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회화 전문강사제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영전강 폐지론을 반박하며

등록 2012.12.10 14:40수정 2012.1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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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2일 오전 9시]

지난 12월 5일자 <한겨레> 신문에는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건설준비위원회와 전국 교육대학교 교수협의회 연합회 명의로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 폐지하고 정규 교원 확충하라'는 내용의 광고가 실렸다.

영어회화 전문강사(영전강) 제도가 초등교원의 전문성을 부정하고 영어 공교육을 파행시키며 학교 현장의 갈등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서명운동 등의 방식으로 영전강 폐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에도 영전강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여러 편 실린 바 있다. 이에 필자는 영전강 폐지론에 치우친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오해와 잘못된 비난을 바로잡고 영어회화 전문강사제도 폐지론을 반박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1.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의 법률적 근거

일부에서는 영전강 제도가 법적 근거 없이 시행령만 개정하여 졸속 도입되었다 주장한다. 그러나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는 적법하게 시행된 제도이며 '법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특히 근거 없이 시행령만을 통해 도입되었다는 주장은 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그 모법인 초중등교육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지 상위법을 위반하면서 시행령만으로 제도가 도입 될 수는 없다.

초중등교육법 제22조 (산학겸임교사 등)
①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학교에 제19조제1항에 따른 교원 외에 산학겸임교사·명예교사 또는 강사 등을 두어 학생의 교육을 담당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립·공립 학교는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3제1항 및 제10조의4를,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법」 제54조의3제4항 및 제5항을 각각 준용한다
② 제1항에 따라 학교에 두는 산학겸임교사 등의 종류·자격기준 및 임용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먼저 위 조항을 "산학겸임교사"에 관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산학겸임교사 "등"에 관한 조항이며 산학겸임교사와 강사 모두에 해당한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의 법률적 근거인 이 조항은 1997년, 제정된 때부터 존재했으며 MB정권이 만든 것은 아니다.


강사제도는 스포츠 강사나 방과후학교 강사뿐 아니라 국가 교육과정의 담당을 위한 강사를 포함한다. 영전강 제도 도입 전에도 자립형 사립고나 예산에 여유가 있는 학교는 학교 재량으로 법령의 기준에 부합하는 능력 있는 강사를 채용하여 교육과정을 담당하게 할 수 있었으며, 특성화 고등학교 등은 특별한 기술이나 전문적 기능을 가진 인재, 즉 산학겸임교사를 채용하여 학생을 교육해 왔다. 영전강 제도는 이러한 제도에 근거하여 교과부 예산으로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학교에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배치한 것이다.

그런데 영전강 폐지론자들은 제도에 법률적 모순이 있다고 주장하며 산학겸임교사와의 차별을 지적하기도 한다. 비정규직 산학겸임교사는 마땅히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원이 아닌 자로서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친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직군에 있어, 영전강에 대한 처우가 산학겸임교사에 비해 조금 더 낫다 하여 그것이 법령의 모순이며, 영전강 폐지의 근거가 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영전강과 산학겸임교사 모두 비정규직 근로자로서 서로 연대하여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영전강에 대한 처우가 산학겸임교사보다 낫다면 그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산학겸임교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하면 될 일이지, 영전강에 대한 특혜라 주장하며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모순이며, 두 직종의 처우 개선에 있어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발목을 붙잡는 잘못된 일이다. 

영전강 제도의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22조의 입법취지는 교육과정에 필요하면 교원이 아니더라도 강사가 공교육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영전강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실용적 영어회화 교육이 교육과정에 필요한가? 실용적 영어회화 교육을 위해 교원이 아닌 강사가 필요한가?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가 정규교원 제도와 상충하는가?

2. 실용적 영어회화 교육의 필요성

영전강 폐지론자들은 무리하게 영어 시수가 늘어나 교육과정이 파행되고 있으므로 교육 정상화의 관점에서 영전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무리하게 늘어난 영어 시수"와 "교육과정의 파행"이 주당 2~3시간에 불과한 초등 영어 시수를 의미하는 것이며 "교육의 정상화"라는 것이 2~3시간의 영어 시수를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자는 주장이라는 점을 학부모들과 국민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또 폐지론자들은 교육과정 파행의 예로 초등 1, 2학년 수업을 들고 있다. 영전강은 주당 18시간 이상 수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학교는 학생수가 적어서 정상적 방법으로 이 시수를 채울 수가 없다. 그래서 교육과정상 영어를 배우지 않는 학년인 1, 2학년까지 수업을 해서 영전강에게 부과된 수업 시수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것이 제도상의 모순이므로 영전강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것은 영전강의 최소 수업 시수를 조정하면 되는 지극히 간단한 일이다. 전체 영전강에 대해 조정이 어렵다면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의 경우에 한정해 최소 수업 시수를 정하고 그만큼 근로량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라면 수업 이외의 업무를 부과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 제도관리와 운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시행초기의 지극히 사소한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교육과정의 파행"이라는 명목으로 영전강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영전강 폐지론자들은 현행 초등학교 영어 시수가 과도하게 많다고 주장한다. 이전에 3~4학년은 1시간, 5~6학년은 2시간이던 영어 시수를 1시간씩 늘리는 것에 대해, 어차피 그렇게 하더라도 영어가 유창해지기 위해 필요한 노출시간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하나마나 한 정책이고, 영어회화에 대한 망상으로 무리하게 시수를 늘이는 것이라며, 영어 공교육 강화에 반대하고 있다.

정교사에게 맡기기에는 너무 과도한 업무라며 반대하고, 그 업무를 영어회화 전문강사에 맡기려는 것에도 반대한다. 과연 영어 의사소통 능력 강화라는 국민적, 시대적 요청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 오히려 바로 그렇게 교육과정에 영어회화능력 향상에 부족한 부분이 있기에 수업시간 이외의 체험활동과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활동들을 통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공교육에서 더 많이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폐지론자들은 굳이 그렇게 영어회화를 잘 할 필요가 있냐며 국제교류가 증가하는 현실과 영어회화 교육의 필요성을 도외시하고 있다. 많은 유럽의 교육 선진국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전 세계 여러 나라들도 초등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국어와 자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영어를 마땅치 않게 여겼던 프랑스마저도 초등 영어교육을 도입하였다.

외국 초등영어교육의 수업 시수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더 많은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영전강 폐지론자들의 주장처럼 과연 우리나라 초등 영어교육 시간이 비정상적이고 무리하게 많아서 교육과정을 파행시키는 것인지, 교사들에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수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야 하는 것인지 국민들의 숙고가 필요하다. 

영전강 폐지론의 큰 문제점은 초등학교의 실용 영어회화 교육 자체를 부정한다는 점이다. 영전강 폐지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대표적 단체인 전교조가 작성한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 폐지와 교원 정원 확보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에서, 발표자인 한 초등학교 교사는 '실용영어 삽질 정책 이제 그만'이라는 장을 통해 우리사회에서 영어는 제2언어가 아니라 외국어라고 말한다. 즉, 영어를 한 마디 하지 않아도 일상 생활에 별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영어는 외국어이기 때문에 초등학생에게 '아침 먹었니? 기분이 어떠니? 무슨 요일이니? 뭐하니?'하는 일상 회화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말 우리의 초등학교 자녀들에게 필요한 영어가 무엇인가? 아니 정말 필요한 과목인가?"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우는데 '회화'는 어쩌면 부수적인 것일 수도 있다."

발표자는 위와 같이 주장하며,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기초적인 영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현행 초등 영어교육과정을 비판하고 있다. 이는 영전강 폐지론자들의 영어회화 교육에 대한 인식의 한 단면이다. 그들은 영어회화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민족 정체성 강화와 인성교육을 위해 영어회화 교육이 축소되어야 하며, 영어를 과도하게 배우느라 초등학생들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초등 영어교육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주장에는 일리 있는 부분도 있지만 문제점도 많다. 먼저 대다수 학부모들과 국민들의 영어교육에 대한 생각과 괴리가 크다. 초등학교 영어회화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학부모 절대다수가 동의하고 있으며, 영어교육의 방향이 문법, 독해와 단어암기, 점수 따기를 위한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의사소통능력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기본법 29조 1항은 "국가는 국민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과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국제화 교육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국가 교육정책의 방향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화 교육의 기본적 밑바탕이 현실적 세계 공용어인 영어에 대한 의사소통능력 강화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초등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일부 교사들이 영어교육 자체에 좌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한국인의 숙명인 것인지 아무리 영어를 가르쳐도 아이들의 영어실력은 향상되기는커녕 '영포아(영어를 포기한 아이)'만 늘어나는 것 같고, 영어 사교육을 받은 부잣집 아이들이 굴러가는 발음으로 유창하게 원어민 교사와 대화하는 것을 보고 절망한 아이들은 주눅이 들어 아예 입을 닫기도 하며, 영어 공부에 지쳐버린 아이들은 가엽기만 하고,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을 해도 사교육은 늘어만 가고 있다. 게다가 좋은 기자재, 시설, 실력 있는 강사들을 갖춘 학원을 대체 학교가 어떻게 따라갈 수 있냐는 절망감이 팽배하다. 영포아뿐 아니라 영포교(영어교육을 포기하는 교사)마저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미국의 영어평가 기관인 ETS의 2009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영어 말하기 순위는 157개 국 중 121위라고 한다. 그렇게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영어 구사력이 좋은 것을 영어와 언어학적으로 비슷한 언어를 가지고 있거나, 영어가 외국어가 아닌 제2언어인 환경이라고 모두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이 머리가 나빠서 영어를 못하는 것일 리도 없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영어 말하기 능력이 부족한 원인 중 하나는 초등 영어교육에 대해 축적된 역사적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배운 대로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사들은 공교육을 통해 영어회화를 잘 하게 된 경험을 가진 세대가 아니다(우리나라 국민은 거의 다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문법독해 위주, 문제풀이 위주의 경쟁적 입시교육으로 영어를 배웠고 회화는 개인적 노력과 관심으로 부수적으로 배우거나, 성인이 된 후 대학 수업이나 연수를 통해 배웠을 뿐이며, 그렇게 배웠어도 영어 구사력이 뛰어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초등 영어교육 15년을 이끌어 온 교사들 절대 다수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제대로 된 영어회화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으며 스스로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제도를 성인이 되어 이론적으로 배우고 수업을 연습해서 학교 현장에 도입해 온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긴 세월 동안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어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공교육에서 영어회화를 배운 세대들이 다음 세대의 교사가 되고, 또 그들에게 배운 세대가 그 다음 세대의 교사가 되는 역사적 경험이 축적되어야 비로소 영어회화 공교육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단순히 도입 몇 년 동안 사교육이 늘어났고 학생들의 영어 말하기 실력이 기대만큼 향상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초등 영어교육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영어회화 공교육만으로 단시간에 사교육을 감소시킬 수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선행학습 금지, NEAT 도입 철회, 특목고와 외고의 일반고 전환 등 여러 정책이 복합적으로 성공해도 사교육이 줄어들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런데 영어회화 공교육이 단기간에 사교육을 감소시키지 못했다 해서 정책 실패로 보는 것은 과한 면이 있다. 영어 공교육은 포기될 수 없다. 공교육이 사교육을 궁극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은 공교육을 통해서 영어를 배워도 충분히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서 굳이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단기간에 달성될 수 없으며 어쩌면 몇 세대가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는 이러한 목표를 향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모든 현실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차라리 포기하자는 목소리에 국가의 교육 시책이 좌우될 수는 없다. 

또한 진보적 교사들이 단지 MB 정책이라 하여 영어 공교육을 반대하는 것은 큰 문제다. 보수 진영이 먼저 제기한 정책이라는 이유로 진보진영이 그에 반대한다면 교육에 있어서 진보의 지평을 너무나 협소하게 만드는 것이며 정치적 진영 논리에 교육이 희생되는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자녀에 대한 영어교육을 위탁받은 교사들이 영어에 대한 욕망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오히려 국민들을 계몽하려 드는 것은 문제적 태도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경쟁 교육, 영어실력과 국가경쟁력이라는 세계화 담론 등 보수적 틀에서 바라보는 영어회화 교육이 아닌, 진보적 영어회화교육의 프레임을 구성해야 한다. 자본이 세계화하기 위해 영어능력을 가진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면, 노동자들의 국제적 연대와 시민운동의 교류를 위해서도 영어능력이 필요할 수 있다.

영어 의사소통 능력은 결코 "공부"로 향상될 수 없으며, 경쟁과 시험, 고통스러운 암기와 훈련으로 향상될 수 없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협동적 활동이 필요하며, 학습자 자율성과 동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긋지긋한 영어공부에 대한 진보적 대안이 실용적 영어회화 교육이 될 수 있다. 영어교육에서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은 아직도 공부로서의 영어라는 보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표현하고 문화생활과 교류활동을 즐기는 수단으로서 영어회화교육이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진보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학교의 실용적 영어회화 교육에 교원이 아닌 강사가 굳이 필요한가?

영어회화 공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그를 위해 정규 교원이 아닌 강사가 굳이 필요한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것은 교육에 필요한 영어 구사력과 회화 실력이 현재 공교육 체계 안에 있는 교원 내에서 충분히 찾아질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인지, 아니면 교원 외의 사람들 중에서 그러한 능력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여 공교육에 투입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먼저 가장 뛰어난 영어 구사력을 가진 사람은 원어민 교사들일 것이다. 실제로 영어 공교육 강화를 위해 정부는 원어민 교사를 각 학교에 배치하였고 일정 정도 교육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원어민 교사 감축을 발표한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에도 중고등학교 원어민 교사는 전원 감축하기로 했지만 초등학교는 유지하기로 했다. 원어민 교사가 초등학교에서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 해소, 영어에 대한 자신감 향상 등의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영어 원어민교사 예산 삭감, 사실은 이렇습니다.)

그러나 원어민 교사에 관한 문제점들도 보고되어 왔다. 대표적인 것은 수업시간에 영어 한마디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교수법은 조별활동과 놀이 등을 통해 학습자들이 서로 영어로 대화하는 연습을 수행하고 교사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적 특성상 학생들은 서로 영어로 대화하기보다는 교사와 대화하기를 원하고, 예산을 들여 원어민을 채용한 취지도 학생들과 말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원어민은 한 명이고 학생은 많다 보니 일부의 학생들, 특히 사교육으로 영어를 배운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가 편중되고 있다. 그렇다고 원어민 교사를 더 많이 채용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하다. 또 실력 편차가 크다 보니 영어로 이루어지는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는 불이익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영어가 유창하면서도 한국어로 설명과 지도를 해 줄 수 있는 내국인 교사의 필요성이 더 크게 대두되었다.

여기서 영전강 폐지론자들은 정규 교원들이 영어회화 교육에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정규 교원들의 영어회화 능력을 검증해 본 바도 없고 그에 대한 객관적 자료도 없기 때문에 이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힐만한 근거가 없으며 또 그렇게 무례한 일을 할 필요도 전혀 못 느낀다. 또한 진심으로, 우리나라의 초등 정교사들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 다만 다음과 같은 영전강 폐지론자들이 이에 대해 제시하는 주장을 실으니 독자들께서 각자의 경험과 생각으로 판단하길 바란다.

교원들 중에는 석사학위 소지자도 많다.
개인적으로 어학 연수 다녀온 교원도 많다.
6개월 영어심화연수를 받은 교원들도 많다.
임용시험에서 영어수업을 시연하고 영어 면접도 치렀다.
교원들 중에는 텝스, 토익 고득점자도 많고 외고출신도 많다.
교육대학교에서 영어 교육에 관한 강화된 수업을 들었다.
초등학교 교과서 수준의 영어는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

교원양성기관에서 10여 개에 달하는 초등 전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더불어 담임업무를 포함한 학교의 모든 업무를 다룰 수 있는 공부도 하면서 거기에 더해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 넘쳐나는데, 무엇이 부족해서 교원 자격증도 없는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채용해서 학교에 배치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MB 정부는 (늘 그렇듯이) 어리석게도 그와 같이 유능한 교원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교원이 아닌 강사를 채용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전강들의 전반적인 영어회화 실력은 어떨까? 그 역시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영전강 폐지론자들이 영전강에 대해 영어 하나 잘한다고 교사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그래도 영전강들이 영어 하나 잘하는 것은 인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때는 실력이 형편없다며 무능 영전강의 사례들을 제시한다. 아마 틀림없이 그런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또 영전강에게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어학연수 다녀오고 유학도 다녀오고, 지금은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면서도, 아직도 모르는 단어가 많고, 복잡한 설명을 영어로 하려면 힘이 든다. 영전강들의 실력이 자녀를 학교에 맡긴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높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영전강 폐지론자들의 비난과 공격에도 불구하고 영전강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흥미로운 점은 다름 아닌 학생들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성균관 대학교 연구진이 작성한 '영어회화 전문강사 성과분석 연구의 발표'에 따르면 영어회화 전문강사에 대한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와 수업 흥미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상당수 학생들이 실용영어능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학생 조사결과>
"우리 영어 선생님은 열의를 가지고 수업하신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89.5%,  비영어회화 전문강사: 55.1%
"우리 영어 선생님을 통해 충분한 영어 훈련 지도를 받고 있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74.4%, 비영어회화 전문강사: 37.3%
"나는 영어 말하기, 듣기가 향상되었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58.2%,  비영어회화 전문강사: 28.3%
"우리 선생님에게 배우는 영어가 재미있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75.8%  비영어회화 전문강사: 43.1%

4.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가 정규교원 제도와 상충하는가?

그런데 학생들의 영어회화 전문강사에 대한 선호는 전혀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영전강을 퇴출시키려는 일부 정교사들의 위기 의식을 자극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별반 영어를 잘하지 않는다고 폄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교사보다 영어를 잘하는 영전강을 학생들이 더 좋아하는 현상을 두려워한다.

한 네이버 블로그에 있는 "영전강,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는 MB정부의 대표적인 실패한 교육정책입니다!!!"라는 글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영전강 폐지 주장을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교육대학교의 예비교사들을 선발, 교육시키는 과정을 전면적으로 강화하여 더욱 준비된 초등학교 교사로서 향후 보다 높은 수준의 영어교사를 훈련시키는 데에 보다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재의 이러한 제도를 통하여 오히려 학부모들이나 아동들에게 영어 잘 해서 뽑혀 들어온 선생님을 오랫동안 초등학교 전문가로서 양성되어 온 선생님들보다 더 좋아하게 하는 착시 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출처: http://blog.naver.com/borateach/120170779717)

영전강 폐지론자들은 설령 영어실력이 있어도 초등교육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초등교육에 대한 전문적 교육을 받지 못한 영전강이 초등 영어교육을 담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일리 있는 주장으로 들린다. 정규 교원은 우리나라 초등교육제도의 근간이자 핵심이며 국가는 초등교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교원의 임용과정을 철저히 관리하여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나라는 공교육 강사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그래왔다. MB는 그것을 도입했다기 보다는 확대한 것이다. 국가는 초등교육의 근간을 정규 초등교원이 담당하도록 하되, 영어회화 교육에 있어 특별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강사를 채용하여 그 둘이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여 학생들의 영어 의사소통능력을 향상시키도록 한 것이다.

진보적 교사들은 "어륀지" 교육을 비판해 왔다. 유창성과 발음이 영어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유창성과 발음으로 영어실력을 판단하며 콤플렉스를 내면화하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영어회화를 교육하는 교사의 발음과 유창성과 회화능력이 형편없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원어민 같이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학생들에게 교육적 차원에서 모델이 될 수 있는 영어 구사력을 제시할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학원이 아니라 학교에 그런 회화 전문 교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들의 소망이 영전강 제도로 나타난 것이다. 학부모들은 아무리 초등영어가 간단하고 쉽다 하더라도, 더 실력 있고 더 영어를 잘하는 강사가 학교에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

영전강의 영어실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면, 오히려 정부는 더 좋은 처우, 더 안정적인 고용형태로 더 우수한 영어회화 강사들을 채용하여, 사교육 시장에 있는 영어 실력자들을 공교육으로 끌어와야 한다. 자녀를 실력있는 영어 강사에게 배우게 하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 학원에 보내는데, 그런 강사들을 국가가 학교에 배치해 주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이 환영할 것이다. 실력있는 인재가 사교육 시장이 아니라 공교육에 편입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한 사교육 정책이며 공교육 만족도를 높여주는 길이다.

그런데 영전강 폐지론자들은 초등교원 자격증이 없는 강사는 무자격자라며 절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초중등 교육제도에 있어 1997년부터 강사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교원 자격증이 없더라도 학교가 필요한 능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인재를 채용하여 교육과정을 담당하게 할 수 있어왔다. 그래도 정규교원을 교육의 근간으로 하고 강사는 보조적 역할을 해야 하며, 강사를 많이 채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초등교원은 2012년 현재 약 18만 1천명이며 이에 비해 초등 영전강은 약 3000여 명이다. 교원 대비 1.6%에 불과한 영전강이 정규교원제도를 뒤흔들고 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한 학생이 영전강으로부터 수업을 듣는 시간은 일주일에 1~2시간이며 그 외 모든 시간은 정규교원에 의해 교육이 이루어진다.

영전강 중 교원 자격증 미소지자는 정규 교원 수의 0.5%에  불과한 수준이다. 현재의 성인 세대는 공교육을 통해 영어회화를 배우지 않았으며 영전강들이 가지고 있는 영어회화 능력은 개인의 노력, 시간, 비용, 그리고 재능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영어회화교육의 사회적 필요성을 고려하면 교원대비 0.5% 정도는 교원 자격증을 대신하여 영어회화 능력이라는 특별한 능력과 기술을 가진 강사로서 공교육에 투입하기에 결코 많은 비율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영전강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는 법률에 명시된 강사 제도, 그리고 학교가 강사를 사용할 권리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다.  

영전강 폐지론자들은 마치 국가 임용시험을 통과한 정교사가 수업권과 평가권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마치 오직 정교사만 학교에서 수업을 맡아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수업권은 자연법적으로는 학부모의 교육권을 신탁받은 것이고 실정법상으로는 국가의 위임에 의한 것이다. 또한 교사의 수업권은 교사의 직권이지만 기본권으로 보기 어렵다(참고문헌: 헌법재판소 1992.11.12. 자 89헌마88 결정 【교육법제157조에관한헌법소원】[헌판집제4권]).

따라서 교사의 수업권은 시험에 통과한 이유로 스스로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법상으로는 학부모에게, 실정법상으로는 국가로부터 위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수업권을 부여할 수 있는 국가가 강사에게 법적 제도를 통해 교육과정을 학생에게 가르치게 했다면, 당연히 직무 상의 권리로서 강사에게도 합법적으로 수업권이 주어진 것이다.

헌재는 교사의 수업권이 헌법에 명시된 다른 기본권에 비해 하위의 개념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규교원의 수업권보다는 헌법에 명시된 학생들의 수학권과 근로자의 평등권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원에서 비싼 돈을 들여서 영어회화를 배우는 상황에서, 정부가 영어회화 강사를 학교에 배치해 주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교육 평등권을 위해 국가가 노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수업권을 학부모에게 신탁받은 것이라 보았을 때, 교원 자격증이 없는 학원강사에게 비싼 돈을 들여 자녀의 영어교육을 맡기는 학부모들이, 학교에서는 그러한 영어전문강사에게 교육을 신탁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모든 과목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은 문제일 수 있으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영어교육이 가지는 특수한 현실을 고려하면, 교원대비 1.6%에 불과한 교원 외 강사를 공교육에 투입하는 정책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영전강 폐지론자들은 영전강이 수업권을 가진 것이 초등교원의 전문성을 부정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대한민국의 법률 체계와 그것에 기반한 교육제도인 강사제도를 부정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영전강에게 보장된 헌법적 권리, 즉, 국가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제공한 직업인 영어회화 전문강사직을 선택할 헌법적 권리, 법 앞에 평등하며 강사라는 사회적 신분으로 어떤 사회적 차별도 받지 않을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영전강 폐지론자들은 학교현장에서 정교사들과 영전강 사이에 교육적 갈등이 있다고 말한다. 초등 교원과 초등 영전강의 비율은 63:1 이며, 학교에 1명씩 영전강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수십 명의 정규교원들에 둘러싸인 상태이다. 게다가 초등학교 특성상 영전강은 절대다수가 여성이다. 일개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인 영전강에 대해, 다수의 정규교원들이 영전강을 학교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담합하여 동료 교원 평가에서 최저점을 주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영전강에게 보란 듯이 영전강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서명지를 공개적으로 돌리고 있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런 직장에 생계를 위해 매일 출근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공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갈등의 차원이 아니라 다수 정규직 기득권에 의한 비정규직 소수자 인권 침해다. 국가는 자신이 관리하는 교육 공무원인 교원들의 일부가 이러한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피해 근로자를 구제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낮은 신분이라고 인식하여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

영전강 제도가 도입된 지 4년이며 영전강의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규교원도 경험이 많지 않을 때는 학생 지도와 현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정규교원들은 경험이 풍부하고 연륜이 있는 선임 교사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받기도 하고 연수를 통해 배워가며 어려움을 극복한다. 직장의 선배이자 초등교육의 전문가이자 교육 공무원인 정규교원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채용되어 국가로부터 영어회화에 대한 학생지도를 위임 받은 영전강에게, 초등학교에 적응하고 초등교육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언과 배려를 하여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그러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전강을 비난하고 있다. 자녀를 공교육에 위탁한 학부모들은 인성과 덕성을 지도하고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정규교원과, 재미있게 영어회화를 가르쳐 줄 수 있고 영어를 잘 구사할 줄 아는 전문 강사가 서로 협력하여, 아이의 영어회화 능력을 향상시켜 주기를 염원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교원들은 자신과 같은 종류의 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같은 방식의 시험을 치르지 않았고 자신과는 달리 교원이 아니라 비정규직 강사라는 이유로 영전강을 질시하고 배척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관용을 가르치고 학생들의 집단 따돌림을 막아야 할 교사들 중 일부가 이러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정규교원과 영전강 갈등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갈등도 아니다. 즉,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영전강 제도 폐지 여부와 상관없이, 정규교원의 신분은 교육 공무원으로서 철저히 보장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은 정규교원에게는 심리적, 감정적 불만이지만 영전강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다. 특히 영전강이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을 위해 정규직화를 요구하자 교원 자격증도 없는 강사가 수업권과 평가권을 가지고 정규직이 되려고 하는 것은 곧 정교사가 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교원이 강사와 신분상의 위계 다툼을 하려 하고 일부 교원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학교에서 수업하는 정규직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임용고시에 합격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 우리 교육현장에 대한 비애를 느낀다.

교원은 교육 공무원으로서 학교에서 담당 과목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진로적성지도, 학생상담, 생활지도 등 교육의 전 영역에 걸친 포괄적이며 자율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교육의 중추적 존재이다. 학교의 주요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교육 공무원 사회에서 교감 등의 관리자, 장학사 등의 교육전문직 공무원 등으로 승진할 수 있다. 복지, 성과급, 수당 면에 있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직군이며 자녀에 대한 복지 혜택도 풍부하다. 경력에 따라 더 많은 보수를 지급받고 국가는 해외연수를 포함한 각종 연수를 통해 교원의 능력을 계발시켜 준다. 교원은 교원의 지위 향상에 관한 특별법, 교원 예우에 관한 대통령령으로 그 지위와 신분이 특별한 우대를 받고 있다.

모든 공공시설은 교육적 목적을 위한 교원의 요구에 적극 협조하여야 하며, 교원에 대한 법적 문제 발생시 국가는 법률 전문가가 포함된 법률지원단을 구성하여 보호해 준다. 교원은 법률로서 보호되는 교원단체와 노동조합을 통해서 추가적인 복지 혜택을 받으며, 지속적인 처우 개선과 복지 증진이 되고 있다. 또한 교원연금을 통해 노후에도 풍족한 생활이 보장되어 있고, 원로교사에 대한 예우도 법령에 명시되어 있다. 교원에 관해서는 특별법만 5종류이며 거기다 현재 정규교원충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교원은 학교에서 체포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까지 있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는 교원의 업무 경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바, 국가와 사회가 일 많이 해서 힘들까 봐 노심초사 하고, 업무가 많으니 줄여 달라 당당히 요구하는 직장인이 우리 사회에 대체 또 어디 있다는 말인가?

교원 임용고시는 위와 같은 국가 공무원인 교원을 채용하기 위한 제도인 것이지 단순히 수업권을 부여하기 위해, 정규직 자격을 주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 아니다. 이런 지위와 신분의 교원이 강사를 대상으로 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강사는 설령 정규직이 되더라도 고용안정이 되는 것일 뿐 교원이 되는 것이 아니며 교원으로서의 혜택은 전혀 누리지 못한다. 정규직이 된다 하더라도 학교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될 뿐이며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아야 한다.

또한 호봉제조차 요원하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을 일하든 연봉이 오를 가능성이 별로 없다. 영전강이 수업권과 평가권을 가지고 있어서 교원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하지만, 근로자에게 수업과 평가는 강의를 하고 시험문제 출제하고 채점하는 업무이고 일인 것인지 무슨 대단한 특권이 아니다. 영전강이 설령 정규직이 되더라도 교원으로의 지위와 특혜는 누리지 못하지만, 근로자로서 헌법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고,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와 처우를 받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교원들은 영전강 때문에 업무가 과중하다 하며 영전강이 수업만 하고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정규수업 뿐만 아니라 교원의 업무 경감 차원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일을 시킨다는 것은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고, 권한을 주어 일을 시켰으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영전강은 학교에서 교원 업무 경감 차원에서 정규교원과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며 수업 이외에도 많은 일을 맡고 있다.

공문을 작성하고 영어 말하기 대회를 준비하고, 원어민을 관리하는 등 영어과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영전강에게 공문을 작성하게 시키는 것은 공문작성권이라는 직무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며, 교원 업무 경감을 위해 영전강에게 업무상 권한이 부여되면 될수록 영전강은 교원과 점점 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고, 업무가 유사해질수록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의해 처우 역시 개선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영전강이 비정규직 강사라는 이유로 교원의 업무를 부담하면서도 낮은 처우를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차별이다.

또한 영전강 폐지론자들은 영전강 때문에 업무가 늘어나 힘들다고 한다. 힘들다는 업무의 내용을 보면, 월급 계산, 면접 등 채용업무, 복무관리, 기안 작성 이런 것들이다. 근로자의 채용을 위해 면접을 보고 복무관리를 하고 월급을 계산해 주는 것이 힘들어서 고용을 못하겠다는 회사가 있다면 사람들이 무어라 할지 궁금하다. 근로자를 채용하면 그런 업무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만약 그것이 교원에게 부담이 된다면 행정직원들이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사용자인 국가가 해결해야 할 것이지 영전강 제도가 책임을 질 일은 아니다.  

영전강 제도에 대해 폐지론자들은 한시적 제도였다고 말하지만, 제도를 도입한 당사자인 교과부가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영전강이 한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4년에서 8년으로 연장하고 있다. 영전강 폐지론자들은 이것이 비정규직을 연장하고 영구화하는 정책이라 비판하며 올바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영전강 제도를 폐지하고 그 자리를 정규직 교원으로 충원하는 것이 진정한 비정규직 보호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비정규직 해법이다.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바퀴벌레가 아닌 "사람"이고, 그들이 부당한 제도로 인해 차별과 고통을 받고 있기에 그들의 눈물과 한숨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지, 비정규직을 퇴치해 버림으로써 도표에서 비정규직 숫자를 0으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정리해고하여 없애버리고 그 자리를 정규직으로 채운다면, 비정규직 숫자야 0이 될 것이지만, 이것은 도무지 해결책이라 볼 수 없다.

정리해고된 그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과 고통은 대체 어찌하란 말인가? 진보운동에서 주장하는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명제를 받아들이면, 그같은 해결책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지 차마 글로 쓸 수 없는 지경이다. 아마 또 어떤 사람들은 말할지도 모른다. 해고가 아니라 계약만료일 뿐이라고….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말하며 분명히 맞는 말 아니냐 묻는 그들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느끼는 심정이 어떤 것인지, 비정규직이 아니면 알 길이 없을 것이다.  
      
5. 제언

이제 마지막으로 필자는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에게 한 가지 제언을 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많은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이 공공운수노조 학교회계직연합회(전회련)에 가입해 있다. 전회련은 민주노총에 가입된 단체다. 전회련에 소속된 영전강들은 마땅히 민주노총의 선언에 명시된 연대의 원칙과 노동자들의 동지애에 입각하여, 노동조건 개선과 차별 철폐를 위한 노력에 있어 강령과 규약에 명시된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정신과 전체 노동조합운동의 통일 정신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따라서 영전강들은 함께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인 교원들에 대한 차별 의식을 버려야 한다. 동료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교육재정 7% 확보와 정규교원 확충 노력 그리고 청년 실업의 불안 속에 있는 예비 교원들의 교원 채용 확대 요구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야 한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탐욕은 노동자들의 분열을 획책하고 이간질시키며, 마치 다른 노동자들의 이익이 자신에게는 손해인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연대와 공동투쟁의 정신에 입각하여 노동자들이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규교원 확충이 영전강에 대한 불이익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의 정신이다. 우리나라 공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의 유지뿐 아니라, 정규교원의 확충 또한 필수적이며,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감소시켜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력 차별을 반대하고 고졸 정규직 확대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함으로써, 시험점수와 합격여부가 인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가는 가장 떳떳하고 당당한 길은, 홀로 공부하여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된 힘을 통해 함께 승리하는 것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설령 그 누가 노동자의 연대 정신을 져버린다 해도, 영전강들은 스스로 떳떳하게 동지애를 배신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지 못 할 경우에는 영전강 스스로도 따가운 비판의 화살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영전강들이 단결과 연대의 정신으로 우리나라 공교육 발전에 이바지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이루어낼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의 문제점 설명자료". 전교조. 2012.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 폐지와 교원 정원 확보를 위한 토론회". 전교조. 2012.
신성호. "교원정책의 문제점과 영전강 제도"
"영어회화 전문강사제도 업무편람" 교과부. 2012.
#영어회화 전문강사 #영전강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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