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 검찰개혁안 정면충돌
"중수부 폐지" - "총장직 외부개방"

일제히 기자회견... 대선 첫 정책 쟁점으로 떠올라

등록 2012.12.02 12:12수정 2012.12.0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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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검찰의 비리 추문과 내분 사태가 벌어지면서 검찰 개혁이 대선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2일 일제히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개혁 방안을 내놨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보다 강화된 검찰개혁 방안을 내놨다. 무엇보다 기존 입장을 바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천명하고 검찰과 경찰 사이의 첨예한 대립을 낳았던 수사권 조정 문제에 있어서도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 도입 외 구체적 방안이 없었던 검찰 개혁 부문에 있어 구체적인 조치를 한꺼번에 내놓은 셈이다.

문재인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 설치 등 이전에 발표한 고강도 검찰 개혁방안을 재차 강조하면서 검찰총장직 외부 개방 등 검찰 인사제도 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박근혜 후보에게 반부패·정치쇄신·검찰개혁을 주제로 한 TV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a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기 위해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기 위해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대검 중수부 폐지로 입장 선회... 안대희와 온도차

당초 박 후보는 이날 오전 강릉시 유세를 시작으로 강원 유세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갑작스럽게 검찰개혁안 발표 일정을 추가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검찰개혁안 발표를 의식한 추가 일정인 셈이다.

박 후보는 2일 오전 강릉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정치검찰, 특권검찰, 비리검찰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 같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그는 "역대 정권이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지금의 검찰 불신을 초래했고, 일부 검사들의 정치권 줄서기에 한 몫을 한 것은 아닌지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며 자신의 임기 중 '정치검찰'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저는 제 자신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검찰을 이용하거나 검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 결코 없을 것임을 국민 여러분께 엄숙히 약속 드린다"고 밝혔다.


"대검 중수부 폐지하고 현장수사에서 검찰 직접 수사 배제한다"

박근혜 후보의 검찰개혁안은 ▲ 검찰 권한 축소 및 통제 ▲ 검찰 인사제도 개혁 ▲ 비리·부적격 검사 퇴출 ▲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나눠져 있었다.


박 후보는 검찰 권한 축소 방안으로 "그동안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겠다"며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부서에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후보는 "예외적으로 (사건) 관할이 전국에 걸쳐 있거나 일선 지검에서 수사하기 부적당한 사건은 고등검찰청에 TF팀 성격의 한시적인 수사팀을 만들어 수사하도록 하겠다"

'검찰시민위원회' 강화 방침도 밝혔다. 그는 "검찰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검찰시민위원회'를 강화해 중요사건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롯한 기소 여부에 대해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겠다"며 "검찰시민위원회 구성도 외국의 기소대배심과 참여재판의 배심원에 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인사제도에 대해서는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검찰총장은 임명하지 않겠다, 또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로 임명하겠다"며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박 후보는 이 일환으로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 입장도 종전에 비해 단호해졌다. 박 후보는 지난 10월 경찰 관련 공약 발표 당시 "수사·기소를 분리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서 검경 협의를 통해 '수사권 분점을 통한 합리적 배분'을 추진하겠다"며 "경찰의 수사권이 확립되고 수사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날 "현장수사가 필요한 사건을 포함하여 상당부분의 수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겠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목표로 하되, 우선은 경찰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식의 '수사권 분점을 통한 합리적 배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검찰 조직에 대한 인적 쇄신 및 구조조정 방안도 내놨다. 차관급인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순차적 감축, 전원 부장검사 승진 관행 철폐 및 부적격자의 부장 검사 승진 제외, 검사 임용시 인성검사 실시 및 부적격자 제외, 검사 적격 심사 기간 4년으로 단축 및 부적격 검사 조기 퇴출도 약속했다.

박 후보는 또 "감찰본부의 인력을 증원하되, 감찰 담당자는 전원 검사가 아닌 사람으로 임명하겠다"며 "검사가 비리를 저지르고 옷을 벗은 경우에는 일정기간 변호사 개업을 못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중부부장 출신 안대희와 온도차

한편,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 박 후보와 온도차를 보였다.

안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중수부 존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동안 국민들이 (중수부를) 검찰 권한의 상징처럼 여겨온 게 사실"이라며 "검찰이 새로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제대로 해서 인정을 받고 나면 충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참여정부 당시 첫 대검 중수부장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중수부 폐지가 즉시 이뤄지게 되나"는 질문에 "그 답은 저의 몫이 아닌 것 같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빠른 시일 내에 (폐지되는 것은) 분명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a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검찰총장직을 검사가 아닌 외부인사에 개방하는 고강도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검찰총장직을 검사가 아닌 외부인사에 개방하는 고강도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 남소연


[문재인] "검찰 개혁 적임자는 나... 박근혜 되면 검찰 개혁 못해"

문재인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에서 연 검찰개혁 특별회견에서 "국민이 원하는 검찰, 국민을 위한 검찰,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을 위해 우리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정정당당하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밝혔다.

그는 "윤대해 검사의 문자 메시지에는 '박근혜가 될 것이고, 공수처 공약은 없으므로, 그에 대해서는 개혁안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있다"며 "결국 박근혜 후보가 되면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은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위장개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 후보는 "이번 대선은 한 평생 인권변호사로 현장에서 검사들을 만나오면서 누구보다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과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법조인 출신 후보 저 문재인과 정치검찰을 비호하다가 선거 때가 되니까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얘기하는 박근혜 후보 중에서 누구를 뽑을 것이냐를 가르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독립적 검찰총장 추천위 구성... "검찰총장 임명권, 국민에게"

문재인 후보는 "MB정권 5년 동안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면서 검찰 인사 제도를 과감하게 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그동안 대통령에게 주어졌던 검찰총장 임명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현직 검사 중에서 임명해왔던 검찰총장직을 외부에도 개방해 국민의 신망을 받는 검찰총장이 임명되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검찰내부 의견이 수렴되고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가 과반수 참여하도록 하는 독립적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외부인사가 검찰 조직을 잘 통솔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2002년) 현직 검사가 아닌 (법조계에서) 임명된 이명재 검찰총장은 역대 검찰총장 중에서 가장 신망 받는 분 중 한 명이었다"며 "검사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아닌 분들 가운데서 얼마든지 폭넓게 신망 받고 내부에서도 존경하는 검찰총장을 임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특권폐지를 단행하겠다고 했다. ▲ 차관급인 검사장급 이상 54명의 고위 간부 절반으로 축소 ▲ 검사장급 직위에 대한 개방형 임용 확대 ▲ 검찰인사위원회 중립성·독립성을 강화 ▲ 검사장급 인사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 ▲ 검찰청 예산 독립 ▲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을 의무화 등을 밝혔다.

문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 설치 등 이전에 발표한 고강도 검찰 개혁방안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처장은 독립된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도록 하는 한편,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겠다"고 전했다.

"검사로 이뤄진 고비처가 검찰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문 후보는 "고비처에 수사권한을 주는 것은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참여정부 때 법안이 마련돼, 추진한 적 있다"며 "고비처에 검사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소속시켜서 검사로 임용시키면 기소권까지 주는 데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중수부 폐지, 검찰 수사권 단계적 축소 방침도 재확인

박근혜 후보의 상설특검제 공약과 관련해, 문 후보는 "상설특검제는 검찰개혁을 막기 위해 검찰이 제시한 차선책에 불과하고, 특별감찰관제는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통제하고 견제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서 말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고 검찰이 기소를 담당하는 원칙의 검·경 수사권 조정,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검사의 대통령실 파견 등 검사의 국가기관 파견 금지 등을 재차 강조했다.

문 후보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참여정부 때 논의가 시작됐고, 논의를 마무리해서 시행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책 <검찰을 생각한다>에서도 그 방안을 세시한 바 있다"며 "(수사권을) 일거에 다 경찰에 넘길 수 없으므로 가벼운 범죄부터 순차적으로 수사권을 경찰에게 완전히 넘겨주는 식으로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검찰의 자정능력 회복을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 그는 ▲ 법조계 외부 인사의 법무부장관 임명 ▲ 자체 감찰 기능 확대·강화 ▲ 검사의 기소재량권 통제, 판결이 확정된 수사기록 공개 ▲ 비리 검사의 변호사 개업 금지 연장 방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박근혜 후보의 검찰 개혁안 발표 속보를 보니 '비리검사의 변호사 개업을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관련법은 마련돼있다, 새로 만드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잘못됐다"며 "그래서 문재인 후보 안에는 비리 검사의 변호사 개업 금지 기간을 확대하겠다고 돼 있다"고 전했다.
#박근혜 #검찰개혁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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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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