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이런 교육이 가능할까?

[서평] <가르친다는 것>을 읽고

등록 2012.11.04 17:13수정 2012.11.0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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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친다는 것> 겉표지
<가르친다는 것> 겉표지양철북
우리나라에서 이런 교육이 가능할까?

지난 9월부터 변산공동체 대안학교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어서 그런지 <가르친다는 것>(윌리엄 에어스 씀, 양철북 펴냄)이라는 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부제가 '교실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든 교사들에게'였다. 나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교사이자 교육 개혁 운동가 윌리엄 에어스가 쓴 책이다. 저자 에어스 이력이 특이하다. 1969년에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웨더 언더그라운드'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다. 에어스는 미국방부와 국회의사당에 직접 폭탄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반전 운동을 펼치다가 한동안 FBI에 쫓겨 다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로 극렬한 운동가였다면 '빨갱이'로 찍혀 아마 교사 생활을 할 수 없었겠지.

에어스 이력은 이 밖에도 많다. 유치원에서 대학원까지 여러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대안학교를 세 군데나 설립하고 이끌었다. 우리나라 시민들이 한창 민주화투쟁에 온몸을 바칠 무렵인 1987년에 교육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공동체 교육, 성인 교육, 학교 개혁 운동에 참여했다. 현재는 시카고의 일리노이주립대학의 교육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 처음에, 교직은 극도로 고되고 존경도 받지 못하고 월급도 많지 않다고 하면서 왜 가르치려고 하는가?라고 질문하고, 그 대답으로 조지오웰이 던진 '나는 왜 쓰는가' 하는 네 가지 질문에 대답한 사례를 든다. 그 중에 조지오웰이 말한 답 두 가지만 보여 주면 이렇다.

셋째, "역사적 충동.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진정한 사실을 발견해 후대가 쓸 수 있게 남겨두고 싶은 욕망."
넷째, "정치적 목적.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최대한 넓은 의미로 썼을 때이다.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밀고 나가고 어떤 사회를 추구해야 하느냐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놓고자 하는 욕망."

에어스는, "바로 이거다!" 하면서 "우리는 실제로 변화를 이루기 위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때로는 소중한 생명 하나하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가르친다"고 한다. 세상을 바꾼다? 지배세력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결론이다.


이 책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초등학교조차 그저 책상에 앉아 교사가 외우기 방식으로 가르치는 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다. 에어스 말에 따르면 교실이 한곳에 집중하게 만들어진 줄줄이 늘어선 책상이 아니라 활기 넘치는 작업대나 관심사에 따른 영역 등을 여럿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에어스 교실엔 블록 공간, 미술 공간, 모래와 물놀이 테이블, 서가와 읽기 코너, 막대나 큐브 같은 셈 도구, 꾸미기와 역할놀이 공간이 있었다고 한다.

에어스는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려면 정부에서 권장(?)하는 교육 과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동적으로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삶에서 자연히 체득하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어스는 아이들에게 뒷골목 탐험을 시키는 것도 교육이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주고받았다. "저거 봐, 강이 위쪽으로 흘러." "아냐, 남쪽으로 흘러야 돼. 아래쪽으로." 아이들은 선생님이 대답해 주기를 바랐지만 선생님도 몰랐다. 아이들은 자연스레 강에 대해 연구했다. 물의 흐름을 가지고 실험도 하고, 나뭇가지를 물에 띄워보는 실험을 하러 도시 북쪽에 있는 자연저수지에 견학을 가기도 하고, 자연과학자들을 인터뷰하고, 강가에서 전교생이 다 같이 보물찾기를 하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에어스는 학생들과 다른 교사들을 끌여들였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교육이 가능할까? 이 책은 교사 뿐만이 아니라 아이를 둔 모든 분들이, 또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이 봐야 한다. 책을 보면 우리나라도 이런 교육이 가능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이 책은 1993년에 처음 출판되었고, 2010년에 세 번째 개정판과 함께 만화로도 출간됐다. 글 읽기가 지루하신 분은 만화로 보시기를.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민언련에 실린 글입니다. <가르친다는 것> (교실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든 교사들에게), 윌리엄 에어스 저, 홍한별 역, 양철북 펴냄 2012.09.25, 1만2000원

가르친다는 것 - 교실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든 교사들에게

윌리엄 에어스 지음, 홍한별 옮김,
양철북, 2012


#작은책 #안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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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는 농사를 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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