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쥐고도 시민이 될 날을 기다린 사람

[서평]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등록 2012.11.16 10:17수정 2012.11.1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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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겉그림 ⓒ 오마이북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러니까 2002년 12월 19일 서민의 품에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한 사람이 있었다. 바보처럼 우직하게 역사의 흐름과 자기 역할을 고민하며 한 때의 권력보다 영원한 가치를 추구했던 한 사람, 노무현. 그가 2002년 12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이 1년이 채 남지 않은 시기에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와 관련 내용으로 꾸며진 책,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그의 당선으로부터 따지면 10년, 인터뷰 시점으로부터 따지면 5년의 시간이 흐른 2012년 11월에 노 전 대통령의 인터뷰를 다시 읽게 되었다. 그의 유언처럼 되어버린 세 차례의 이 인터뷰는 그의 사후 두 번째이자 새로운 대통령을 바라며 기다리는 많은 이들에게 적잖은 도움을 주리라 본다. 정치권력을 넘어 '진짜 권력'을 사모하듯 꿈꿨던 그의 말을 마음 깊이 받아들인다면.

노 전 대통령은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한다'는 말로 한 나라의 균형과 바른 성장을 위한 시민 정신의 중요성을 말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쥐고도 끊임없이 정치권력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이며 그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던 사람 노무현. 그의 슬픈 죽음 이후에 더욱 그의 발자취를 틈틈이 되새겨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권력이란 무엇인지, 진짜 권력은 무엇인지, 권력과 시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등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포함해서 대한민국 전체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길 바랐다.

"내가 다른 정치인과 다른 점은 권력을 최고의 정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정치권력은 하나의 권력일 뿐이고, 하나의 과정일 뿐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권력은 시민들의 머릿속에 있어요. 진정한 의미에서." - 34쪽

반칙을 싫어하고 원칙을 중요시하며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을 위해 살다 결국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랐고, 그런 소신과 꿈이 자신을 정치의 세계로 이끌었다고 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그 소신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잡음을 더욱 못 견디며 남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자신을 질책한 노 전 대통령. 그의 죽음이 '자살' 한 단어로만 불릴 수 없는 것도 끝까지 소신과 더불어 생을 마친 그의 발자취가 현재진행형으로서 지금도 시민 정신을 깨우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 한미FTA처럼 대표적인 '노무현의 잘못'으로 일컬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노 전 대통령은  역사의 흐름, 대통령의 현실, 대한민국의 힘을 고려하며 그 일들을 추진했다고 하였다. "역사의 기록에는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을 포함하여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관계를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 이라크 파병이라고 하였다.


"세계의 역사, 이른바 물질적 측면에서 세계 역사는 통상 국가가 주도"했다며, 통상국가로서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이 어떤 도전도 이겨낼 힘이 있다고 믿었기에 한미FTA라는 큰 산을 부딪혀보기로 했던 것이라고 하였다. 전쟁과 경제, 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두 가지 주제는 지금도 원칙과 현실의 줄타기를 하듯 늘 격한 토론의 단골 주제가 되는 듯하다.

노 전 대통령은 "지도자의 핵심은 비전"이라고 하였다. 그 비전이란 것은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지도자의 비전이란 개인의 뜻과 욕심을 넘어 "역사의 법칙 위에 서 있어야 하고, 그것을 전제로 선택한 것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역사라는 원칙 위에 선 어제와 오늘의 현실을 살펴보며,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꿈꿔야 할 가치와 할 일은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그 누구와도 대화하고 그 누구와도 다툼에 가까운 토론을 하길 주저하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삶은 그런 생각에서 나왔다.

2012년 대선, 우리 언론은 지금 제 길을 가고 있나

노 전 대통령의 인터뷰는 대한민국 언론에 대해서도 중요한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현실을 주무르고 때론 (자신들에게 필요한) 현실을 만들어내는 언론권력에 대해서. 돈 그러니까 시장의 힘도 바른 정치를 주무르려 하지만 언론도 그럴 수 있다는 점을 새삼 생각한다.

큰 공터와 같은 곳에서 후보합동토론회가 열리던 시대가 가고 미디어 앞에서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이미지'로 만들어 설명해내야 하는 시대에서 언론은 때로 그러한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내기도 하고 조종(?)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왜곡시키기도 한다. 후보의 가치와 능력이 드러나는 길이 미디어인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부당한 언론 권력과 격한 다툼도 마다하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삶은 새 시대 새 정치의 맏형이 되는 꿈을 접고 옛 시대 왜곡된 정치를 마무리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던 것과 맞물려 새 대통령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언론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노 전 대통령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남을 것 같은 말은 바로 민생과 언론의 멀고도 가까운 관계이다. 그가 남긴 말 속에서, 이제는 정말 시민 스스로 언론을 선택하고(!) 때로는 직접 언론의 왜곡 행위에 주의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무너지고 왜곡된 언론 구조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지켜보아야 할 것은 대통령 후보들뿐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언론이라는 사실을 잘 기억해두고 적어두어야 할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21세기 대한민국 정치의 출발을 기대하는 지금, 그의 '마지막 인터뷰'는 그의 사상과 삶을 생각해보게 할뿐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 조언을 준다. 그래서 그의 고민과 노력은 역사의 흐름을 타고 이제는 우리가 감당할 몫이 될 것 같다.

"민생은 정책에서 나오고 정책은 정치에서 나옵니다. 정치는 여론을 따르고 여론은 언론이 주도합니다. 언론의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을 좌우할 수밖에 없습니다." - 151쪽
덧붙이는 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인터뷰 노무현/오연호 글. 오마이북, 2009.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오연호 대표기자와 나눈 3일간 심층 대화

오연호 지음,
오마이뉴스, 2009


#노무현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노무현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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