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12년 단체교섭 과정과 과제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24] 강지현 전국금속노동조합 단체교섭실장

등록 2012.12.06 14:40수정 2012.12.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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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집회 모습
금속노조 집회 모습금속노조

금속노조는 2001년 2월 108개 사업장 노동자 3만 명으로 창립했다. 첫 해 노조는 △ 사업장 교섭시기통일 △ 2002년 집단교섭 확보 △ 사업장 단체협약 체계 정비에 초점을 두고 산하 지부에 교섭권을 위임해 사업장 대각선교섭을 벌였다. 그 결과 집단교섭 참석을 약속받고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일을 통일시킨 곳은 72곳에 달했다. 같은 해 6월 조선업종 노조의 조직형태전환을 통해 삼호중공업과 한진중공업 노조가 금속노조에 결합했다.

노조는 창립 2년차(2002년) 때 전년도에 확보한 지부별 집단교섭으로 일제히 기본협약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정했다. 노조는 기본협약안에 사용자단체구성과 조합비 일괄공제 등을 담았다. 당연히 노사 간 주요쟁점은 '사용자단체구성' 대목이었다. 그해 노조는 108곳에서 기본협약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 삼호중공업, 효성중공업, 대림자동차 등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앙교섭과 사용자단체 법인등록

2003년 노조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지부별 집단교섭으로 기본협약 합의를 늘리고 사업장 단체협약 수준의 통일을 추진했다. 이때, 노조가 설정한 사업장 단체협약 통일요구와 기본협약을 중심으로 중앙교섭을 벌이자고 사측이 거꾸로 제안을 해왔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였고 금속 노사 간 최초로 중앙교섭을 시작했다.

그리고 노사는 100개 사업장이 교섭체결권을 위임해 중앙교섭에 참여했음을 확인하고 기본협약과 주5일제 등의 합의를 이뤘다. 같은 해 대우종합기계, 대우정밀, 케피코, 대우상용차, 다이모스노조 등은 금속노조에 결합했다.

2004년 노조는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앙교섭을 추진했다. 그러나 사측이 교섭대표를 노무사에 위임하겠다고 하면서 파행이 거듭됐다. 결국 사용자단체로 발전하겠다는 사측 약속과 함께 2002년부터의 기본협약과 전년도 중앙교섭 합의사항을 각각 하나의 협약으로 통합해 합의했다. 이때 대우종합기계, 한진중공업, 대우상용차 등까지 중앙교섭 및 기본협약 확보단위는 늘었다.

2005년 노조는 중앙교섭과 지부집단교섭을 추진하면서 기본협약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업장을 견인하고자 노력했다. 반면 사측은 2005년 중앙교섭 전제인 사용자단체 구성을 위반하고 나섰다. 이에 노조는 합의사항을 지키겠다는 사측동의서를 지부마다 받아내고 사용자협의회 법인등록을 약속받는 선에서 중앙교섭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2006년 사측은 전년도 노사합의에 따라 5월 15일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아래 사용자협의회)' 설립등기를 마쳤다. 같은 해 6월 현대기아차, 한국지엠노조를 비롯한 10만 여 명은 조직형태를 변경해 금속노조에 결합했다.

현대기아차노조 등의 금속노조 결합


 2012년 11월 19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2012년 11월 19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금속노조

2007년 금속노조 단체교섭은 15만 명으로 조합원이 늘어난 첫해 교섭이었다. 그해 노조는 전년도 산별전환 사업장과 기존 중앙교섭 미참가 사업장을 상대로 금속 노사 간 기 합의사항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자본은 거부했다. 이에 노조는 이듬해에 중앙교섭에 참가하겠다는 확약서를 사업장별로 받아내는 선으로 양보했다. 그러나 완성차 사용자 등은 '노사공동 산별교섭준비위'를 꾸려 중앙교섭 제반사항을 논의하자는 문서만 제출하고 끝냈다.

2008년 노조는 임금인상 등을 담은 중앙교섭 요구안과 사업장통일요구를 중심으로 중앙교섭을 펼쳤고 중앙교섭 미참여단위 대각선교섭으로 중앙교섭 참여를 재차 촉구했다. 그러나 또다시 현대차로 대표되는 자본은 여전히 중앙교섭 참여를 거부했다. 현대기아차 등 주요 자본은 중앙교섭 참여 조건으로 산별교섭개선위 및 협의체를 꾸려 교섭 개선사항을 먼저 합의해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2009년 노조는 자본의 중앙교섭 참여가 순순히 성사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하고 '공동요구안'을 중앙교섭과 대각선교섭에서 함께 따내는 것에 초점을 뒀다. 물론 대각선교섭에서 사용자협의회 가입 합의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재벌사의 사용자협의회 가입은 여전히 불발에 그쳤다.

노조법 개정과 금속노조 단체교섭전망

이런 가운데 노조는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 사태에 직면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노조는 2010년 1월 1일 노조법 날치기 개정 환경에 처했다. 일단 노조는 사업장단위 단체교섭의 타임오프제도 강제 발효 시점 전 타결을 추진했다. 아울러 그해 노조는 교섭구조 개선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자동차, 조선 등 업종별 요구 쟁취를 위한 공동파업도 추진했다. 그러나 자본은 단체교섭 구조개선 교두보 마련조차 거부했다. 그리고 그해 8월 중순부터 노동기본권 현행유지 자율합의 사업장을 표적으로 한 노동부 압박까지 본격화됐다.

이런 가운데 2011년 노조는 현대기아차 등으로 대표되는 재벌사의 중앙교섭 참여를 견인하는 단계적 전략으로 중앙교섭과 별도로 대각선교섭, 공동교섭 또는 정책협의, 부문별 교섭 및 협의 등을 다양하게 펼치자는 내용을 뼈대로 한 금속노조 교섭발전전망(안)을 대의원대회(5. 30.)에서 결정했다.

이어 2012년 노조는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업종교섭 모색과 중앙교섭 확대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설정하면서 4년째 성사되지 못한 금속노조 총파업에 우선 초점을 두고 4년 만에 성사시킨다. 2013년 단체교섭을 앞두고 있는 지금 노조는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업종교섭 모색과 중앙교섭 확대라는 두 목표실현을 본격 추진 중이다. 한편, 2011년 7월 1일 발효된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악용한 교섭쟁의권 봉쇄 시도로 사업(장) 단위별 노사관계는 곳곳에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 및 과제

 금속노조 2012년 1차 중앙교섭
금속노조 2012년 1차 중앙교섭금속노조

아직 미완상태인 산별노조의 단체교섭 구조 마련을 향한 12년 과정 속에서 금속노조는 몇 가지 유의미한 내용적 성과를 만들었다. 우선 금속노사는 다음해 적용할 최저임금을 합의해왔는데 눈에 띄는 건 '적용범위'다. 노조는 2004년부터 최저임금 적용범위와 관련해 사업장에 고용된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를 포함시키기로 합의해왔다. 2004년 중앙교섭에서 "사용자는 노조활동을 이유로 손배가압류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 문구를 받아낸 것도 유의미했다.

또한 현재 사용자단체 회원사는 해외공장 신설계획 수립 시 고용안정 및 노동조건 관한 사항에 대해 노조와 60일 전에 합의해야 하며 국내 노동자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해외공장 생산제품 국내 반입하는 행위도 억제해야 한다. 2003년 노사는 중앙교섭에서 주5일제 도입에 전격 합의하기도 했다. 그해 8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에 앞서 노사 합의소식을 먼저 전해 대세로 굳혔다.

그리고 2012년 노사는 자동차 부품사의 실노동시간 단축을 전제로 한 교대근무제도 개편 시한도 못 박았다. 원하청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노사감시단 구성에도 의견을 일치했다. 아울러 불법파견 인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불법파견 확인 시 정규직으로 채용하며 임시직도 3개월 이상 쓰지 못한다는 게 현 노사 합의사항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로 대표되는 자동차 완성사와 두산 및 S&T그룹사 등 주요 재벌사들은 여전히 이 같은 합의사항 바깥 지대에 있다. 다양한 단계적인 노사 간 논의라도 해보자고 노조가 한 발 물러났지만 여전히 이조차 거부되고 있다. 주요 자본(재벌)의 이 같은 태도를 규제하고 산별노조 단체교섭을 활성화시키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덧붙이자면,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 취업자-실업자 사이의 격차로 대표되는 사회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자동차-철강-조선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제조업 발전전망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노동자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보편적인 노동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을 촉진하는 다양한 초기업적 교섭 및 정책협의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강조한다. 이게 최근 유행처럼 담론으로 형성된 경제민주화로 가는 정석이다.
#산별노조 #금속노조 #산별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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