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세째날인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오동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영화 <남영동1985>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정지영 감독이 질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이정민
영화는 지난 2011년 말 타계한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자전적 수기를 영화화한 것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면서 고문에 대한 잔인하고도 솔직한 묘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은 26일 <남영동 1985>의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 감독은 "그전부터 고문 가해자 이야기에 대한 관심은 갖고 있었다"며 "김 고문이 돌아가시고 나서 김 고문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찾아봤고, 읽자마자 내가 생각했던 고문의 이미지와 맞아서 바로 기획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감독은 "1980년대 후반, 고문 가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붉은 방>(임철우 씀)이 영화로 만들어지려다 소위 '남산'으로부터의 압력을 받아 무산된 적이 있었다"며 "그것이 안타까웠고, 고문 가해자 이근안을 소재로 픽션을 하나 만들었는데 접어두고 있다가 김 고문의 자전적 수기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문이라는 소재를 두고 어떤 시각을 투영했느냐는 질문에 정 감독은 "국어사전을 보면 고문은 '범죄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서 육체적으로 가학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나온다"며 "그런데 실제로 취재를 하다 보니 고문이란 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고 거짓 정보를 주고 그것을 자기가 했다고 강요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더라"고 말했다. 특히 군사 독재 정권 시절, 정치적 배경이 깔린 고문은 거짓정보를 만들기 위해서 거짓말을 강요하는 차원에서 이뤄졌고, 정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그런 부조리함에 주목했다는 이야기.
고문 피해자들은 그들에게 가해진 고문의 공포와 그 기억을 두고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그 정도로 고문은 끔찍했고 입에 담기 어려운 악몽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정 감독은 "이런 아픔을 어떻게 묘사해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찍는 동안 내가 아플 정도였고, 그 아픔이 보는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일궈낸 민주주의인데... 외면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