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랜드행 버스 기다리기아침 일찍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노시경
나는 새벽부터 가족을 깨우며 서둘렀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를 일주하는 투어버스가 아침 일찍 8시에 출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로열마일(Royal Mile)에 일찍 도착한 후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에딘버러 성 바로 앞에 있는 여행사로 갔다. 우리가 가장 먼저 왔을 줄 알았는데 이미 몇 가족이 우리 앞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나는 버스 안에서 우리 가족이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얼른 줄 안으로 들어갔다.
하이랜드 여행에 꿈이 부푼 여행객들의 줄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길어지고 있었다. 잠시 후 여행사 버스 2대가 우리 앞에 와서 섰다. 여행사 직원들이 예약자들 이름이 인쇄된 예약서류를 들고 와서 예약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행자들의 버스 배정은 예약한 순서대로 되어 있었다. 그러니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던 여행자들의 줄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뒤에 서 있던 사람이 앞의 버스로 가고 앞줄에 서 있던 사람이 뒤로 가면서 줄은 얽혀 버렸다. 그래도 나는 예약서류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좁은 인도 위의 복잡한 인파를 헤치고 재빨리 버스에 올라탔다. 나는 다행히도 나의 가족이 하루 동안 하이랜드의 풍광을 즐길 창가의 좋은 자리를 확보했다.
그런데 흥겨운 기분으로 출발한 버스는 에딘버러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길가에 갑자기 정차했다. 그러더니 가이드 겸 버스 운전사가 전화로 누군가와 계속 통화를 한다. 그는 버스 엔진에 이상이 생겼다며 모든 여행자들에게 뒤에 오는 큰 버스로 옮겨 타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버스를 옮겨 탔는데 이미 그 버스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좌석도 띄엄띄엄 떨어진 몇 좌석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버스의 좌석 사이도 좁은 데다가 나의 가족이 잡은 좌석은 큰 버스 실내의 중간 좌석이어서 창밖을 내다보기도 편하지 않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아내는 버스 좌석 사이가 좁아서 다리 펴기가 편하지 않고 방금 전에 탔던 버스보다 더 불편하다고 불평을 한다. 여행사는 원래 탔던 버스에 빈 자리가 많이 생기자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2대의 버스에 나눠 탔던 여행자들을 큰 버스 한 대에 몰아넣은 것이다. 한국에서였으면 참지 않고 불만을 큰 소리로 이야기했을 나지만 아내, 신영이와 함께 즐기는 하이랜드 여행이기에 큰 소리를 내지 않기로 했다. 같이 버스에 옮겨 탄 각국의 여행자들도 착하기만 하다. 군소리들이 없으니 말이다.
꽉 찬 큰 버스에 옮겨 탈 때 화가 잔뜩 난 내 얼굴을 본 버스 기사 겸 가이드 아저씨가 버스를 출발하며 농담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소리를 지르며 "중국 사람!" "일본 사람!" "대만 사람!" 하면서 손을 들어보라고 한다. 다들 자기 나라 이름이 불린 동양계 여행자들이 손을 들며 반가워한다.
'아니, 대만을 부르는데 우리나라를 안 불러?'이 가이드는 버스 실내 백미러를 통해 한 번 더 화가 난 내 표정을 보았을 것이다. 이 버스 기사 아저씨는 오늘 우리의 하루를 책임지는 가이드였다. 뚱뚱한 이 가이드 아저씨는 아침에 여행사 앞에서부터 스코틀랜드 킬트 치마를 입고 있어서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는 한 시도 쉬지 않고 버스 차창 밖의 풍광과 역사적 내력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버스가 출발하면서부터 계속 입을 쉬지 않고 있었다. 그의 강한 스코틀랜드 억양의 영어를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는 각국의 여행자들과 호흡하며 줄곧 사람들을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