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매체요? 색깔론은 사양합니다"

[인터뷰] 20대를 위한 시사월간지 <듀르나>를 만나다

등록 2012.11.03 15:16수정 2012.11.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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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8일(한국시각) 8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올해 12월 31일 발간을 마지막으로 내년부터는 종이잡지 발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독자수가 줄고, 그에 따라 광고도 줄어든 것이 그 이유다. 디지털 시대로 전환이 되면서 다양한 매체가 온라인판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종이로 발행되는 새로운 시사 월간지가 등장했다. 20대 대학생들이 20대를 위해 만든 잡지 <듀르나>이다. <듀르나>는 지난 9월 말에 창간되어 현재 수도권 대학 37군데에 무료 배포되고 있으며 현재 2호까지 발행된 상태다. 여러 종류의 잡지가 있지만 왜 하필 '시사'였을까. <듀르나> 의 박민정(24) 편집장 겸 발행인과 소속 기자들을 지난 2일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려운 시사를 '말랑말랑'하게 다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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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위한 시사월간지 <듀르나> ⓒ 듀르나

잡지 이름인 <듀르나>는 '매일매일 기록하다' 라는 라틴어로 저널(journal)의 어원이다. 독자들의 일상생활을 매일매일 기록하고 싶다는 <듀르나> 구성원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평소에 시사라고 하면 뭔가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20대들이 시사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잡지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기성 잡지는 좀 어렵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많더라고요."

박민정 편집장은 <듀르나>의 창간 계기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답답한 정치, 사회문제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주고 싶은 목적도 있죠."


그래서일까. <듀르나>의 '시사피디아' 라는 코너가 먼저 눈에 띈다. 이 코너에서는 시사와 관련해 낯선 용어에 관한 설명과 최근 이슈화 된 키워드를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용어의 정의만 잘 알고 있어도 글을 이해할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듀르나> 기자들 왼쪽부터 김나리, 박민정, 김다솜, 유승희 씨다 ⓒ 양태훈


대선이요? 20대 투표율이 좀 높아졌으면...


올해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연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다. 그래서 그런지 <듀르나> 역시 창간호에서 '선거는 축제다'라는 주제를 다뤘다. 특히 <대선주자와 삼국지영웅 매치서비스> 라는 기사는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삼국지의 영웅들을 대선주자와 빗대어 재미있게 풀어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각각 조조, 손책, 유비로 비유했다.

여기에는 20대의 투표참여에 관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김다솜 기자는 "20대들이 그동안 여러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지 않았고, 이로 인해서 폐해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듀르나>가 20대의 정치관심 상승에 매개체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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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르나>는 선거에 관한 글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 듀르나


진보매체요? 그냥 상식일 뿐인데...

정치 이외에도 60여쪽에 이르는 <듀르나>는 사회문제, 국제,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뤘다. 기성언론에서 다룬 이야기도 많지만, 20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롭게 쓰였다.

특히 창간호에서 <대한민국의 파업문화, 당신의 생각은?>이라는 기사를 통해 파업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도하는 언론의 잘못된 프레임에 대해서 조명했고, 대한민국의 노동투쟁에 관한 역사와 현재를 다뤘다. 2호에서는 '범죄와 소외'라는 주제 아래 <벼랑 끝은 어디인가, 홈리스들의 공간 '쪽방'에 가다>라는 르포기사를 통해 그들의 비극적인 삶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쯤 되면, 소위 '진보매체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할 법도 하다. 이에 대해 박 편집장은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쓴 기사인데, 진보매체냐고 물어보시는 독자들도 많아요. 색깔을 가지고 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김나리 기자는 "안철수 후보도 대통령 출마선언에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원한다고 말했잖아요"라며 덧붙였다.

<듀르나> 역시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현재 PR 및 경영지원팀을 따로 두어 홍보 및 광고 쪽을 담당하도록 했다. 창간호는 소셜 펀딩인 '텀블벅'을 모금된 돈으로 발행했다. 한 독자가 250만원을 기부한 덕분에 크게 차질이 없었다고 한다. 2호부터는 광고수주에 성공하며 재정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역시 발행부수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라고 유승희 담당은 말했다. 1호는 만 부, 2호는 만 오천부가 발행됐다.

"한 100군데 정도 전화하다보면 한군데는 광고를 해 주지 않을까요?"

앞으로 <듀르나>는 전국 배포를 목표에 두고 있다. 지방에 있는 독자들이 "왜 지방에는 배포를 해 주지 않느냐"며 배포를 요청하는 사례가 꽤 되었다고 한다. 1호가 발행됐을 때는 각 구성원들이 가방에 꾹꾹 담아 각 대학교에 택시까지 타고 가 직접 배포했고, 2호가 발행됐을 때는 너무나 힘든 나머지 용역업체에 의뢰해서 배포했다.

"저희도 더 많은 곳에 배포하고 싶지만 아직 환경이 안 되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3호는 대선특별호로 기획하고 있어요"라고 말한 그는 "20대를 위한 잡지라고 표방하고 있지만, 어떤 연령층도 <듀르나>를 읽으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20대가 창간한 잡지이지만, 기자팀, PR 및 경영지원팀, 사진팀, 디자인팀으로 체계적인 구조까지 갖추고 있는 시사 잡지 <듀르나>. 그들의 노력이 20대에게 어떤 새로운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구독 관련은 https://www.facebook.com/#!/Diurna20
#듀르나 #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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