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이 1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퇴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조재현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명박 정권 아래서 정치 검찰이 '정권의 앞잡이'로 칼을 휘둘러온 여러 악행들, 특히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등에 이어 최근 '뇌물 검사' '성추행 검사' 등 온갖 추악한 모습에다, 한상대 검찰총장-최재경 중수부장 사이의 아귀다툼 같은 권력투쟁을 보면서 "검찰로 흥한 자, 검찰로 망한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치명적 시점에 터진 검찰 개혁 문제
그 추악한 모습이 시궁창 같다. 조직을 곪을 대로 곪게 만든 병균이 워낙 넓게 번져 있어 도려내야 할 환부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다. 특정 지역, 특정 출신교 중심의 인사 편중, 견제 없는 권력기관의 권력 남용과 부패, 수사권·공소권의 독점 같은 제도적 문제점 등 검찰의 모순이 이 정권 들어 아주 깊고 폭넓게 누적되어 왔다.
편중 인사의 예로, 법무부와 검찰의 핵심에 자리잡은 TK(대구-경북)와 고려대 출신 인사들의 독과점 체제를 보면 무슨 부족의 조직 같다. TK 인사편중 예만 한번 보자.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세 명의 법무장관이 있었는데, 초대 김경한 장관(경북 안동), 지금의 권재진 장관(경북 대구) 모두 TK 출신이다. 나의 배임죄 사건의 실무 책임자(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 검사)이자 지금 서울중앙지검장인 최교일 검사도 경북 영주 출신이고, 그의 선임자였던 노환균 지검장도 경북 상주 출신이다.
이러한 인사 편중과 그 혜택을 받아온 인물들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가혹한 정치 보복 수사와 철저한 보은 인사, 수사권·공소권의 독점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 등 검찰의 모순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치명적 시점에 그 모순은 터지고 말았다. 바로 대선을 앞둔 시점이다.
오죽했으면 제 편인 검찰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해온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조차 부랴부랴 나서서, 선거를 불과 2주일 정도 앞두고 그동안의 입장을 뒤집고 '검찰 개혁'을 주장하고 나섰겠는가. 그러한 태도의 표변은 그만큼 이 사안의 폭발성과 중대성이 엄중함을 반증해준다. 검찰에 의해 인간의 기본 권리가 짓밟힌 사람들이 어디 한둘뿐이겠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새누리당의 뿌리인 공화당과 한나라당 시절에 긴급조치 9호 위반(1978년 공화당 시절)과 배임죄(2008년 한나라당 시절)로 정치 검찰의 그 혹독함을 겪어보았다. 정치 검찰들은 박정희 시절에도 잘 살았고, 그리고 지금도 승승장구 잘 살고 있다.
이런 일들은 이명박 정권의 가치와 체제, 권력구조를 고스란히 승계하는 박근혜 정권이 성립되면 수구언론과 함께 고스란히 이어지게 되어 있다. 한 뿌리이고, 가치와 지향성에서 일란성 쌍둥이이고, 이익을 나누어 갖는 측면에서 동지적이기 때문이다.
노무현·한명숙·피디수첩·미네르바... 정치검찰의 '맹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