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전시장 와서 골든타임 직접 보라"

[미니 인터뷰] 홍성담 작가 "박근혜 신격화 풍자"... "출산은 성스러운 행위"

등록 2012.11.21 17:55수정 2012.11.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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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 화백의 청년 시절과 근래 모습 기자가 1985년 무렵촬영한 흑백사진에 최근 검색 이미지를 캡쳐했다. 홍성담 화백은 유신독재에 저항한 민중미술가로서 80년 5월 광주항쟁당시 전투적 목판화로 민중항쟁의 실상을 판화로 표현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뿐만 아니라 세계 유명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1989년 민족해방운동사 작품 슬라이드 필름을 북한 평양청년학생축전에 보낸 이유로 간첩혐의를 받고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이 때 당한 고문을 생생하게 담은 스무날 연작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인권위원회(엠네스티)가 선정한 작가이기도 하다.
홍성담 화백의 청년 시절과 근래 모습기자가 1985년 무렵촬영한 흑백사진에 최근 검색 이미지를 캡쳐했다. 홍성담 화백은 유신독재에 저항한 민중미술가로서 80년 5월 광주항쟁당시 전투적 목판화로 민중항쟁의 실상을 판화로 표현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뿐만 아니라 세계 유명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1989년 민족해방운동사 작품 슬라이드 필름을 북한 평양청년학생축전에 보낸 이유로 간첩혐의를 받고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이 때 당한 고문을 생생하게 담은 스무날 연작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인권위원회(엠네스티)가 선정한 작가이기도 하다.박건

평화박물관에서 열린 '유신의 초상' 전에 출품된 홍성담 작가의 작품 <골든타임>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작품 소재로 그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출산대에 누워서 아기를 출산한 장면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은 아기 모습을 두고 일부 정치권과 여성계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20일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이 시점에 홍성담의 그림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위해 네거티브를 대행했다"며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차라리 예술가다운 면모"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신성한 출산과 모성(母性)을 정치적인 풍자의 소재로 전락했다"며 "문제의 작품을 여성 비하 행위로 규정짓고, 즉각적인 사과와 작품 전시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여성주의 미술을 추구하는 정정엽(51) 작가는 21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전시장에서 그 작품을 봤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같은 여성으로서 모멸감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여성비하 운운도 출산은 신성시하되 그 과정은 은폐하고자 하는 피해의식의 하나"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서구의 합리적인 성교육은 여성의 신성한 출산뿐만 아니라 신비하고 엄숙한 출산과정을 위해 청소년과 가족이 함께하는 교육으로 나가고 있다"면서 "일부 여성 단체의 작품 전시 철회 주장은 도리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막는 행위"라고 말했다.

"출산 모습 수치스럽게 여긴다면 스스로 출산을 비하하는 것" 

골든타임 - 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 경례를 하다 평화박물관 유신의 초상 전시회에 출품 전시중인 홍성담 화백의 유화작품
골든타임 - 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 경례를 하다평화박물관 유신의 초상 전시회에 출품 전시중인 홍성담 화백의 유화작품홍성담

21일 홍성담 작가는 작품 논란과 관련하여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 박근혜 후보를 산모로 설정한 까닭은?
"연예인을 지지하는 사람과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은 다르다. 현실 정치인에게 광적인 지지는 위험한 병폐를 낳는다. 특히 박근혜 후보 지지자 중 일부가 후보를 신격화하고 있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신격화라는 것은 절대명령에 절대복종이고, 지지자의 자기주체의식이 상실된 것이고, 독재권력의 바탕이 된다. 이런 위험성을 비판하고 풍자한 것이다."

- 신격화는 독재 위험이 있으니, 인격화를 위해 출산을 소재로 삼았다?
"그렇다."


- 그렇다 하더라도 박근혜 출산설은 사실무근으로 알려졌는데?
"그것은 예술적 상상력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신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만이 성스러운 출산의 과정을 거친다. 다시 말하면 박근혜의 출산이 주제가 아니고 성스러운 출산을 통해 낳은 '아이가 과연 누구냐'는 것이다."

- 그 아이가 누구인가?
"그 아이는 군화를 신고, 선글라스를 낀 박정희다. 이번 평화박물관 전시의 공동주제가 '유신 40년'이다. 내 작품 말고도 공감 갈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고 있다."

- 부녀의 끊을 수 없는 인연은 탯줄로, 딸이 아버지를 낳는 전도된 출산극은 '유신독재의 부활'을 뜻하나? 
"그렇다. 풍자의 미학은 여러 가지 익살과 해학과 조소, 야유 따위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보는 사람이 자기 경험이라든지, 자기가 알고 있는 견해에 따라 다양하게 읽힐 수 있다."

- 출산 그림이 여성으로서 수치심, 비하감을 준다는데?
"출산 장면 그림은 고대 벽화서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소재다. 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즘 작가는 자궁에서 막 나오는 아이의 머리를 그렸다. 최근 인도네시아 작가도 출산 장면을 자주 그린다. 우리나라 전통 탈춤이나 판소리도 출산 장면은 당시 부조리한 사회상에 대한 풍자, 조소, 야유 따위로 재미나게 표현한다. 출산은 그러한 미학의 한 소재다."

- 작품을 철수하거나 사과할 뜻은?
"당치 않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주변 사람의 충성경쟁으로 보인다. 여성이 아이 낳는 모습은 성스러운 행위다. 출산 모습을 수치스럽게 여긴다면 스스로 출산을 비하하는 것 아닌가. 어렸을 때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박근혜 후보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이미지가 아닌 원화를 보면 절대 그런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다."

- 박근혜 대선 후보가 이 그림을 전시장에 와서 보기를 바라는가?
"당연하다. 와서 보면 절대 그런 말을 못 할 것이다."

- 정치적 의도가 있는 사전 선거 운동은 아닌가?
"예술가도 정치적 주제를 담을 수 있다. 엄연히 실내에 전시하고 있는 예술작품이다. 미학적 논쟁은 얼마든지 환영한다."

-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데?
"아하하. 표현의 자유를 위해, 이 정도는 변호사의 도움 없이 혼자 싸워서 이길 수 있다."
#홍성담 #골든타임 #박근혜출산그림 #평화박물관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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