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천읍성 복원 첫 삽... "역사가 오늘 기억할 것"

1일 충남 당진 면천읍성 남문 복원 기공식 현장

등록 2012.11.02 11:03수정 2012.11.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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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일 오후 열린 면천읍성 남문 복원 기공식

1일 오후 열린 면천읍성 남문 복원 기공식 ⓒ 심규상


"면천읍성 남문(옹성) 복원 기공식 행사장이 어디에요?"

1일 오후 면천읍성 복원 기공식 현장을 보기 위해 충남 당진시 면천면을 찾았다. 곳곳에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하지만 좀체 행사장을 찾을 수 없다. 한참을 헤매다 한 할머니께 길을 물었다.


"나두 거기 가는 참이여. 저 앞에 가는 사람들도 다 거기루 가는 사람들이여."

앞서가는 사람들을 따라 현장에 도착해 보니, 행사가 시작되려면 1시간은 족히 남았건만 벌써 100여 명이 읍성 앞에 서성이고 있다. 면천면 주민들에게 읍성 복원 기공식은 기다림이고 설렘이었다. 이날 이철환 당진시장도 인사말을 통해 "역사는 오늘을 기억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a  이철환 당진시장

이철환 당진시장 ⓒ 심규상

세종 21년(1439년) 축성된 면천읍성은 조선시대 내포지방 서북부의 정치 경제 군사 행정적 요충지였다. 지금의 면천은 면 단위로 면민 전체가 3600명에 불과하지만 1914년까지만 해도 면천은 거대한 군청소재지였다. 왜구침략과 식량수탈을 막아내는 역할을 담당해오던 면천읍성이 무너져내린 것은 1950년 말이다.

600년 가까이 원형을 그대로 유지해오던 읍성은 인근 저수지 공사를 위해 제방 돌로 쓰이면서 허물어졌다. 관아 건물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모두 소실됐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객사는 해방 후 초등학교 교실 및 교무실로 사용돼 모습을 유지하다 현대식 건물로 지으면서 헐려 자취를 감췄다.    

주민들 스스로 읍성 정비 사업에 나선 것은 2004년이다. 면성읍성복원추진위원가 만들어졌고, 당진시는 성벽과 문루, 관아를 복원하고 저잣거리, 영랑공원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날 남문 정비 사업은 본격적인 읍성 복원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식이기도 했다.


이권배 읍성복원추진위원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말한다.

"오늘 남문 정비 사업을 위해 꼭 기억해 주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이곳 복원 현장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23채의 민가가 있었습니다. 이 분들이 삶의 터전을 내주셨습니다. 지금 이 자리 눈물을 흘리면서도 읍성복원의 큰 뜻을 위해 거주지를 내주었던 분들이 참석해 계십니다."


곡절 많은 면천읍성 복원사업에는 2020년까지 모두 292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남문 외에 동문, 서문을 비롯 전체 성곽 1336m중 330m가 복원된다. 관아 건물 중 객사, 동원, 내아, 외책실, 사령청 등 일부와 옛 도로 및 수로 일부도 옛 모습을 회복할 예정이다. 복원되는 관아에는 연암 박지원이 4년여 동안 면천군수를 지내면서 저술한 문헌도 전시된다.

a  허물어진 면천읍성

허물어진 면천읍성 ⓒ 심규상


마을 만들기 연구도 한창이다. 면천면을 대표하는 복지겸(고려 개국공신)에 대한 연구에 이어 면민들은 매년 진달래를 심으면서 면천진달래민속축제를 열고 있다. 면천읍성 내와 외곽 마을 및 산 전체를 진달래로 뒤덮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다. 이날 기공식 현장에는 제주 및 축하주로 면천을 대표하는 두견주가 선보였다. 

진달래꽃으로 빚는 두견주는 한국에서 전해지는 술 중 그 유래가 가장 오래된 술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a  면천읍성 남문 복원 조감도

면천읍성 남문 복원 조감도 ⓒ 심규상

내포문화권의 중심지, 동학농민전쟁, 의병운동, 의병들의 면천성 전투, 독립운동… 옛 명성을 듣고 지금의 면천을 찾는 이들은 무너진 성터뿐인 초라한 모습에 놀라게 된다.

이날 기공식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두견주를 권하며 말한다.

"이제 당진시립박물관이 면천에 들어서유. 먹고살기 바빠서 선조들이 물려준 유산을 전부 훼손한 게 가슴 아파유. 지역발전을 떠나서 제 생전에 옛 모습이라도 살려내면 그걸루 족해유."
#면천읍성 #남문복원 #내포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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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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