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투표시간 연장'보도... 유권자 권리는 뒷전

[민언련 대선모니터단] 11월 1일자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

등록 2012.11.03 11:22수정 2012.11.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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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방송3사는 KBS 4건, MBC 4건, SBS 3건의 선거관련 보도를 냈다. 그러나 방송3사는 "정치권은 오늘도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전선이 확장되는 분위기", "공방이 갈수록 치열", "날 선 설전"이라는 등 대부분 정쟁을 부각하는 데 치우쳤다. 정책보도대신 후보들의 정쟁에 집중하면서 정치혐오 부추기기 행태를 보인 것이다.  

방송3사는 박근혜 캠프가 투표시간 연장법안과 국고보조금 환수법(일명 먹튀방지법) 연계처리를 두고 '말 바꾸기'에 나섰지만 이를 비판하기 보다는 대선을 앞둔 '여야 공방'으로 몰아갔다.

지난 달 29일 이정현 공보단장이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 두 개를 함께 동시에 같이 처리하자"는 제안에 대해 31일 문 후보가 수용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이 단장은 "투표시간 연장은 굉장히 논란이 있으니까 논의를 하자는 것", "먹튀방지법은 선택의 여지없이 받아들여야지 거래해선 안된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박근혜 후보도 1일 "국회에서 여야 간 논의할 일"이라며 "보도과정에서 왜곡돼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교환조건으로 얘기한 게 아니라 이런 법도 논의해보자는 것"이라고 발뺌했다.

새누리당의 입장 번복에 문 후보는 "우리로선 정말 진지하게 논의하고 고심 끝에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제안을 수용했는데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한다"면서 "정치가 무슨 장난이냐"고 일갈했다. 안철수 캠프도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을 국고보조금과 연계했다가 다른 얘기를 하는 행태야말로 낡은 정치"라고 비판했다.

투표시간 연장은 국민의 '참정권 확대'와 직결된 문제다. 투표시간 연장은 투표참여를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와 중소상인의 투표참여를 높일 수 있고, 이는 투표율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민의 대의를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때문에 시민사회는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확대를 위해 투표시간 연장을 '유권자 운동'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1일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투표권보장 공동행동'은 국회에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입법청원과 국민서명을 제출했다.

그러나 방송3사는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의미는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오히려 투표시간 연장을 정치권의 '정쟁'으로 치부해 버리면서 유권자들에게 정치혐오를 부추겼기고 있다. 또 방송3사는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박 후보측의 '말바꾸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야권후보의 협공"이라며 왜곡시키기도 했다.

이외에도 KBS는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분석기사를 냈는데 실효성, 투-개표 인력과 비용 문제, 법 개정이 불투명하다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에 힘을 실었다. 분석 기준도 부정확했다. KBS는 외국사례와 비교하면서, 우리나라를 '투표일 공휴일 지정하는 경우'로 분류했는데, 우리나라는 '공휴일' 여부가 국가기관 등을 제외하고는 노사협의에 달려있어 사실상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투표일이 '공휴일'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았다. 또한 KBS는 선관위 조사에서 투표시간 연장보다 '투표 참여자 혜택', '통합선거인 명부 도입'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한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 확대를 보장하기보다는 '투-개표 인력과 비용문제'를 이유로 투표시간 연장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태도이다.


한편, MBC와 SBS는 투표시간 연장 문제를 '여성 대통령론' 관련한 정치권 공방과 같은 보도에서 다루며 싸잡아 '정쟁'으로 치부했다. MBC는 이외에도 NLL 대화록 열람 관련 여야 공방을 추가했으며 민주통합당 지도부 사퇴론을 다루면서도 보도 후반을 야권후보단일화 갈등을 전달하는 데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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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화면 갈무리


<'4060' '안보' '교육'>(KBS,김경진)
<[이슈&뉴스] '투표시간 연장' 쟁점은?>(KBS, 김상협·김덕원·최형원)
<지도부 총사퇴?>(KBS, 윤지연)
<권력 구조 개편>(KBS, 김병용)


KBS는 총 4건의 보도 중 2건의 보도에서 정치권 갈등을 부각했다.

<[이슈&뉴스] '투표시간 연장' 쟁점은?>은 새누리당이 야권의 투표시간 연장을 '정치 공세'로 일축한 점을 언급하며 "투표율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많다며 국회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하자고 역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한 새누리당이 말바꾸기에 대해, "새누리당이 딴 소리 한다"는 민주통합당의 반박을 전한 뒤, 안 후보 측도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부족, 기본권을 정치적으로 흥정 대상으로 삼은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면서 "민주당과 협공했다"는 해석을 달았다.

이어 보도는 투표시간 연장이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를 분석했는데, 2시간 연장으로 투표율이 늘은 재보궐선거에 대해서는 "선거 규모, 지역, 이슈가 제각각이라 단순비교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처럼 공휴일에 하는 경우와 평일에 하는 경우로 나눠 보겠다"며 필리핀, 프랑스, 독일, 멕시코 등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는 '투표일 공휴일 지정'이 노사합의에 맡겨져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투표시간 연장 효과에 대해서는 "민주통합당은 136만 명이 추가투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정치학회의 비정규직 근로자 조사결과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전했으나, 곧바로 "투-개표 인력과 비용이 문제다", "투표 시간 연장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한 뒤, 곧바로 "정밀한 분석 없이 덥석 시간만 늘리자는 주장은 대선을 앞둔 정치적인 주장일 수밖에 없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실었다.

<지도부 총사퇴?>는 민주당 새정치위원회와 김한길 최고위원의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사실상 2선으로 후퇴한 상황이라며 수습에 나섰다"고 전한 뒤, 보도 말미에 "지도부 인적쇄신 논란은 계파간 주도권 싸움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데다 단일화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년연장·남북 경협·반값 등록금>(MBC,노재필)
<먹튀·투표 연장 전방위 충돌>(MBC,박성준)
<김한길 사퇴‥동반사퇴 거부>(MBC,전재호)
<"대화록 곳곳 NLL""정략적 거짓말">(MBC,김세의)

MBC는 총 4건 중 3건의 보도에서 '정쟁'을 부각하는 보도를 냈다. 

투표권연장 관련 공방을 전한 <먹튀·투표 연장 전방위 충돌>은 "투표시간 연장, 박근혜 후보의 여성성 논란 등으로 불길이 옮겨붙었다"며 보도를 시작했다. 보도는 문-안철수 두 후보 측이, 새누리당의 "'먹튀' 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 연계를 제안해놓고, 말을 뒤집고 있다며 협공에 나섰다"고 전한 뒤, "먹튀 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을 교환 조건으로 말한 게 아니라, 두 가지 법에 대해 논의해보자고 했음에도 문-안 후보 측이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실었다. 이어 "아권이 박 후보가 여성 대통령의 덕목과 거리가 멀어 정치혁신의 상징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이 "민주당이 박 후보에 대해 인격적으로 모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며 "매우 수구적이고 역사 퇴보적인 행태"라는 새누리당 김성주 선대위원장의 발언을 실었다.

NLL 대화록 공방을 부각한, <"대화록 곳곳 NLL""정략적 거짓말">은 "여야간 NLL 공방이 고소 고발전으로 번지며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면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등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데 대해 새누리당은 이 대표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한길 사퇴‥동반사퇴 거부>에서는 민주통합당 내 지도부사퇴론에 대해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정치 쇄신의 의지를 보이겠다는 건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해찬 당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사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보도후반에 "문후보 측은 오늘도 '조속한 단일화 논의 시작'을 요구했고, 안 후보측은 '당분간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서로간 신경전을 이어갔다"며 야권후보단일화 갈등을 조장했다.
 
<새 정부 비전 제시.."착한 성장에 공감">(SBS, 한승희)
<강원 공략..지도부 사퇴론 진통>(SBS, 정성엽)
<'투표 시간 연장' '여성대통령' 공방 가열>(SBS, 손석민)

SBS는 총 3건의 보도 중 2건에서 정치권 갈등을 부각했다.

투표시간연장과 '여성대통령론' 관련 공방을 한 데 묶은 <'투표 시간 연장' '여성대통령' 공방 가열>에서는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해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이 말을 뒤집고 있다고 비난"하자 새누리당이 "후보가 사퇴하면 당연히 보조금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를 투표시간 연장과 거래하려 하는 것은 양심 없는 행동이라고 받아쳤다"며 공방을 부각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여성 대통령론'을 놓고도 공방이 격화됐다"면서 각각 관련 발언을 실은 뒤, "여야의 여성 의원들도 경쟁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상반된주장을 펴며 입씨름을 벌였다"는 설명을 달았다. 

<강원 공략..지도부 사퇴론 진통>은 문 후보의 동향 후반에 '당내 지도부 사퇴론'을 실은 뒤, "문재인 후보는 시간을 주고 맡겨 달라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보도말미에 "안철수 후보 측은 민주당의 인적 쇄신이 단일화의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밝혀 지도부 사퇴론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투표시간 연장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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