 등 군복을 갖춰입은 노병(老兵)들이 줄지어 입장했다. '박해모(박근혜를 사랑하는 해병대 모임)'과 '어린이교통안전협의회'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장내 정리에 나섰다.

김종래 서울희망봉사단연합회 봉사단장(57. 송파구)은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묘역에 도착해 행사 참석자들에게 차를 따라주고 있었다. 김 단장은 "매년 (추도식 때마다) 나와서 커피를 2000잔 정도 나눠주는 봉사 중인데 올해는 4000잔으로 늘리고 보릿고개 당시 개떡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절편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수장학회 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는 박 후보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김 단장은 "박 전 대통령은 시대적으로 필요하신 분이었다, 당시 벽에다 대한민국 전도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적혀 있었는데 우리는 그걸 보고 자랐다"며 "그 시절 (정수)장학회 만들어서 어려운 학생 공부시킨 게 중요하지 지금 얘기하는 거 그런 것 중요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월남참전전우회 소속 김성조(65)씨는 이날 새벽 4시 30분에 경남 삼천포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월남전 당시 청룡부대원으로 참전했다는 그는 "개인적으로 고엽제 피해자를 제외한 월남참전유공자들이 유공자라는 이름만 얻고 별다른 혜택을 못 받은 게 아쉽지만 박 전 대통령 그 분은 국가적으로 훌륭한 어른"이라며 "왜 (야당이) 딸인 박근혜 후보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대다수 참석자들도 이들과 비슷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주최 측에서 준비한 박 전 대통령의 육성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기원하는 추도사... "국민 기만하는 문재인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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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3기 추도식'에서 유가족 대표로 인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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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3기 추도식'에서 유가족 대표로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추도사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치하하고 박 후보의 대선승리를 기원하는 데 집중됐다.

채영철 제33주기 추도위원회 위원장은 식사를 통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빗나간 '진영(陣營)' 사관에 함몰된 역사왜곡이 기승을 부리는 사태는 매우 개탄스러운 작태가 아닐 수 없다"며 "선공후사의 집념으로 생애를 오직 하나, 나라 사랑에 바친 큰 어른을 '독재'라는 단어 하나로 매몰시키려는 어림없는 수작들은 결코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책이 성공함으로써 그 토양으로 민주화가 촉진된 명백한 사실마저 부인하는 가정론이 버젓이 나돌고 있다"며 "선거바람이 역사왜곡과 퇴행적인 과거사에 매달려 미래에의 전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면 비극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방현 전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은 추도사를 통해 "님(박정희 전 대통령)은 참으로 한반도 5천 년 역사의 물줄기를 크게 돌려놓은 혁명가"라며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진두지휘하신 각하는 한 시대의 혁명가인 동시에 탁월한 경세가였다고 감히 표현한다"고 평했다.

또 "각하 내외분의 큰 따님 박근혜 후보가 정치쇄신, 국민행복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 선전분투 중"이라며 "웅대한 전략과 치밀한 정책으로 그 어떤 시련도 돌파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우리 모두 대망한다"고 밝혔다.

고명승 성우회장은 추도사에서 "DJ의 남북공조 햇볕정책과 노무현의 10.4 선언 등은 성스런 대한민국 땅에서 말살시켜야 할 사건들"이라며 "노무현씨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 포기발언을 감추고 은닉하려는,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문재인씨가 (대통령이) 되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 회장은 또 "(박 후보가) 온 국민이 지지하고 조국이 신뢰할 수 있는 이 시대의 거목 대한민국 지도자로 독보적인 여성 대통령 후보로 성장했다"며 "이제는 한 가정의 아버지, 박정희 장군님으로서 한 시대 한 나라 대통령으로서 그 길을 밟으시려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큰 영애를 잘 보필하고 지켜주십시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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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5촌 조카인 가수 은지원씨가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3기 추도식'에서 박 후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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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3기 추도식'에서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묘소에서 참배하는 가운데, 일부 참배객들이 입장을 막는 안내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박근혜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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