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고공 철탑농성장. 30m 높이에서 한상균(51) 전 쌍용차 노조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지회 수석부지부장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상규
평택역에 도착한 뒤 잠시 당황했다.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으로 가려면 몇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정류장은 어디인지 기억이 희미했다. 쌍용자동차 노조가 77일 간 옥쇄파업을 하던 2009년 여름, 평택으로 자주 출근했다.
그로부터 3년 5개월 정도 지났을 뿐인데, '옛 출입처' 가는 길을 잊다니. 그런 내게 '옛 취재원'이 길을 알려줬다. 평택역 광장에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천막농성장이 있다. 해고자 한 명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15만4000볼트... 여기에 사람이 산다쌍용차 공장으로 향하는 버스는 금방 왔다. 조금 이동하자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폭설이 올 거라는 일기예보대로 5일 오전, 평택 하늘은 잔뜩 흐렸다. 30분쯤 달렸을까. 쌍용자동차 공장 굴뚝이 보였다. 굴뚝 맞은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높은 송전탑이 보였다. 송전탑에는 붉은색의 거대한 현수막 두 개가 세로로 걸렸다.
'해고자 복직''쌍용차 국정조사'현수막 바로 위, 새집같은 작은 공간이 보였다. 지붕과 벽도 없이 합판 몇 장만 깔아놓은 곳. 바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11월 20일부터 시작된 '고공 철탑농성장'이다. 약 30m 높이에서 2009년 옥쇄파업을 이끌던 한상균(51) 전 쌍용차 노조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지회 수석부지부장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철탑농성장은 쌍용차 공장 정문에서 시내 쪽으로 약 200m 떨어진 곳에 있다. 철탑에서는 쌍용차 공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탑농성장 바로 아래에는 천막 두 개가 설치돼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철탑농성을 지원하고 지키기 위해 설치했다. 30여 명의 해고자들이 돌아가면서 이곳에서 생활한다. 철탑농성장의 하루는 "서로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일로" 시작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속으로 감사 기도부터 합니다. '내가 또 안 죽고 하루를 맞이했구나' 이렇게요. 이어 철탑 위 세 동지도 안전한지 확인합니다. 여기선 '춥다'는 말은 거의 금기어예요. 철탑 위에 저렇게 세 동지가 있는데.... 그런 말 쉽게 하면 안 되죠."
오전 9시께, 추운 날씨 탓인지 해고자 A씨는 연신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잠시 뒤, 그는 철탑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익숙한 솜씨로 죽이 담긴 꾸러미를 밧줄에 묶었다. 9시 30분, 고공농성자들의 아침식사인 죽이 하늘로 올라갔다. 아침식사를 받은 고공농성자들이 이번엔 다시 뭔가를 밧줄에 묶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