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에서 2일부터 17일 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노조 천의봉(위), 최병승 조합원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많은 전문가들과 법조계에서 이들의 철탑농성 정당성을 이야기하면서 지지성명을 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가 비단 이들 두 조합원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꿋꿋하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매일 밤 매서운 바람을 함께 맞으며 촛불로 연대해주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에 더 그랬다. 반면, 촛불이 꺼지고 밤이 오면 이들의 외침은 철탑 위를 쓸고 가는 거센 바람 속에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다. 이들 두 조합원의 외침을 꺾으려는 목소리 또한 날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낮 12시. 송전철탑이 있는 현대차 명촌중문 앞 주차장은 차들만 늘어선 채 적막이 감돌았다.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던 회사 측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전화통화를 한 천의봉 사무장은 "회사가 이제 우리를 철탑에서 끌어내리는 것을 포기했나 보다" 하며 웃었다.
그는 "정몽구 회장 만나기가 참 어렵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10월 29일 현대차 정몽구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면서 "두 동지가 목숨 걸고 15만4000볼트 송전철탑에 올라갔다. 불법파견문제를 해결하고 두 동지가 안전하게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는 것은 현대차의 통큰 결단뿐"이라며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요청기한이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다. 천 사무장을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17일째 철탑 위에 있는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사무장은 얼마 전 10일 만에 머리를 감았다고 한다. 지난번 비를 맞아 더 가려워진 머리가 이제는 개운해졌다고 했다. 하루 두 번 식사를 올려주는 우상수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사무차장이 머리 감는 물을 올리느라 팔에 근육통이 생겼다는 후문이다.
이곳에서는 어젯밤에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통합진보당 등 진보정당 사람들이 매일 밤 참석해 철탑 위 농성 조합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철탑 위 천의봉 사무장은 "누군가 연대하며 지켜봐준다는 것이 이렇게 고마운 일인 줄 몰랐다"며 "철탑 밑에서 연대사를 하는 분들의 말이 다 들려요. 정말 힘이 나고 고맙죠"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오후 6시가 기다려진단다. 누군가 또 촛불을 들고 응원하러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촛불집회가 끝나면 다시 찾아오는 매서운 바람과 고독은 또 한 차례의 인내를 요구한다.
철탑 위의 그들이 가장 참기 힘든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