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6년>에서 시민을 학살한 계엄군 김갑세(이경영분).
청어람
내가 영화 <26년>에 등장하는 계엄군 김갑세(이경영 분)였다면, 그 상황에서 시민과 마주쳤다면 아마도 같은 잘못을 저질렀을 것이다. 당시 작전에 투입된 우리는 실탄을 장전하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었다. 비록 시민과 폭도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혼란이 있었지만 작전 중 누군가 내 앞에 나타났다면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또 군인으로서 명령에 충실하기 위해서 였겠지만 죽어가는 상대가, 그 가족이 평생 한으로 남을 만큼 억울할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들의 총살을 목격한 내 할머니가 30년이 지나도록 한을 삭히지 못하여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까지 한을 안고 가셨듯이 원통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광주 학살 희생자 유족들 역시 그러하리라. 조국에 대한 충정인줄만 알고 행했던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차마 지워지지 않는 원한을 심어 주었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아프게 느껴지는 밤이다. 이 악몽이 내겐 평생 떨쳐버리지 못할 업보로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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