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받은 할머니 "정치가 바뀌어야혀"

해피스 회원 10명 참여...안철수 진심캠프 송호창 본부장도 함께해

등록 2012.11.10 11:10수정 2012.11.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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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안 아픈 것만 해도 감사하는 거지……." 주름진 눈구석이 달아오르는 연탄처럼 빨개졌다. 눈물이 살짝 차올랐다 사라진다. 잠시 흐르는 정적. 그 사이로 빗소리가 더욱 거세진다. 요통, 고혈압, 신경성 식도염 등으로 하루에 먹는 약만 십여 알. 이윽고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라며 멋쩍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내리는 비와 함께 그녀의 고단한 삶이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안철수, 문재인 두 대통령 예비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위해 만난 11월 6일. 박종학(70) 할머니는 200장의 연탄을 받았다. 2004년부터 9년 째 이어지는 일이다. 2003년 서울 관악구 삼성동으로 이사 온 첫해만 해도 석유보일러를 땠다. 남편을 잃고, 홀로 식당일을 해 생활비를 벌던 때였다.

하지만 큰 돈 들여 장만한 보일러는 곧 무용지물이 됐다. 혼자 번 돈으로 비싼 석유 값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다. 허리 수술을 한 뒤로는 그나마 하던 일도 그만 뒀다. 아들 세 명이 보내주는 생활비로는 약값을 대기에도 빠듯한 상황. 그때부터 매년 겨울, 할머니의 작은 단칸방은 연탄불로 덥혀졌다.

3년 전부터 이곳에는 박 할머니처럼 연탄을 때는 주민들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집집마다 지원받는 연탄의 양도 줄었다. 박 할머니의 경우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약 1200장의 연탄을 땐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을 포함한 여러 기관에서 지원받은 연탄만으로 겨울을 났던 박 할머니도 이제 500장 이상의 연탄을 매해 직접 산다. 그래도 할머니는 연탄 지원이 고맙기만 하다. 부족한 생활비를 그나마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와 해피스 사랑의 연탄나눔 봉사 11월 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 <안철수와 해피스>회원들이 연탄을 나르고 있다. 아침부터 내린 비로 봉사자 모두 우비를 입었다. ⓒ 박나은


이날 박 할머니를 포함한 일곱 가구에 총 1400장의 연탄을 배달한 봉사자는 30명.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는 <해피스> 회원 10명과 송호창 <진심캠프> 공동선대본부장, 개인 봉사자,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원기준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 사무총장은 봉사 시작 전, 서울 관악구 삼성동 주영광교회 앞에 모인 봉사자들을 향해 연탄 배달은 "따뜻한 정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고, 연탄은 그 매개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와 해피스 사랑의 연탄나눔 봉사 해피스 회원 김기만(왼쪽)씨와 차종호(오른쪽)씨가 연탄을 옮기고 있다. ⓒ 박나은


아침부터 내린 비는 오전 11시 40분 한 시간가량의 연탄 배달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한 장에 3.6kg 하는 연탄을 두 장씩 안고 나른 봉사자들. 하얀 비닐 우비는 곧 연탄가루로 범벅이 됐다. 그 위로 검은 빗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하지만 언뜻언뜻 보이는 그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해피스 회원 김기만(26) 씨는 "(연탄 배달이) 육체노동처럼 느껴졌는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며 봉사 후 소감을 밝혔다.


사랑의 연탄나눔 봉사 참가한 송호창 본부장 송호창 진심캠프 선대본부장이 봉사자들과 함께 연탄을 나르고 있다. ⓒ 박나은


이십여 년 전 삼성동 근처에서 자취를 했다는 송호창 본부장은 "(예전에 나도 연탄을 때고 살았는데) 격세지감이" 느껴진다며 "벌써 이십 년 전인데 아직도 힘들게 사는 분들이 많으니, 어려운 사람들은 날이 가도 사는 게 달라지지가 않는"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연탄 배달이 끝났다. 비가 그쳤다. 박 할머니의 재래식 화장실 한편에는 연탄 200장이 말없이 서있다. 할머니가 한 손으로 불편한 허리를 잡고, 바가지로 물을 퍼다 화장실 바닥을 씻어낸다. 굽혔던 허리를 펼 때마다 작은 탄식 소리가 나온다. 그 안에는 연탄의 뜨거움으로도 데울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 들어있다. 실질적으로는 영세민에 가까운 삶이지만, 법적으로 아들 셋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어렵게 사는 자식들에게 생활비를 더 보태달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현실의 차가움을 이겨내기에 정부에서 주는 기초노령연금 94,600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치가 바뀌어야혀!" 지금까지 한 번도 투표를 거른 적이 없다는 박 할머니. 그녀가 올해도 어김없이 투표장으로 향할 거라 다짐하는 이유다.

▶ <해피스 사랑의 연탄나눔 봉사> 동영상 보러 가기 http://youtu.be/JiMD53z--TA
#안철수 #안철수와 해피스 #해피스 #송호창 #연직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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