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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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 어떤 사내가 산 위에서 조망을 하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에밀 자토펙의 명언과 함께.
'우리는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달리면서 우리는 행복과 자유를 찾는다!'여기서 우리란 타라우마라족일테고, 그러면 어떻게 달리면서 '행복'과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타라우마라족은 험준한 고원을 수백킬로씩 뛰어다녀도 전혀 다치거나 탈진조차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일반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러닝화를 신어도 부상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 운동선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AP통신 종군기자로 전 세계 전장과 오지를 누볐던 저자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오래달리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끊임없는 부상에 시달려, 어느날 의사를 찾아갔고 그는 의사에게 물어봅니다. 그리고 그 물음은 이 책이 지어지는 이유가 됩니다. '도대체 내 발은 왜 아픈 겁니까?'라고. 의사는 이에 답합니다. '달리기가 원인입니다.'
인류는 장거리 달리기를 통해 살아남아 번성하고 이 행성 전체에 퍼졌다. 먹기 위해 달리고 먹히지 않기 위해 달렸다. 짝을 찾기 위해 달리고 이성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달렸다. 그녀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달렸다. 사람들이 '열정'과 '욕망'이라는 감상적인 이름을 붙인 다른 모든 것처럼 달리기는 우리에게 필수적이었다. 우리는 달리도록 태어났다. 달리기 때문에 태어났다. 우리는 모두 달리는 사람들이었다.(135쪽)
저자가 말하길,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자신보다 훨씬 영리하고 덩치가 크며 힘도 센 네안데르탈인들을 이기고 살아남게 된 이유, 맨발이다시피 달리는 사람들(타라우마라족)이 그토록 먼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는데도 부상을 당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비결. 이것은 '본 투 런'으로 압축될 수 있다고 합니다.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값비싼 운동화가 등장한 이후, 오히려 달리기로 인한 부상이 급증합니다.
운동화가 부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2008년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 연구논문에서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 대학의 연구자인 크레이그 리처드 박사는 운동화가 부상 위험을 줄인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연구는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30년 동안 감춰져 있던 엄청난 비밀이다. 리처드는 200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 허황된 희망과 공허한 약속만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244쪽)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탈 것이 우리의 발을 대체하면서 달릴 이유, 아니 걸을 이유조차 사라집니다. 이렇게 인류는 달리기를 멈추면서 땅과의 진정한 접촉을 상실하고 마는 것이죠. 그 옛날 생존을 위해 달려야만 했던 시절에는 없었던 질병들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발을 보호하고, 발에 알맞은 최첨단 러닝화가 나오면서 달리기에 최적화된 근육과 힘줄들은 제 기능을 잃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키·아디다스 등을 비롯한 거대 스포츠 관련 업체들은 계속해서 더 비싸고 더 첨단인 러닝화를 신으라고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입니다. 광고를 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러닝화가 얼마나 인체구조에 접학하고 발을 잘 보호해 주는지 말이죠. 하지만 이는 진정한 의미의 '보호'가 될 수 없다고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책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생생한 경험과 진화생물학과 생리학, 스포츠의학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과학적 증거들, 풍부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는 혁명적 주장을 매우 설득력 있게 펼치고 있습니다. 맨발로 뛰는 것이 좋다는 이유가 단순히 혈액순환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궁긍적인 행복을 위한 것임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죠.
본 투 런 Born to Run - 인류가 경험한 가장 위대한 질주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
여름언덕,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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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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