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질문' 웃어넘기는 안철수... "정치인 다됐다"

[키워드로 읽다] 1차 전국순회일정 마무리... 사회갈등현장 방문하고, 강연정치 이어가

등록 2012.11.04 14:35수정 2012.11.0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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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인천 남구 인하대학교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 참석, '정치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뀐다'는 주제로 강연한 뒤 학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한 이후, 이 일에 대해 제가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값진 40여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밝힌 45일간의 전국 순회 일정 마무리에 대한 소회다. 그는 "과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사람, 첨예한 갈등의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 비전과 기술의 이해를 가지고 우리가 나아갈 바를 정확하게 짚어줄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 후보는 지난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같은 달 2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부산을 방문하면서 서울·경기를 넘어선 전국 순회 일정에 돌입했다. 10월 3~5일 호남, 8일 대구·경북, 10~11일 충청, 18~19일 강원, 23일 인천, 25~26월 울산·경남, 11월 1~2일 제주를 방문했다.

이 기간 동안 안 후보는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 현장을 방문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각 지역의 거점 대학에서 강연 정치를 이어나가면서 자신의 최대 지지 세력인 대학생들을 결집해 내기도 했다. 또한 안 후보는 어느새 대학교수에서 정치인으로 완벽한 변신을 이뤄냈다.

[사회 갈등 현장] "국가지도자는 현장을 찾아야"... 단일화 경쟁 전략도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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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찾아 쌍용자동차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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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 17일부터 울산 북구 현대차 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고공농성장을 찾아 최씨와 전화통화하며 안부를 묻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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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을 방문, 마을주민들이 안 후보에게 해군기지 건설을 함께 막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최근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한 노동계 인사는 10월 중순 기자와 만나 "시민단체 출신 캠프 인사들은 안철수 후보가 투쟁 현장에 가는 걸 두려워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안 후보는 전국순회일정 중반까지 격렬한 노동 투쟁 현장 등 사회 갈등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 후보에게 '노동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안 후보는 지난달 22일 노동계 인사들이 캠프에 합류한 이후, 파격적인 행보를 해나갔다. 안 후보는 24일 서울 덕수궁 앞 대한문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과 25일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농성하는 송전탑을 잇달아 찾았다. 이용식 노동연대센터장은 "현대차나 재계의 비판이 클 텐데, 대선 후보로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2일 제주 강정마을도 방문했다.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싸고 마을주민·평화지킴이들이 공권력과 대입하고 있는 곳이다. 그는 "첨예한 갈등 현장을 방문하면서, 왜 시작됐고 해결되지 못하는지에 대해 현장에서 진솔한 말씀을 듣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또한 "제가 현장에 방문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치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또한 국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면 단순히 책상에 앉아서 보고만 받고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고통 받고 있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 갈등 현장 방문의 목적은 또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상대인 문재인 후보와의 진보적 가치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 후보는 유력 대선 주자 중 처음으로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울산 비정규직 농성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을 찾았다. 문 후보는 3일에야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다. 한 캠프 관계자는 "갈등 현장을 방문하면서 진보적인 면을 강조해야 단일화 과정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강연 정치] 대학생 결집 효과 얻어... 메시지 전달 창구 역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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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인천 남구 인하대학교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 참석하자, 수많은 학생과 교수들이 무대까지 올라와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안철수 후보는 대선 후보에 출마하기 전, 대학 강연을 통해 메시지를 사회에 던져왔다. 대선 출마 후에도 '강연정치'는 이어졌다. 이는 청춘 콘서트에서의 경험을 바탕에 두고 있다. 안 후보는 2011년 5월~9일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방송인 김제동씨와 함께 청춘콘서트를 열었다.

청춘콘서트를 통해 그는 젊은 세대의 멘토로, 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계기가 됐다. 청춘콘서트에 참여했던 '5만 명의 별동부대'는 '조직' 없는 안 후보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안철수 후보 후원회에 참여한 김준구(28)씨는 "청춘콘서트에 참여한 후,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안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전국순회일정 동안 서울 세종대를 비롯해, 조선대(광주), 우석대(전북 완주군), 대구대(경북 경산시), 한국과학기술원(대전), 청주교대(충북 청주시), 인하대(인천), 경상대(경남 진주시)에서 강연했다. 강연장은 가득 메워졌다. 밀려드는 학생으로 자리가 부족해, 연단에서 학생들이 쪼그리고 앉았다.

이들은 안 후보가 등장하면 연예인 이상의 환호를 보냈다. 그의 대학 강연은 대학생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효과를 냈다. 안철수 후보의 공식 팬클럽인 '안철수와 해피스'는 3일 공식적인 활동 시작을 선언했다. 이날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는 5000여 명의 팬들이 몰린 가운데 콘서트가 열렸다. 안 후보도 참석해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또한 대학 강연은 안 후보가 가장 편안해 하는 연설 무대다. 자신 있게 자신의 메시지를 던진다. 정치혁신 과제를 세상에 내놓은 것도 대학 강연에서다. 11일 청주교대 강연에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강조했다. 이어 17일 세종대에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한 3대 정치혁신 방안을 내놓았고, 23일 인하대 강연에서 국회의원·정당보조금·중앙당 권한의 축소라는 제도개혁안을 강조했다.

[정치인으로의 전화] '단일화 질문' 웃어넘기는 안철수... "정치인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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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일산 킨텍스 2전시장에서 안 후보 팬클럽 '안철수와 해피스' 주최로 열린 콘서트에 참석, 청년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젊은그대'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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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일산 킨텍스 2전시장에서 안철수 후보 팬클럽 '안철수와 해피스' 주최로 열린 콘서트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사회자의 노래 요청에 "노래는 자신이 없다"고 하자, 한 무대 관계자가 후보의 등을 떠밀며 무대 앞으로 안내하고 있다. ⓒ 유성호


안철수 후보에게 전국순회일정은 정치인으로서 '진화'하는 과정이었다. 그는 인하대 강연에서 "정치인이 되면서 수많은 카메라와 녹음기에게 둘러싸여서 이야기했다, 기계에만 둘러싸인 느낌이었다"며 "그런데, 카메라 건너편에 국민이 있다는 것이 상상되기 시작되니까 훨씬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민감한 질문에 대한 안 후보의 반응도 바뀌었다. 안 후보는 전국순회일정 초반에는 기자들의 민감한 질문에 대해 딱딱한 얼굴로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여유롭게 넘기는 '능력'을 보유했다. 대표적으로는 단일화와 관련된 질문이 그렇다.

지난달 11일 안 후보는 낮 12시께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 앞에서 기자들로부터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가 제안한 3단계 단일화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조 교수는 같은 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혁신위 공동구성→ 공동 정강정책 확립→ 세력관계 조율' 등 3단계 단일화 방안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처음 듣는다"며 짤막하게 답했다. 기자들이 다시 한 번 묻자 "내용을 못 들었으니 내용을 보고 말하겠다"며 입을 닫았다. 이후 안 후보는 서둘러 차량에 탑승했다. 안 후보가 차량 안에서 잠을 자지 않고 아이패드로 정치 이슈를 검색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답을 회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10일 뒤 단일화 질문에 대한 안 후보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19일 평창동계올림픽이 예정된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단일화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들이 원해 단일화 과정이 생긴다면, 저는 이겨서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경쟁 승리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제주일정에서는 단일화에 대해 더욱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제주시 일동 중앙지하상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이 제주 방문 소감에 이어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묻자, 웃으면서 "(질문이) 왜 그쪽으로 넘어나느냐"며 넘어갔다. 기자들도 웃었고, 자연스럽게 문답은 이어지지 않았다. "정치인이 다 됐다"는 말이 나왔다.

한편, 안 후보는 4일 호남을 방문하면서 2차 전국순회일정에 돌입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는 1차 전국순회일정을 통해 지역격차 해소와 공동체 복원을 강조했다"며 "2차 전국순회일정에서는 구체적인 지역 현안에 대한 대안을 내놓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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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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